문화

반월당·북성로가 무대로…대구 중구 창작극 3편

 대구 중구의 상징적인 공간들이 무대 위 예술로 다시 태어난다. 봉산문화회관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자산을 소재로 한 창작 초연작 3편을 선보이는 ‘봉산공연창작소’ 기획 공연을 오는 14일부터 29일까지 스페이스라온 무대에 올린다. 이번 프로젝트는 대구 시민들에게 익숙한 반월당과 향촌동, 북성로 공구골목 등을 예술가의 시선으로 재해석하여 지역 공연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선정된 세 단체는 각기 다른 장르를 통해 대구만이 가진 고유한 이야기들을 관객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축제의 서막은 14일과 15일 양일간 공연되는 청년예술단체 도레스의 뮤직드라마 ‘반월당 안내원’이 연다. 대구 교통의 심장부인 반월당역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길을 잃은 아이를 매개로 낯선 어른들이 겪게 되는 하루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도시철도 환승역이라는 공간적 특성을 활용해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가족애와 꿈에 대한 성찰을 유머러스한 음악과 함께 풀어낼 계획이다. 신생 단체 특유의 참신한 감각이 익숙한 지하철역 풍경에 어떤 생명력을 불어넣을지 기대를 모은다.

 


이어지는 21일과 22일에는 중견 극단 구리거울이 향촌동 수제화 거리를 소재로 한 쥬크박스 뮤지컬 ‘못된 껄, 못된 뽀이, 못된 슈즈’를 선보인다. 가업 계승을 고민하던 주인공이 1920년대 모던걸들의 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설정을 통해 대구의 근현대사를 조명한다. 독립운동과 사회운동에 투신했던 여성들의 삶을 당시 유행했던 대중가요와 창가에 실어 보내며 장인정신과 역사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지역 문화 자산을 극으로 만드는 데 정평이 난 극단 구리거울의 내공이 돋보이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공연의 대미는 28일과 29일 아트지협동조합의 넌버벌 퍼포먼스 ‘철의 리듬’이 장식한다. 북성로 공구골목 기술자들의 치열한 노동 현장을 역동적인 스트릿댄스로 치환한 실험적인 작품이다. 실제 공업사에서 발생하는 날카로운 쇳소리를 음악적 비트로 재구성하고, 장인들의 숙련된 움직임을 안무로 승화시켜 산업 현장의 활기를 예술적으로 재현한다. 세계 무대에서 실력을 입증받은 아트지의 화려한 퍼포먼스가 북성로라는 거친 공간과 만나 어떤 시너지를 낼지가 이번 공연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이번 ‘봉산공연창작소’ 사업은 단순한 공연 지원을 넘어 지역 예술가들이 대구라는 도시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40분 이상의 쇼케이스를 거쳐 엄선된 세 작품은 대구 중구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문화적 가교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관람객들은 매일 스쳐 지나가던 일상의 장소들이 무대 위에서 특별한 서사로 변모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자신이 발 딛고 선 도시에 대한 새로운 애착과 자부심을 느끼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연은 매주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 오후에 진행되며, 지역 밀착형 콘텐츠인 만큼 가족 단위 관람객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봉산문화회관은 이번 창작 초연작들이 일회성 공연에 그치지 않고 대구를 대표하는 상설 레퍼토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갈 방침이다. 대구의 심장부에서 펼쳐지는 세 가지 색깔의 창작 무대는 무더운 8월의 끝자락, 시민들에게 지역 예술의 향기를 만끽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선사할 것이다.

 

고려아연, 8370억원 손배소 승소…영풍은 항소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 측이 제기한 약 83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고려아연 이사들이 자기주식을 공개매수하는 과정에서 법령과 정관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판결로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는 22일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비롯한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영풍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내린 결정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며 약 8370억원의 배상을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해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사들의 경영상 판단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만한 위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재판부는 고려아연 이사들의 자기주식 취득 결정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위반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사는 회사 경영에 관한 재량권을 가지며, 법령을 위반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합리적으로 판단해 의사결정을 내렸다면 그 결과만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경영상 판단의 내용이 현저하게 불합리하지 않은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법원은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 결정이 이 같은 경영 판단의 범위 안에 있다고 봤다. 당시 고려아연 이사들은 영풍 측의 공개매수를 회사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였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이사들이 관련 법령에 따른 절차와 제한을 준수하고 외부 법률 자문 등을 검토했으며, 일정 수준의 할증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을 고려해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판단이 현저하게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결론이다.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상법이나 회사 정관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법 제462조 제1항에 규정된 배당가능이익과 관련해서도 영풍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배당가능이익은 회사가 주주에게 이익을 배당할 수 있는 한도를 의미하며, 자기주식을 취득할 때도 해당 한도 내에서 매입해야 한다. 그러나 법원은 이 규정이 자기주식 취득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의 총규모를 제한하는 것이지, 취득 자금이 어떤 회계 항목에서 마련됐는지를 기준으로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규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자기주식 취득에 특정 재원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법령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회사 정관에 중간배당을 할 때 특정 목적의 임의준비금을 재원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 있다는 점도 쟁점이 됐다. 다만 재판부는 해당 규정을 자기주식 취득에 그대로 적용하거나 유추해 적용할 수는 없다고 봤다. 따라서 해당 재원을 자기주식 매입에 활용한 것이 정관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이번 소송은 영풍이 2024년 11월 최 회장 등 고려아연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했다. 영풍은 이사들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가 이사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책임을 추궁하는 절차다. 소송에서 주주 측이 승소하더라도 배상금은 소송을 제기한 주주 개인에게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돌아간다.영풍이 문제 삼은 것은 고려아연 이사회의 자기주식 공개매수였다. 영풍 측은 주당 약 56만원 수준이던 고려아연 주식을 89만원에 공개매수해 총 204만30주의 자기주식을 취득한 결정이 회사에 손해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한 만큼 회사의 자산에 손실이 발생했고, 이를 결정한 이사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 양측은 경영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이어왔다. 그러나 법원은 공개매수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 등을 검토한 이사회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풍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고려아연은 이날 별도로 진행된 한화 지분 매각 관련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고려아연은 두 건의 판결을 통해 자기주식 공개매수와 한화 지분 매각을 둘러싼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영풍과 MBK가 적대적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방해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소송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 같은 소송 제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반면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하고 항소 방침을 밝혔다. 양측은 상급심에서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위법성과 고려아연 이사회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다시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로 일단락된 듯 보였던 손해배상 분쟁은 항소심에서 다시 이어질 전망이다.이번 판결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이사회가 내린 주요 의사결정의 적법성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법원은 자기주식 취득 결정 당시 이사들이 관련 법령과 절차를 검토하고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영풍·MBK 측이 항소를 예고한 만큼,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적법성과 이사들의 경영 판단에 대한 책임 범위는 상급심에서 다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