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K컬처 300조 시대…법은 여전히 아날로그 수준

 한국 콘텐츠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수조 원대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거대 산업으로 성장했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법적 체계는 여전히 30년 전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가 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며 단일 시즌 제작비가 1,000억 원을 상회하는 시대가 왔음에도, 국내 관련 법령은 영화와 방송을 엄격히 구분하던 아날로그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괴리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K-콘텐츠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콘텐츠 시장의 규모는 이미 150조 원을 넘어섰으며, 방송 영상 산업 역시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특히 하나의 지식재산권(IP)이 게임, 영화, 굿즈 등 다양한 장르로 확장되며 창출하는 경제적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해외의 유명 캐릭터나 소설 IP가 수십 년간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는 것처럼, 한국의 콘텐츠 역시 글로벌 플랫폼의 투자 확대와 맞물려 국가 핵심 산업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를 규율할 법안들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존재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시절에 멈춰 있다.

 


현행 법체계는 영화법과 방송법 등으로 파편화되어 있어, 동일한 플랫폼에서 소비되는 드라마와 영화를 각기 다른 잣대로 규제하는 모순을 낳고 있다. 특히 콘텐츠 유통의 핵심 주체로 부상한 OTT를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지원할 수 있는 근거 법령이 미비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1990년대 중반과 2000년대 초반에 제정된 낡은 법들이 디지털 전환과 플랫폼 중심의 산업 재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현장에서는 정책적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이제 영화와 방송의 경계를 허물고 콘텐츠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로 바라보는 통합적인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수한 지식재산권을 발굴하는 단계부터 이를 다양한 매체로 확산시키고 수익을 보호하는 생애주기 전반에 대한 지원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단순히 유통 방식의 차이에 매몰되어 산업을 쪼개어 규제하기보다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IP 중심의 진흥 정책을 설계할 수 있는 새로운 법적 토대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미 유럽연합 등 해외 주요국들은 방송과 주문형 서비스를 아우르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지침을 도입해 변화한 시장 환경에 대응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영상진흥기본법 전부개정안이나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안 등 통합법 마련을 위한 입법 시도가 이어지고 있으나, 부처 간 주도권 다툼과 이해관계자들의 이견으로 인해 제도화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결국 K-콘텐츠의 미래는 낡은 규제의 틀을 얼마나 신속하게 혁신하느냐에 달려 있다. 유형의 영상물 개념을 넘어 무형의 디지털 콘텐츠까지 포괄하는 유연한 법적 정의와 함께, 제작사와 플랫폼이 상생할 수 있는 공정한 수익 배분 구조가 확립되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산업 현장의 변화를 반영한 통합법 제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이번 입법 논의가 한국 문화 산업의 제2의 도약을 이끄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홍명보 후임은 모레노…대표팀 첫 스페인 사령탑

스페인 출신 지도자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의 하반기 일정을 책임질 임시 사령탑으로 낙점됐다.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흔들린 대표팀은 처음으로 스페인 국적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며 분위기 전환에 나선다.대한축구협회는 1일 충남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이사회를 열고 모레노 감독을 비롯한 A대표팀 임시 코칭스태프 선임안을 통과시켰다. 모레노 감독의 계약 기간은 11월 27일까지다. 이 기간 그는 9월과 10월, 11월에 열리는 A매치 총 6경기를 지휘한다.이번 인선은 홍명보 전 감독이 2026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물러나면서 시작됐다. 대표팀 감독 자리가 공석이 되자 축구협회는 사상 처음으로 공개채용 절차를 도입했다.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서류 심사와 온라인 면접, 대면 협의가 진행됐고, 최종 후보군에는 모레노 감독과 도메네크 토렌트, 헤수스 카사스 등이 포함됐다.협회는 최종적으로 모레노 감독의 분석 능력과 전술적 유연성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데이터 기반의 경기 준비, 상대에 따른 전술 변화, 짧은 기간 안에 팀 구조를 정비할 수 있는 능력이 강점으로 평가됐다. 한국 축구에 대한 사전 조사와 이해도 역시 선임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모레노 감독은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핵심 참모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스페인 명문 FC바르셀로나에서 엔리케 감독을 보좌했다. 이후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스페인 대표팀 코치로 일했고, 엔리케 감독이 일시적으로 자리를 비운 2019년에는 스페인 대표팀 감독 대행을 맡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예선을 지휘했다.클럽 무대 경험도 있다. 모레노 감독은 프랑스 AS모나코, 스페인 그라나다, 러시아 FC소치 등을 이끌었다. 화려한 우승 경력보다는 다양한 환경에서 팀을 운영해 본 경험과 전술 설계 능력을 앞세운 지도자로 평가된다.대표팀 코칭스태프 역시 스페인 색채가 짙다. FC소치에서 모레노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에두아르도 도캄포 수석코치가 합류하고, 하신트 마그리냐, 빅토르 브라보 데 소토, 피지컬 코치 하비에로 초카로, 골키퍼 코치 니코 보쉬도 함께한다. 전술과 피지컬, 골키퍼 훈련까지 모레노 감독의 축구 철학을 공유하는 인물들로 꾸려진 셈이다. 현영민 전력강화위원장은 모레노 감독에 대해 “한국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다양한 전술적 대안을 제시했다”며 “대표팀 분위기 전환과 경기력 향상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모레노 감독의 데뷔전은 오는 24일 에콰도르전이다. 이어 28일에는 우루과이와 맞붙고, 10월에는 베네수엘라와 우즈베키스탄을 상대한다. 11월에도 두 차례 A매치가 예정돼 있다. 남미와 중앙아시아 팀을 상대로 한 6경기는 모레노 감독의 지도력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이번 임시 계약에는 연장 가능성도 포함됐다. 축구협회는 하반기 6경기에서 나타난 경기력과 결과, 선수단 장악력 등을 종합 평가한 뒤 내년 아시안컵까지 계약을 늘릴지 검토할 계획이다. 짧은 시간 안에 무너진 대표팀 분위기를 추스르고 새로운 전술 색깔을 입히는 것이 모레노 감독에게 주어진 첫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