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돌려차기 한 번?” 피해자 앞 농담에 친한계 의원들 결국 사과

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참석한 국회 간담회 현장에서 사건명을 연상시키는 농담을 주고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범죄 피해자 보호와 수사 제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던 만큼, 정치권 안팎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기본적 배려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4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보완 수사 금지, 지옥문이 열렸다’를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인 김진주 씨와 국민의힘 소속 친한계 의원들이 참석했다. 간담회는 보완 수사 금지에 따른 수사 공백 우려와 피해자 보호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발언은 간담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나왔다. 서범수 의원은 국가대표 사격선수 출신인 진종오 의원을 향해 “돌려차기 한 번 하죠?”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진 의원은 “저는 발보다 손을 잘 쓴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발언은 사건 피해자가 같은 자리에 참석한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피해자에게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남긴 강력범죄로, 사회적으로도 큰 공분을 일으킨 사건이다. 이런 사건명을 농담처럼 언급한 것은 피해자의 고통을 가볍게 여긴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온라인상에서도 “피해자 앞에서 할 말이냐”, “피해자 보호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논란이 확산하자 서 의원과 진 의원은 각각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서 의원은 “간담회 시작 전 제가 실언을 했다”며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다.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라고 밝혔다. 이어 “범죄 피해의 고통을 결코 가볍게 입에 올려서는 안 됐다”며 “힘든 시간을 견디고 용기를 내 참석해 주신 피해자분께서 뒤늦게 이 발언을 접하고 받으셨을 상처를 생각하면 고개를 들 수 없다”고 했다.

 


진 의원도 “저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상처받으신 피해자님과 참석자 여러분, 국민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피해자의 아픔을 더욱 깊이 헤아리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번 논란은 정치권의 범죄 피해자 인식과 공적 자리에서의 언행 문제를 다시 도마 위에 올렸다. 특히 범죄 피해자가 직접 참석한 자리에서는 사건을 언급하는 방식과 표현 하나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 지원과 제도 개선을 말하는 자리일수록 정치인의 태도와 말은 더 신중해야 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고려아연, 8370억원 손배소 승소…영풍은 항소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 측이 제기한 약 83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고려아연 이사들이 자기주식을 공개매수하는 과정에서 법령과 정관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판결로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는 22일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비롯한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영풍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내린 결정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며 약 8370억원의 배상을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해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사들의 경영상 판단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만한 위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재판부는 고려아연 이사들의 자기주식 취득 결정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위반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사는 회사 경영에 관한 재량권을 가지며, 법령을 위반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합리적으로 판단해 의사결정을 내렸다면 그 결과만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경영상 판단의 내용이 현저하게 불합리하지 않은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법원은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 결정이 이 같은 경영 판단의 범위 안에 있다고 봤다. 당시 고려아연 이사들은 영풍 측의 공개매수를 회사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였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이사들이 관련 법령에 따른 절차와 제한을 준수하고 외부 법률 자문 등을 검토했으며, 일정 수준의 할증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을 고려해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판단이 현저하게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결론이다.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상법이나 회사 정관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법 제462조 제1항에 규정된 배당가능이익과 관련해서도 영풍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배당가능이익은 회사가 주주에게 이익을 배당할 수 있는 한도를 의미하며, 자기주식을 취득할 때도 해당 한도 내에서 매입해야 한다. 그러나 법원은 이 규정이 자기주식 취득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의 총규모를 제한하는 것이지, 취득 자금이 어떤 회계 항목에서 마련됐는지를 기준으로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규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자기주식 취득에 특정 재원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법령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회사 정관에 중간배당을 할 때 특정 목적의 임의준비금을 재원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 있다는 점도 쟁점이 됐다. 다만 재판부는 해당 규정을 자기주식 취득에 그대로 적용하거나 유추해 적용할 수는 없다고 봤다. 따라서 해당 재원을 자기주식 매입에 활용한 것이 정관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이번 소송은 영풍이 2024년 11월 최 회장 등 고려아연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했다. 영풍은 이사들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가 이사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책임을 추궁하는 절차다. 소송에서 주주 측이 승소하더라도 배상금은 소송을 제기한 주주 개인에게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돌아간다.영풍이 문제 삼은 것은 고려아연 이사회의 자기주식 공개매수였다. 영풍 측은 주당 약 56만원 수준이던 고려아연 주식을 89만원에 공개매수해 총 204만30주의 자기주식을 취득한 결정이 회사에 손해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한 만큼 회사의 자산에 손실이 발생했고, 이를 결정한 이사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 양측은 경영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이어왔다. 그러나 법원은 공개매수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 등을 검토한 이사회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풍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고려아연은 이날 별도로 진행된 한화 지분 매각 관련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고려아연은 두 건의 판결을 통해 자기주식 공개매수와 한화 지분 매각을 둘러싼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영풍과 MBK가 적대적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방해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소송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 같은 소송 제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반면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하고 항소 방침을 밝혔다. 양측은 상급심에서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위법성과 고려아연 이사회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다시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로 일단락된 듯 보였던 손해배상 분쟁은 항소심에서 다시 이어질 전망이다.이번 판결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이사회가 내린 주요 의사결정의 적법성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법원은 자기주식 취득 결정 당시 이사들이 관련 법령과 절차를 검토하고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영풍·MBK 측이 항소를 예고한 만큼,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적법성과 이사들의 경영 판단에 대한 책임 범위는 상급심에서 다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