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초연 전회 매진 신화, 대구서 다시 피는 민들레

 대구시립극단이 제62회 정기공연의 막을 올리며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서정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이번 무대에 오르는 작품은 박춘근 작가의 대표 희곡 '민들레 바람되어'로, 오는 14일과 15일 양일간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2008년 초연 당시 전석 매진이라는 기록적인 흥행을 거두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던 이 연극은, 이번에 대구시립극단 성석배 예술감독의 새로운 연출을 통해 더욱 깊이 있는 인간 내면의 풍경을 그려낼 예정이다.

 

작품은 극적인 사건의 나열보다는 우리 곁에 늘 존재하는 일상적인 감정의 흐름에 집중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그 후에도 마음속에 남겨진 그리움,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비로소 이해하게 되는 서로의 진심을 담담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한다. 관객들은 무대 위 인물들이 전하는 말과 침묵 사이에서 각자의 기억을 투영하며, 평범한 일상이 지닌 숭고한 가치와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이번 공연의 무대는 현실의 시간과 과거의 기억이 유기적으로 교차하는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계절에 따라 피고 지는 민들레 꽃은 삶의 순환과 멈추지 않는 시간의 흐름을 상징하는 핵심적인 장치다. 화려하고 복잡한 무대 장식 대신 최소한의 미장센과 여백의 미를 강조하여, 배우들의 숨소리와 대사가 지닌 힘이 오롯이 관객에게 전달되도록 구성했다. 이는 소극장 연극만이 가질 수 있는 친밀함과 몰입감을 극대화하려는 연출적 의도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제목에 등장하는 '민들레'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상징적 매개체다. 바람을 타고 흩날리는 민들레 홀씨는 누군가를 향해 끝없이 뻗어 나가는 그리움이자, 세월이 흘러도 가슴 한구석에 뿌리 내린 기억의 조각들을 의미한다. 작은 꽃 한 송이가 지닌 끈질긴 생명력은 삶과 죽음, 만남과 헤어짐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따뜻하게 감싸 안으며, 관객들에게 슬픔을 넘어선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건넨다.

 


성석배 예술감독은 이번 공연이 특별한 영웅의 이야기가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보편적인 삶을 대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관객들이 극장을 나설 때 지금 곁을 지켜주는 가족이나 연인의 손을 한 번 더 꼭 잡을 수 있는 따뜻한 여운을 느끼길 바란다고 전했다. 대구시립극단의 베테랑 단원들인 황승일, 김정연, 강석호, 김경선이 출연하여 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빚어내며 극의 완성도를 뒷받침한다.

 

공연은 14일 오후 7시 30분, 15일 오후 2시와 6시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전석 1만 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책정되어 지역민들이 부담 없이 수준 높은 정통 연극을 즐길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중학생 이상이면 누구나 관람할 수 있는 이번 무대는 무더운 여름날, 메마른 감성을 적시는 단비 같은 공연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며 대구의 여름밤을 민들레 홀씨 같은 그리움으로 물들일 준비를 마쳤다.

 

 

 

거제 813mm 물폭탄, 산사태로 1명 사망

 경남 거제와 통영 등 남해안 일대에 사흘간 하늘이 뚫린 듯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며 인명과 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시작된 이번 비는 거제 지역에만 누적 강수량 813.0mm라는 유례없는 수치를 기록하며 도시 전체를 마비시켰다. 특히 거제 옥포동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1명이 목숨을 잃고 4명이 다치는 비극으로 이어져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현재까지 접수된 피해 신고만 800건을 넘어서며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기상청 집계에 따르면 이번 폭우는 짧은 시간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극한 호우의 양상을 띠었다. 거제에서는 시간당 최대 124.5mm의 비가 쏟아졌고, 인근 부산 강서와 통영에서도 시간당 100mm 안팎의 물폭탄이 투하됐다. 이로 인해 주택과 도로가 순식간에 침수되었으며, 수많은 나무가 쓰러져 통행이 차단되는 등 도시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갑작스러운 수위 상승에 고립되었던 주민 130여 명은 소방 당국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되기도 했다.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의 고통도 깊어지고 있다. 부산과 경남 지역에서만 159명의 주민이 긴급 대피했으며, 이 중 100명이 넘는 인원은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임시 거처를 전전하고 있다. 거제와 사천 등지에서 대피한 주민들은 마을회관이나 인근 숙박시설에 머물며 불안한 밤을 보내고 있다. 정부는 일시구호세트와 담요 등 긴급 구호 물품을 전달하며 지원에 나섰지만, 계속되는 비 소식에 주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는 상황이다.재난 당국은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피해 수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방청은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해 인근 시·도의 험지펌프차와 대용량포방사시스템을 피해 현장에 급파했다. 특히 지하 주차장이 완전히 잠긴 거제 장승포동 일대에서는 대규모 배수 작업이 진행 중이며, 산림청과 국방부 역시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토사 제거와 실종자 수색 지원에 힘을 보태고 있다. 경찰은 침수 위험이 큰 도로 20여 곳을 통제하며 추가 사고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기상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현재 부산과 울산, 제주를 비롯해 경남 10개 시·군에는 호우주의보가 발효 중이며, 거제에는 산사태 경보가 내려져 있어 추가 붕괴 위험이 매우 높은 상태다. 남해안 지역에는 내일 아침까지 최대 60mm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되어 있어 복구 작업에 차질이 예상된다. 중대본은 비상 1단계를 유지하며 위험 지역에 대한 예찰 활동을 강화하고, 하천변 산책로나 지하차도 등 취약 시설 800여 곳의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정부는 피해 지역을 조속히 복구하고 이재민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윤호중 중대본부장은 긴급회의를 통해 고립 주민 구조와 기반 시설 복구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지자체와 협력해 추가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기록적인 폭우가 남긴 상처가 깊은 만큼, 재난 당국은 기상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상황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