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日 공동 개입, 엔화 가치 40년 만에 최저

 엔화 가치가 4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며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위기감이 고조되자 미국과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양국 통화당국은 지난달 말부터 이틀간 약 7조 엔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엔화를 사들이고 달러를 매도하는 공동 작전을 수행했다. 이번 조치는 엔화 약세를 방치할 경우 발생할 급격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미국 국채 금리를 밀어 올리고 세계 증시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한 데 따른 긴급 처방으로 풀이된다.

 

미국 재무부가 타국 통화 가치 방어를 위해 직접 시장에 뛰어든 것은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28년 만에 처음 있는 이례적인 사건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시장 개입 전 단계인 레이트 체크를 주도하며 일본 당국과 긴밀히 공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일본의 요청과 양국 관계를 고려해 개입을 승인했다고 공식 인정하며, 엔화 가치의 지나친 저평가를 시정하기 위해 추가적인 공동 대응도 주저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미국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에는 자국 경제 보호와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엔저 현상이 심화되어 일본이 급격하게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저렴한 엔화를 빌려 미국 자산에 투자했던 자금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며 미국 국채 가격 폭락과 금리 급등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부동산 시장 침체를 불러올 수 있는데,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반드시 막아야 할 악재이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극심한 엔저로 인한 수입 물가 폭등과 내수 침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일본은행은 최근 정책 금리를 1.0% 수준으로 인상하며 3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 압력이 목표치인 2%를 상회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일본 기업들의 대미 투자 이행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도 양국 정부에는 큰 부담이다. 결국 수입 인플레이션을 잡고 투자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공동 개입이라는 극단의 카드를 꺼내 든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개입으로 엔·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150엔대 중반까지 내려앉으며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월가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위적인 개입이 장기적인 추세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이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줄이기 위해 획기적인 수준으로 금리를 올리지 않는 한, 엔화 약세를 노린 시장의 상방 압력은 언제든 재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일본 당국은 과거에도 수십조 원을 투입해 환율 방어에 나섰으나 시장의 흐름을 완전히 돌려세우지는 못했다.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시점과 그에 따른 자금 이동 규모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화가 엔화의 움직임에 동조화되는 경향이 강한 한국 시장 역시 미일 공동 외환 정책의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엔 캐리 자금의 무질서한 회수가 현실화될 경우 코스피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 전반에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당분간 외환시장의 불안정한 흐름은 하반기 세계 경제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구광모 파양 불발, LG家 갈등은 현재진행형

LG그룹 오너가의 가족 간 법정 다툼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또 한 번 유리한 판단을 받았다. 고 구본무 전 회장의 부인 김영식씨가 양자인 구 회장과의 법적 모자 관계를 끊어달라며 낸 파양 청구를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서울가정법원 가사6단독 이은주 판사는 3일 김씨가 구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재판상 파양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선고는 짧게 진행됐으며, 재판부는 청구를 기각한다는 결론만 밝히고 세부 판단 이유는 법정에서 공개하지 않았다.이번 소송은 LG그룹 승계와 상속 문제를 둘러싼 갈등의 연장선에 있다. 구 회장은 구본무 전 회장의 친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로 태어났다. 구 전 회장은 외아들을 사고로 잃은 뒤 2004년 조카였던 구 회장을 양자로 들였다. LG그룹이 유지해 온 장자 승계 관행에 따라 경영권을 이어갈 후계 구도를 마련한 것이다.구 전 회장이 2018년 별세하면서 구 회장은 고인의 LG 지분 대부분을 물려받아 그룹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 상속 과정과 재산 배분을 두고 김영식씨와 두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갈등이 공개됐다. 이들은 2023년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 청구 소송을 냈고, 1심은 올해 2월 구 회장 측 승소로 판단했다.파양 청구는 이 상속 소송이 진행되는 가운데 별도로 제기됐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법원에 구 회장과의 양친자 관계를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민법은 양자가 양부모에게 심히 부당한 대우를 했을 경우 재판상 파양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일 만한 요건이 충족됐다고 보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김씨는 이날 선고기일에 직접 법정에 나왔다. 패소 판결이 내려진 뒤에는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기자들과 만난 김씨는 “가정의 일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광모 회장과 제가 어머니와 아들 관계를 계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김씨는 또 “이제는 각자의 가정과 삶으로 돌아갔으면 한다”며 “이 관계가 정리될 때까지 끝까지 방법을 찾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법원 판단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의사로 해석된다.이번 판결에도 LG 오너가의 법적 분쟁은 마무리되지 않았다. 상속회복 청구 소송은 1심에서 구 회장이 이겼지만, 김씨 측 항소로 4일 서울고법에서 항소심 절차가 시작된다. 상속 재산 분할과 양자 관계 해소를 둘러싼 갈등이 맞물리면서 LG가 내부 분쟁은 당분간 법정에서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