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모아

전국 덮친 가마솥더위, 중대본 수위 높여 대응

 전국적인 가마솥더위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가 재난 대응 수위를 대폭 끌어올렸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일 오후 1시를 기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2단계로 격상하고, 폭염 피해가 집중된 수도권과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범정부 차원의 비상 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이번 조치는 온열질환자 발생이 급증하고 가뭄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확산되는 등 상황이 엄중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국장급 현장총괄관리관을 주요 거점 지역에 파견해 지자체의 대응 상황을 직접 챙기며 현장 중심의 행정을 강화하기로 했다.

 

중대본 2단계 가동에 따라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간부급 공무원들은 매일 또는 주 1회 이상 폭염 취약 지역을 직접 점검해야 한다. 특히 현장상황관리관들은 전국 각지에 급파되어 지역별 대응 실태를 확인하고 추가적인 행정·재정적 지원이 필요한 곳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는 서류상의 보고를 넘어 실제 무더위쉼터 운영이나 야외 작업 현장의 안전 수칙 준수 여부를 꼼꼼히 살피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조치다.

 


재정적 지원도 신속하게 집행된다. 정부는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남부권 5개 시·도에 재난구호지원사업비 1억 7,000만 원을 추가로 배정했다. 광주와 전남에 8,000만 원, 경남에 5,000만 원, 부산과 울산에 각각 2,000만 원이 투입된다. 이 예산은 무더위쉼터의 냉방비 지원은 물론, 독거노인과 노숙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선풍기, 쿨매트, 생수 등 냉방 물품과 폭염 예방 키트를 구입하는 데 우선적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폭염과 함께 찾아온 최악의 가뭄을 해결하기 위한 대규모 자금 투입도 결정됐다. 정부는 경남과 경북 등 가뭄 피해가 심각한 지역에 재난안전특별교부세 57억 5,000만 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이 자금은 관정과 양수장 가동, 하천수 직접 급수 등 가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데 쓰인다. 또한 급수차 운영과 양수 장비 확보를 통해 식수난을 겪는 지역의 불편을 해소하고 저수지 간 용수 연계 사업을 가속화해 대체 수원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직접 현장을 찾아 대응 태세를 점검했다. 경남 밀양의 무더위쉼터를 방문한 윤 장관은 이용객들의 불편 사항을 청취하고 냉방 시설의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했다. 이어 인근 유원지를 찾아 물놀이 안전 요원 배치 상태와 구명조끼 등 안전 장비의 관리 현황을 점검하며 안전사고 예방을 강조했다. 윤 장관은 야외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고 기온이 가장 높은 시간대에는 농작업이나 건설 현장 작업을 중단해달라고 강력히 권고했다.

 

정부는 이번 중대본 2단계 운영을 통해 중앙과 지방의 소통 창구를 일원화하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즉각 대응할 계획이다. 폭염과 가뭄이 어르신과 야외 근로자 등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중대한 재난이라는 인식 아래, 가용할 수 있는 모든 행정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기상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필요할 경우 추가적인 재정 지원과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려아연, 8370억원 손배소 승소…영풍은 항소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 측이 제기한 약 83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고려아연 이사들이 자기주식을 공개매수하는 과정에서 법령과 정관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판결로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는 22일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비롯한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영풍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내린 결정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며 약 8370억원의 배상을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해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사들의 경영상 판단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만한 위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재판부는 고려아연 이사들의 자기주식 취득 결정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위반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사는 회사 경영에 관한 재량권을 가지며, 법령을 위반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합리적으로 판단해 의사결정을 내렸다면 그 결과만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경영상 판단의 내용이 현저하게 불합리하지 않은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법원은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 결정이 이 같은 경영 판단의 범위 안에 있다고 봤다. 당시 고려아연 이사들은 영풍 측의 공개매수를 회사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였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이사들이 관련 법령에 따른 절차와 제한을 준수하고 외부 법률 자문 등을 검토했으며, 일정 수준의 할증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을 고려해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판단이 현저하게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결론이다.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상법이나 회사 정관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법 제462조 제1항에 규정된 배당가능이익과 관련해서도 영풍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배당가능이익은 회사가 주주에게 이익을 배당할 수 있는 한도를 의미하며, 자기주식을 취득할 때도 해당 한도 내에서 매입해야 한다. 그러나 법원은 이 규정이 자기주식 취득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의 총규모를 제한하는 것이지, 취득 자금이 어떤 회계 항목에서 마련됐는지를 기준으로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규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자기주식 취득에 특정 재원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법령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회사 정관에 중간배당을 할 때 특정 목적의 임의준비금을 재원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 있다는 점도 쟁점이 됐다. 다만 재판부는 해당 규정을 자기주식 취득에 그대로 적용하거나 유추해 적용할 수는 없다고 봤다. 따라서 해당 재원을 자기주식 매입에 활용한 것이 정관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이번 소송은 영풍이 2024년 11월 최 회장 등 고려아연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했다. 영풍은 이사들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가 이사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책임을 추궁하는 절차다. 소송에서 주주 측이 승소하더라도 배상금은 소송을 제기한 주주 개인에게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돌아간다.영풍이 문제 삼은 것은 고려아연 이사회의 자기주식 공개매수였다. 영풍 측은 주당 약 56만원 수준이던 고려아연 주식을 89만원에 공개매수해 총 204만30주의 자기주식을 취득한 결정이 회사에 손해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한 만큼 회사의 자산에 손실이 발생했고, 이를 결정한 이사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 양측은 경영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이어왔다. 그러나 법원은 공개매수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 등을 검토한 이사회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풍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고려아연은 이날 별도로 진행된 한화 지분 매각 관련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고려아연은 두 건의 판결을 통해 자기주식 공개매수와 한화 지분 매각을 둘러싼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영풍과 MBK가 적대적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방해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소송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 같은 소송 제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반면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하고 항소 방침을 밝혔다. 양측은 상급심에서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위법성과 고려아연 이사회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다시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로 일단락된 듯 보였던 손해배상 분쟁은 항소심에서 다시 이어질 전망이다.이번 판결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이사회가 내린 주요 의사결정의 적법성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법원은 자기주식 취득 결정 당시 이사들이 관련 법령과 절차를 검토하고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영풍·MBK 측이 항소를 예고한 만큼,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적법성과 이사들의 경영 판단에 대한 책임 범위는 상급심에서 다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