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올여름 휴가는 미술관으로, 도심 속 아트 캉스

 연일 기승을 부리는 가마솥더위를 피해 시원한 실내에서 예술적 허기를 채우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멀리 떠나는 여행 대신 도심 속에서 휴식과 문화를 동시에 잡으려는 이른바 '스테이케이션'족이 늘어나면서, 최근 몇 년 사이 개관한 서울의 신생 미술관들이 새로운 피서지로 각광받고 있다. 서울관광재단은 8월 휴가철을 맞아 독특한 건축 철학과 차별화된 전시 콘텐츠를 갖춘 미술관 4곳을 선정해 시민들에게 제안했다.

 

도봉구 창동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부상한 서울시립사진미술관은 국내 최초의 국공립 사진 전문 기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이곳은 카메라 조리개를 형상화한 파격적인 외관으로 개관 당시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방대한 사진 아카이브와 교육 기능을 갖춘 복합 문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세계적 거장 마틴 파의 대규모 회고전은 작가의 40년 예술 여정을 집대성한 사진집 90권과 함께 전시되어 사진 애호가들에게 깊은 영감을 선사한다.

 


금천구 독산동의 푸른 공원 속에 자리 잡은 서울시립서서울미술관은 올해 3월 첫선을 보인 뉴미디어아트 특화 공간이다. 공원의 자연 경관과 경계 없이 어우러진 개방형 건축 구조는 방문객들에게 심리적 해방감을 안겨준다. 특히 스테인리스 스틸로 마감된 외벽은 시시각각 변하는 태양광을 반사하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오는 20일부터 시작되는 미디어 작가 김희천의 개인전은 디지털 기술과 예술이 결합한 최첨단 미디어아트의 정수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예술가의 숨결을 직접 느끼고 싶다면 종로구 평창동의 '김창열 화가의 집'이 최적의 선택지다. 세계적인 거장 김창열 화백이 30년 넘게 거주하며 작업에 몰두했던 공간을 공공 문화시설로 개조해 지난 5월 정식 개방했다. 한옥의 고즈넉한 정취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곳은 작가의 철학이 깃든 전시실과 회랑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지하 작업실에는 화백이 생전에 사용하던 붓과 물감, 캔버스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관람객들은 마치 거장의 작업실에 초대받은 듯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삼청동의 뮤지엄한미는 사진 예술의 깊이를 더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2022년 이전 개관한 이곳은 한국의 전통 중정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낸 건축미가 일품이다. 사진과 뉴미디어아트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기획전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한다. 특히 지역 주민이나 학생, 예술인들에게 제공되는 다양한 할인 혜택과 '문화가 있는 날' 무료 관람 기회는 시민들의 문화 향유 문턱을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

 

도심 속 미술관들은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곳을 넘어, 무더위에 지친 시민들에게 정서적 위안과 쾌적한 휴식을 제공하는 오아시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각 미술관이 보유한 독창적인 건축미와 수준 높은 전시 콘텐츠는 올여름 휴가지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세련된 공간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거장들의 예술 세계를 탐닉하는 시간은 그 어떤 해외여행보다 값진 휴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펜 놓고 청와대로… '폴리널리스트' 논란

 언론인이 언론사 직책을 내려놓자마자 정부 고위 직책이나 정치권으로 직행하는 관행을 둘러싸고 언론계 내부의 자성 및 비판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최근 신임 청와대 보도지원비서관 겸 춘추관장 인선 과정에서 사표 제출과 임명 사이의 냉각기가 사실상 부재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권력 견제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까닭이다.해당 언론사 노동조합과 사측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현직 논설위원이 권력 기관의 고위 공직자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유예기간도 없었다는 점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내부 구성원들과 언론 전문가들 역시 언론 윤리의 실종과 권언유착 가능성을 지적하며 현직 언론인의 정치권 직행이 언론 전반의 신뢰도를 저하시킨다고 비판하고 나섰다.이와 같은 현직 언론인의 정치권 및 공직 직행 사례는 과거 정권부터 정권의 성향과 무관하게 반복되어 왔다. 이전 정부에서도 주요 언론사의 현직 기자나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가 사직 직후 청와대 대변인이나 홍보수석, 수석비서관 등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언론 노조와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윤석열 정부 시절에도 일간지와 방송사, 종편의 주요 보도 부국장과 논설위원, 앵커, 현직 기자들이 사표 수리 직후 대통령실 해외홍보비서관이나 대변인, 홍보기획비서관 행정관 등으로 자리를 옮긴 바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사표 수리절차조차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직 앵커의 청와대 대변인 임명 소식이 먼저 발표되어 윤리강령 위반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이처럼 언론인이 정치권으로 직행할 때마다 당사자들은 입신양명이 아닌 국익과 공직 봉사를 명분으로 내세우곤 했다. 그러나 언론계 내부에서는 저널리즘 윤리와 취재 현장의 객관성을 해친다는 비판이 늘 뒤따랐다. 취재 대상이었던 권력 기관으로 바로 적을 옮기는 행위는 그간 수행해 온 보도의 진정성마저 의심받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권력과 언론 사이의 건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직 언론인의 정치권 진출 시 일정 기간 자숙이나 이탈을 강제하는 제도적·윤리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체적인 냉각기 마련 없이는 언론의 중립성과 신뢰성을 둘러싼 잔혹한 잔혹사가 향후에도 끊이지 않고 되풀이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