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T1 고!" 카자흐스탄 달군 한국 게임의 힘

 중앙아시아의 광활한 초원 위에 세워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비라인 아레나가 한국 게임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세계 최대 규모의 피지털 스포츠 축제인 '게임스 오브 더 퓨처(GOTF)'에서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가 배틀로얄 부문 정식 종목으로 첫선을 보이며 현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한국에서 온 지케이 이스포츠와 T1 등 주요 팀들의 이름을 연호하며 e스포츠가 국경을 넘은 문화 언어임을 증명했다.

 

이번 대회는 사흘간 총 15차례의 치열한 매치를 통해 최종 승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한국 대표로 출전한 지케이 이스포츠는 최종 5위를 기록하며 선전했고, DN수퍼스와 T1 역시 각각 9위와 10위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 e스포츠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비록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는 못했지만, 세계적인 강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현지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카자흐스탄 현지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온라인 생중계에만 8만 명 이상의 시청자가 몰렸으며, 경기장에는 어린 자녀와 함께 온 가족 단위 관람객부터 페이스페인팅을 한 청소년들까지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러한 열풍의 배경에는 e스포츠를 차세대 국가 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카자흐스탄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e스포츠 발전 구상'을 통해 전문 선수 육성과 인프라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지의 독특한 IT 문화인 '컴퓨터 클럽' 또한 e스포츠 대중화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의 PC방과 유사한 이 공간은 이제 단순한 오락 장소를 넘어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청소년들의 체계적인 훈련장으로 탈바꿈했다. 아스타나 시내의 클럽 운영자들은 최근 들어 취미로 게임을 즐기는 이들보다 실제 대회 출전을 목표로 전략을 연구하는 학생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배틀그라운드는 카자흐스탄 젊은 층 사이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종목이다. 현지 연고 팀인 디가 이스포츠가 국제 무대에서 꾸준한 성과를 내며 인지도를 쌓아온 덕분에, 배틀그라운드는 중앙아시아 e스포츠 시장의 주류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경기장을 찾은 현지 청소년들은 친구들과 가장 즐겨 하는 게임을 직접 눈앞에서 관람할 수 있다는 사실에 열광하며 한국 게임에 대한 깊은 친밀감을 드러냈다.

 

카자흐스탄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e스포츠 종주국인 한국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단순한 대회 유치를 넘어 인적 교류와 기술 협력 등 다각적인 분야에서 한국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는 기대다. 중앙아시아의 e스포츠 열기가 한국 게임 산업의 새로운 수출 활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아스타나에서 울려 퍼진 함성은 양국 문화 교류의 새로운 장을 여는 신호탄이 되었다.

 

 

 

짐 싸는 금융 공기업…거래처 이탈에 '비명'

 정부가 추진 중인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금융권에서는 막대한 비용 투입과 효율성 저하에 대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사옥 신축과 직원들의 정착 지원에만 수천억 원의 혈세가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이전 이후 발생할 유무형의 손실이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을 압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금융 업무의 핵심인 대면 협업과 정보 교환이 수도권에 집중된 현실을 외면한 채 물리적 이전만 강행할 경우, 국가 금융 경쟁력 자체가 후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의 분석에 따르면, 본사 이전에 필요한 비용은 토지 매입비를 제외하고도 최소 2,52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신축 비용과 임직원 주거 지원비를 합산한 수치로, 실제 이전이 가능한 인원을 고려하면 직원 1인당 약 5억 원이 넘는 비용이 소요되는 셈이다. 이러한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원의 현장 검사 대상 업체 대다수가 수도권에 위치해 있어 직원들이 다시 서울로 장기 출장을 떠나는 역출장 현상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과거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에도 수도권행 셔틀버스 운영에만 약 2,00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된 전례가 있다. 금융권은 이러한 추가 운영비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지방 이전의 경제적 효과가 완전히 상쇄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금융 업무 특성상 대사관, 해외 발주처, 대형 투자사들과의 긴밀한 협의가 필수적인데, 지방 이전으로 인해 이들과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면 단순한 교통비를 넘어 사업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는 기회비용이 발생하게 된다는 논리다.산업은행의 사례를 보면 우려는 더욱 구체화된다. 부산 이전 시 향후 10년간 발생할 재무적 손실이 7조 원을 상회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수익 감소분이 손실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거래처나 협업 기관들 역시 지방 이전이 업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응답했다. 실제로 산업은행을 따라 본사를 지방으로 옮기겠다는 거래처는 극소수에 불과해, 금융 생태계의 단절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고용 불안 문제도 심각한 쟁점이다. 금융기관 본점이 이전할 경우 시설 관리나 미화 등을 담당하는 자회사 직원 수백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위기에 처해 있다. 본점 업무와 밀접하게 연계된 간접 고용 인력들에 대한 대책 없이 이전이 강행될 경우 대규모 실업 사태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인재 이탈 현상도 가속화되어 숙련된 금융 전문가들이 지방 근무를 기피하며 민간 금융사로 자리를 옮기는 현상이 이미 감지되고 있다.정부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 '집중형 이전' 방식을 통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정 지역에 앵커 기업과 연구기관을 함께 배치해 부대 효과를 극대화하고, 정책자금 공급 규모를 대폭 늘려 지방 금융 활성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1차 이전 기관 중 상당수 지역에서 인구가 오히려 감소하는 등 혁신도시의 실효성 논란이 여전한 상황이라, 금융권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구체적인 청사진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