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오리온·롯데, '한국 미감' 입히니 매출 폭발

 국내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역대급 속도로 증가하면서 식품업계가 이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한국다움' 경쟁에 돌입했다. 단순히 기존 제품을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 한국의 전통 의복과 회화, 건축미를 제품 패키지와 매장 공간에 녹여내는 전략이 주효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최근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카드 지출액은 월간 2조 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일상적인 과자와 음료가 고급 기념품으로 재탄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리온은 임금과 선비 등 전통 복식을 입힌 '코리아 에디션'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명동과 서울역 등 주요 거점 매장에서는 전통 요소를 가미한 스낵 제품 매출이 전년 대비 120% 이상 폭증하며 K-컬처의 영향력을 실감케 했다.

 


전통 유산과의 협업은 음료 시장에서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웅진식품은 국가유산진흥원과 손잡고 일월오봉도나 고려청자 같은 대표적인 문화유산을 차음료 패키지에 담아냈다. 소비자들은 일상적으로 마시는 보리차나 옥수수수염차를 통해 한국의 미적 가치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갈증 해소를 넘어 한국 여행의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다.

 

제과업계의 대표 주자인 롯데웰푸드 역시 국가적 행사를 통해 한국의 미감을 전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최근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광화문과 단청 문양을 입힌 특별 에디션 제품을 선보이며 각국 대표단에게 K-스낵의 위상을 알렸다. 이는 빼빼로와 같은 친숙한 제품이 한국의 국가유산을 홍보하는 문화 대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베이커리 업계는 맛과 시각적 요소를 결합한 오감 만족 전략을 펼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K파바'라는 슬로건 아래 비빔밥이나 한복의 색감을 구현한 케이크를 출시하며 외국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고추장 불고기를 활용한 샌드위치나 갓과 댕기를 모티프로 한 굿즈 제작은 한국적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매장 방문 자체를 하나의 관광 코스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제 외국인 관광객들이 단순한 가격 경쟁력보다는 제품에 담긴 스토리와 한국 특유의 감성에 더 큰 가치를 둔다고 분석한다. K-콘텐츠를 통해 한국 문화에 익숙해진 이들에게 '한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함'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 된 셈이다. 내수 침체 속에서 방한 관광객이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식품 기업들의 한국다움 강화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넷플릭스, 800명 감원설에 주가도 흔들

 넷플릭스가 대규모 인력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의 성장 둔화 우려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가입자 확대와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로 몸집을 키워온 넷플릭스가 비용 효율화에 나설 경우, OTT 업계 전반에도 구조조정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9일 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넷플릭스가 전체 인력의 약 5%에 해당하는 800명가량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감원 대상은 영화와 드라마 등 콘텐츠 제작을 담당하는 크리에이티브 조직에 집중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넷플릭스가 실제로 이번 감원을 단행하면 2022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구조조정이 된다.넷플릭스는 2022년에도 구독자 감소 여파로 두 차례 인력 감축을 진행했다. 같은 해 5월 정규직 150명과 일부 계약직을 내보낸 데 이어, 6월에는 약 300명을 추가로 감원했다. 당시 팬데믹 특수가 끝나고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넷플릭스는 광고 요금제 도입, 계정 공유 단속, 콘텐츠 투자 조정 등 수익성 개선 전략을 추진했다.이번 감원설의 배경에는 시청 시간 성장세 둔화가 있다. 넷플릭스는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대해 왔지만, 올해 상반기 플랫폼 시청 시간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 늘어나는 데 그쳤다. 투자자들은 콘텐츠 투자 규모에 비해 이용자 체류 시간이 충분히 늘지 않고 있다며 비용 통제와 수익성 개선을 요구해 왔다.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는 최근 블룸버그 스크린타임 행사에서 회사의 성장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원하는 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는 넷플릭스가 단순 가입자 수 확대를 넘어 시청 시간과 광고 수익, 콘텐츠 효율성 관리에 더 큰 압박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주가 하락도 부담이다. 넷플릭스 주가는 최근 1년 동안 약 42%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만 24% 하락했고, 지난 9월 한 달 동안에도 14% 내렸다. 글로벌 흥행작 부족과 경쟁 심화, 성장 둔화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넷플릭스가 고비용 콘텐츠 전략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투자 대비 성과를 더 명확히 입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경쟁 환경도 녹록지 않다. 특히 유튜브는 거실 TV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지난 7월 미국 TV 시청 시간 점유율에서 유튜브는 14.2%를 기록해 넷플릭스의 7.8%를 크게 앞섰다. 과거 짧은 영상 중심 플랫폼으로 인식되던 유튜브가 TV 화면에서 장시간 시청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면서 넷플릭스의 핵심 시청 시간을 압박하고 있다.넷플릭스는 게임 사업도 재편하고 있다. 지난 8월 할리우드 소재 게임 스튜디오 나이트스쿨의 사업을 중단한 데 이어, 핀란드 헬싱키의 게임 스튜디오 문루트도 폐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수익성이 검증된 영역에 자원을 집중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업계에서는 이번 감원설이 넷플릭스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OTT 산업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본다. 가입자 성장률이 둔화되고 광고 기반 수익 모델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플랫폼 기업들은 콘텐츠 투자 확대와 비용 절감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넷플릭스의 구조조정 여부는 향후 OTT 업계의 투자 전략과 고용 흐름을 가늠할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