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한국계 스틸 대사 부임, 18개월 공백 끝났다

 미셸 스틸 신임 주한 미국 대사가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 땅을 밟았다. 서울 태생인 스틸 대사는 입국장에서 한국어로 소회를 밝히며 고국으로 돌아온 만감을 표현하는 동시에, 한미 동맹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결속력을 가진 관계임을 강조했다. 그는 전쟁의 포화 속에서 피로 맺어진 양국의 유대가 역내 평화의 핵심축임을 역설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더 안전하고 번영하는 동맹의 비전을 실현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번 부임으로 500일 넘게 비어 있던 주한 미국 대사직이 마침내 채워지게 되었다.

 

1975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스틸 대사는 공화당 하원 의원을 두 차례 지낸 중진 정치인 출신이다. 성 김 전 대사에 이어 두 번째 한국계 대사라는 타이틀은 양국 간 정서적 거리를 좁힐 수 있는 가교 역할을 기대하게 만든다. 우리 외교당국 역시 그가 한국의 특수한 상황과 여론을 미국 본토에 전달하는 효율적인 소통 창구가 되어주길 바라는 눈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의 두터운 친분은 미 행정부의 핵심 의중을 한국 정부에 직접 전달하거나 조율하는 데 강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환영의 분위기 이면에는 날 선 우려도 공존하고 있다. 스틸 대사가 철저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한국 정부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과거 의원 시절부터 중국 공산당의 위협에 대해 초당적인 강경 대응을 주문해왔으며, 이는 한국에 대중국 견제 전선 동참을 강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없이는 종전선언에 반대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해온 점도, 북한과의 평화적 공존을 모색하는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와 충돌할 수 있는 지점이다.

 

가장 민감한 현안은 경제 영역에서 돌출되고 있다. 스틸 대사는 인준 청문회 당시 미국 기업이 한국 시장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장벽을 제거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는 최근 한미 간 갈등 양상을 보이는 쿠팡 등 플랫폼 기업 규제 문제나 대미 투자 압박과 직결된다. 미국 기업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챙기겠다는 그의 의지는 향후 통상 협상 과정에서 한국 기업과 정부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입국 현장에서 벌어진 소요 사태는 그를 바라보는 국내의 복잡한 시각을 대변했다. 수십 명의 시민단체 회원들은 스틸 대사의 임명을 반대하며 공항 내에서 거센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스틸 대사가 미국 기업을 비호하며 내정 간섭을 일삼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퇴진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었다. 스틸 대사는 준비한 성명문을 낭독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고 서둘러 공항을 빠져나갔으나, 그를 향한 시민사회의 차가운 시선은 향후 활동 과정에서 넘어야 할 숙제로 남게 됐다.

 

스틸 대사는 조만간 외교부에 신임장 사본을 제출하고 공식적인 업무에 착수할 예정이다. 한국계라는 정체성과 미국 정치인으로서의 충성심 사이에서 그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따라 향후 한미 관계의 온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가 가진 정·관계 네트워크를 활용해 실익을 챙기면서도, 미 우선주의의 파고를 넘어야 하는 까다로운 외교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양국 동맹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는 그의 선언이 협력의 확대가 될지, 아니면 압박의 시작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검이 왜 판사 배제 요청했나…김승원 의혹 일파만파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코로나19 신약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 청탁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이 김 후보자와 술자리를 함께한 판사를 영장심사에서 제외해 달라고 대법원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검이 직접 대법원을 찾아 신약 로비 사건의 영장심사를 담당하는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 판사 정모씨를 배제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있는지 공개적으로 물었다. 한 의원은 그 근거로 수사 과정에서 정 판사와 김 후보자, 청탁 브로커 양모씨가 함께 찍힌 사진과 김 후보자 및 양씨가 정 판사를 술자리로 불러내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확보됐다는 점을 거론했다.한 의원의 주장은 이 같은 친분 관계 때문에 정 판사가 로비 의혹 사건에 연루된 코로나19 신약 개발업체 제넨셀 설립자 강모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어졌다. 즉, 영장심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대검이 판사 배제를 요구했다는 것이다.이와 함께 김 후보자와 양씨, 정 판사가 함께한 자리에서 찍은 사진도 공개됐다. 해당 사진은 과거 양씨가 자신의 SNS에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진 속 정 판사는 입을 벌린 채 손가락으로 브이(V) 표시를 하고 있다. 양씨는 당시 게시물에서 야근하던 중 김 후보자로부터 안부 전화를 받았고, 김 후보자가 “30분 보려고? 무리하지 마”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양씨가 장소의 주소를 문자로 받은 뒤 만남이 이뤄졌다는 내용이다.양씨는 과거 유흥주점을 운영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신약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서 도움을 주는 브로커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김 후보자가 양씨에게 후원금과 관련한 발언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검찰은 2021년 10월 26일 식약처 승인 시점으로부터 열흘가량 앞선 때에 김 후보자와 양씨가 만났고, 이 자리에서 김 후보자가 후원금 최대 한도인 500만원을 언급하며 일이 잘 풀릴 경우 그 정도를 해주면 된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실제로 해당 금액이 입금된 사실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양씨가 제3자에게 신약 승인 청탁 과정을 설명하는 내용이 담긴 육성 파일도 공개됐다. 채널A 보도에 따르면 양씨는 김 후보자에게 이야기해 식약처장과 직접 소통하도록 했으며, 김 후보자가 식약처장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또는 문자 내용을 캡처해 자신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자료를 다른 사람에게 발송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고 이를 교수에게 직접 보여줬으며, 이후 다음 날 승인이 이뤄졌다는 취지로 말했다.김 후보자가 민주당 경기도당위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추가로 나왔다. 경기도당이 일부 당직자들에게 실제 급여와 별도로 200여만원을 더 지급한 뒤,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정치자금 지출 계좌가 아닌 특정 당직자 명의의 개인 통장으로 돈을 보냈다는 것이 의혹의 주요 내용이다. 한 의원은 특정 당직자의 계좌에 지속적으로 돈을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만든 뒤 사용한 사실이 있는지 공개적으로 질의했다. 김 후보자는 2024년 8월부터 2년 동안 경기도당위원장을 맡았다.김 후보자는 3일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해 관련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신약 승인 청탁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이 2021년부터 3년 동안 10여 명의 검사를 투입해 수사를 진행했음에도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며 억울한 부분을 끝까지 풀고 싶다고 말했다.경기도당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서는 중앙당에 회계 감사를 요청했으며 관련 절차에 따라 조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이재명 대통령 사건의 공소취소 문제에 대해서는 법무부 장관에게 직접적인 공소취소 권한이 없고, 검찰총장을 통해 지휘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과거 공소취소의 필요성을 주장했던 것과 관련해서는 국회의원으로서 불법 수사로 인해 조작된 기소라면 국가가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하겠다는 취지로 설명했다.한편 김 후보자가 판사로 근무한 뒤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2008년 2월까지 수원지법에서 판사로 근무했으며, 같은 해 7월 수원지방법원에서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70만원의 벌금 처분을 받았다.야권에서는 김 후보자를 향한 비판이 이어졌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신약 승인 청탁 의혹이 명백한 뇌물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고, 한 의원은 인사청문회가 아니라 특검을 통해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역시 검찰 개혁이 대통령의 공소취소를 위한 우회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며 김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