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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다완의 비밀…임진왜란은 도자기 전쟁

 일본은 은광 개발로 축적한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조총과 화약 등 최신 무기를 사들이며 군사력을 키웠다. 100년 넘는 내전을 거치며 단련된 일본의 에너지는 대륙 진출이라는 야욕으로 이어졌고, 이는 결국 1592년 임진왜란이라는 비극을 초래했다. 하지만 이 전쟁의 이면에는 영토 확장 이상의 목적이 숨어 있었는데, 바로 조선의 독보적인 도자기 기술과 도공들을 확보하려는 문화적 약탈이었다. 당시 일본 지배층 사이에서 불어닥친 다도 열풍은 조선의 분청사기를 단순한 그릇 이상의 전략 자산으로 격상시켰다.

 

전쟁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다도에 깊이 심취해 이를 통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한 인물이었다. 그는 다성 센 리큐를 스승으로 모시며 일본만의 독특한 다도 문화를 정립했다. 당시 일본 다도의 핵심은 가루차를 물에 풀어 마시는 말차였는데, 이를 담아내는 그릇인 다완은 차가 쉽게 식지 않도록 크고 묵직해야 했다.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중국산 다기에 반발해 소박하고 정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던 일본 다도계는 조선의 투박한 분청사기에서 그들이 갈구하던 '와비·사비'의 정수를 발견했다.

 


조선에서 막사발로 불리며 백성들이 밥그릇이나 국그릇으로 쓰던 생활 자기는 일본 상인과 무사들의 눈에 최고의 명물로 비쳤다. 완벽한 대칭보다는 비대칭의 자연스러움을, 매끄러움보다는 투박한 질감을 지닌 막사발은 일본 다도가 추구하는 무소유와 평온의 철학에 완벽히 부합했다. 특히 그릇 밑부분에 뭉친 유약의 거친 감촉이 일본도의 손잡이와 유사하다는 점은 사무라이들의 소유욕을 자극했다. 조선의 흔한 흙으로 빚은 그릇이 일본에서는 성 한 채와 바꿀 정도의 귀한 대접을 받게 된 배경이다.

 

실제로 일본 교토 다이도쿠치가 소장한 일본 국보 26호 '이도다완'은 조선의 이름 없는 도공이 만든 막사발이다. 조선의 생활용품이 일본의 국보가 된 이 아이러니한 상황은 임진왜란이 왜 '도자기 전쟁'으로 불리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히데요시는 침공 직후 조선의 유능한 도공들을 잡아오라는 칙령을 내릴 정도로 도자기 기술 확보에 집착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조선 도공이 일본으로 끌려갔고, 찬란했던 분청사기의 맥은 조선 땅에서 끊기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고흥 운암산 서쪽의 운대리 일대는 이러한 분청사기의 황금기를 증언하는 귀중한 유적지다. 이곳에는 청자와 분청사기 가마터 30여 개소가 밀집해 있어 고려에서 조선으로 이어지는 자기 변천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유약에 그릇을 통째로 담갔다 빼는 '덤벙 분청사기'는 고흥 운대리에서 독보적인 예술적 경지에 올랐다. 꾸밈없는 순백의 미를 자랑하는 덤벙 분청사기는 조선 도자기 미학의 정점으로 평가받으며 오늘날까지도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임진왜란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조선의 분청사기는 한 나라의 국보가 되기도, 한 나라의 기술 단절을 가져오기도 했다. 고흥 운암산의 가마터는 그 찬란했던 예술혼과 전쟁의 상흔을 동시에 품은 채 오늘날 우리 곁에 남아 있다. 400여 년 전 일본 무사들이 성을 내주면서까지 갖고 싶어 했던 조선 막사발의 진정한 가치는, 비대칭의 투박함 속에 담긴 우리 민족의 소박하고도 강인한 생명력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민주당 당권 토론, 부동산·탈당 이력 격돌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리더십을 결정지을 8·17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들이 마지막 TV 토론회에서 격돌하며 당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12일 열린 토론회에서 송영길, 정청래, 김민석 후보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할 적임자임을 자처하며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토론 초반부터 후보들은 부동산 공급 대책과 금융 정책 등 민감한 경제 현안을 두고 서로의 전문성을 검증하는 날 선 질문을 쏟아내며 긴장감을 높였다.가장 뜨거웠던 쟁점은 부동산 정책과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책임론이었다. 정 후보는 김 후보를 향해 주택 공급 수치를 제시하며 정책 이해도를 파고들었고, 김 후보는 단순한 수치 비교보다는 주거 뉴딜이라는 본질적 해법이 중요하다며 맞받았다. 특히 과거 시행령 서명 문제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이어지자 김 후보는 여권 전체의 공동 책임임을 강조하며 개인에 대한 정치적 공격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는 등 팽팽한 기 싸움을 이어갔다.후보들 사이의 감정 섞인 과거 이력 공방도 토론의 열기를 더했다. 정 후보는 상대 후보의 탈당 전력을 거론하며 당에 대한 충성심을 파고들었고, 김 후보는 정 후보의 과거 발언이 선거 패배의 원인이 되었다며 배신자 프레임으로 응수했다. 송 후보 역시 정 후보의 과거 행적을 꼬집으며 가세하는 등 세 후보는 당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두고 한 치의 양보 없는 설전을 벌이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치열한 공방 속에서도 당의 분열을 경계하는 화합의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김 후보는 전당대회 이후 당의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이재명 대통령과의 만찬에 정 후보와 동행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송 후보 또한 세 후보가 모두 민주당 정부 탄생의 주역임을 강조하는 '동조동근' 정신을 언급하며, 이번 선거가 계파 갈등을 넘어 정부 성공을 위한 결속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토론 막바지에 마련된 칭찬 코너에서는 잠시나마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정 후보는 동료 후보들의 의지와 경륜을 높이 평가했고, 송 후보는 상대의 공부하는 자세와 조정 능력을 치켜세우며 예우를 갖췄다. 김 후보 역시 정 후보의 순발력과 성실함을 인정하며 긴박했던 토론의 긴장감을 완화했다. 이러한 모습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결국 한 뿌리에서 나온 동지라는 점을 당원들에게 각인시키려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마지막 토론을 마친 세 후보는 이제 운명의 17일 전당대회만을 남겨두게 됐다. 토론회에서 보여준 각 후보의 정책 비전과 위기관리 능력, 그리고 막판에 강조한 통합의 메시지가 유권자들의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민주당은 이번 토론회에서 제기된 각종 현안과 비판을 수렴해 전당대회 이후 안정적인 지도부를 구성하고 국정 운영의 핵심 축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준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