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국회 앞 근조화환 시위 "레버리지 퇴출하라"

 국내 자본시장의 안정성을 뒤흔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해 여야 정치권이 금융 당국의 실책을 강력히 질타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29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최근의 시장 혼란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히며, 오는 31일부터 시행되는 기본예탁금 3,000만 원 인상안에 이어 추가적인 규제 강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여기에는 예탁금 기준을 더 높이거나 레버리지 배율을 하향 조정하고, 거래 대상을 전문 투자자로 한정하는 등의 고강도 대책이 포함될 전망이다.

 

정치권은 특히 상장지수펀드(ETF)의 본질인 분산 투자 원칙이 훼손된 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단일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고위험 상품에 ETF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투자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과 전문성을 갖춘 전문 투자자에게만 해당 상품의 문호를 개방하는 방안을 해결책 중 하나로 제시했다. 야당 측에서는 대책 마련 시점이 너무 늦었다는 비판과 함께 기본예탁금을 5,000만 원까지 대폭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여당인 국민의힘 역시 이번 사태를 금융 당국이 초래한 '인재'로 규정하며 날을 세웠다. 일부 의원들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 없이 속전속결로 진행된 배경에 의구심을 표하며, 선거 등을 의식한 정무적 판단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현 정부 들어 증시 변동성이 극심해진 점을 꼬집으며, 경제 라인의 전면적인 교체와 정책 실장의 경질을 강력히 요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러한 외압 의혹에 대해 이억원 위원장은 해외 시장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제도 개선 차원이었을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국내외 연구기관과 언론 등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글로벌 스탠다드 부합 요청에 따라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결정된 사항이라는 설명이다. 함께 출석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또한 현재의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시장의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 감독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시장 밖의 분노도 극에 달하고 있다. 이날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폐지를 주장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근조화환 수십 개가 줄지어 설치됐다. 주식시장 정상화를 요구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화환에 '도박장으로 변질된 증시'나 '레버리지 상품 즉각 퇴출'과 같은 강도 높은 비판 문구를 적어 당국의 무능함을 규탄했다. 투자자들은 정부가 혁신이라는 미명 아래 투기판을 깔아주었다며 실질적인 손실 보전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정무위 보고를 토대로 세부적인 시장 안정화 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미 막대한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의 원성과 정치권의 책임 추궁이 거세지고 있어, 단순한 제도 수정을 넘어선 근본적인 신뢰 회복이 시급한 상황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가져온 후폭풍이 증시를 넘어 정국 전체를 흔드는 대형 악재로 부상하면서, 향후 금융 정책의 방향성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 8370억원 손배소 승소…영풍은 항소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 측이 제기한 약 83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고려아연 이사들이 자기주식을 공개매수하는 과정에서 법령과 정관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판결로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는 22일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비롯한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영풍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내린 결정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며 약 8370억원의 배상을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해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사들의 경영상 판단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만한 위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재판부는 고려아연 이사들의 자기주식 취득 결정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위반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사는 회사 경영에 관한 재량권을 가지며, 법령을 위반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합리적으로 판단해 의사결정을 내렸다면 그 결과만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경영상 판단의 내용이 현저하게 불합리하지 않은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법원은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 결정이 이 같은 경영 판단의 범위 안에 있다고 봤다. 당시 고려아연 이사들은 영풍 측의 공개매수를 회사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였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이사들이 관련 법령에 따른 절차와 제한을 준수하고 외부 법률 자문 등을 검토했으며, 일정 수준의 할증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을 고려해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판단이 현저하게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결론이다.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상법이나 회사 정관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법 제462조 제1항에 규정된 배당가능이익과 관련해서도 영풍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배당가능이익은 회사가 주주에게 이익을 배당할 수 있는 한도를 의미하며, 자기주식을 취득할 때도 해당 한도 내에서 매입해야 한다. 그러나 법원은 이 규정이 자기주식 취득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의 총규모를 제한하는 것이지, 취득 자금이 어떤 회계 항목에서 마련됐는지를 기준으로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규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자기주식 취득에 특정 재원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법령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회사 정관에 중간배당을 할 때 특정 목적의 임의준비금을 재원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 있다는 점도 쟁점이 됐다. 다만 재판부는 해당 규정을 자기주식 취득에 그대로 적용하거나 유추해 적용할 수는 없다고 봤다. 따라서 해당 재원을 자기주식 매입에 활용한 것이 정관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이번 소송은 영풍이 2024년 11월 최 회장 등 고려아연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했다. 영풍은 이사들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가 이사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책임을 추궁하는 절차다. 소송에서 주주 측이 승소하더라도 배상금은 소송을 제기한 주주 개인에게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돌아간다.영풍이 문제 삼은 것은 고려아연 이사회의 자기주식 공개매수였다. 영풍 측은 주당 약 56만원 수준이던 고려아연 주식을 89만원에 공개매수해 총 204만30주의 자기주식을 취득한 결정이 회사에 손해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한 만큼 회사의 자산에 손실이 발생했고, 이를 결정한 이사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 양측은 경영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이어왔다. 그러나 법원은 공개매수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 등을 검토한 이사회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풍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고려아연은 이날 별도로 진행된 한화 지분 매각 관련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고려아연은 두 건의 판결을 통해 자기주식 공개매수와 한화 지분 매각을 둘러싼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영풍과 MBK가 적대적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방해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소송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 같은 소송 제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반면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하고 항소 방침을 밝혔다. 양측은 상급심에서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위법성과 고려아연 이사회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다시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로 일단락된 듯 보였던 손해배상 분쟁은 항소심에서 다시 이어질 전망이다.이번 판결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이사회가 내린 주요 의사결정의 적법성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법원은 자기주식 취득 결정 당시 이사들이 관련 법령과 절차를 검토하고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영풍·MBK 측이 항소를 예고한 만큼,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적법성과 이사들의 경영 판단에 대한 책임 범위는 상급심에서 다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