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교사와 제자가 만든 SF…산악영화제 이색 신작

 울산 울주군 영남알프스의 수려한 풍광 속에서 열리는 제11회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모든 연령층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투게더' 섹션의 주요 작품들을 29일 발표했다. 그동안 산과 자연, 인간의 도전을 깊이 있게 다뤄온 영화제 측은 올해 '투게더' 섹션을 통해 장르적 경계를 허물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포용적인 영상 문화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이번 섹션은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월드 프리미어' 작품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 영화제의 독창적인 위상을 한층 강화했다.

 

올해 상영작들은 생명의 역사부터 현대 사회의 인간관계까지 폭넓은 주제를 아우른다. 개미의 시선으로 생명의 발자취를 쫓는 '역사의 한 겹'을 비롯해 아이돌 팬덤 문화를 다룬 '1 대 다수의 사랑', 어린이들의 순수한 감정을 담아낸 '리틀 스튜어디스' 등이 관객들과의 첫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또한 울산 지역의 길고양이를 기록한 '화합로71번길'과 제주의 자연 소리를 담은 '소리숲' 등 로컬의 색채가 짙은 신작들도 이번 영화제를 통해 베일을 벗는다.

 


기후 위기와 이주민의 정체성 등 묵직한 시대적 담론을 예술적으로 풀어낸 수작들도 눈에 띈다. 해수면 상승 문제를 뮤지컬과 스톱 모션 기법으로 결합한 '새로운 시대'는 환경 문제를 감각적으로 전달하며, 신장 위구르 출신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투영된 '작은 용의 바다'는 이주 2세대가 겪는 정체성 탐구를 심도 있게 그려낸다. 브라질 여성들이 도자기를 빚으며 자아를 찾아가는 '전통을 빚는 여성들' 역시 국경을 넘어선 보편적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의 발전 속에서 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묻는 작품들도 전 세대에게 위로를 건넨다. 인공지능 시대의 공감을 다룬 SF 단편 '빈틈'과 종을 뛰어넘은 유대를 보여주는 '달달이는 내 룸메' 등은 현대인들에게 다정한 시선을 던진다. 이러한 작품들은 단순히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 간의 우정과 이해를 따뜻한 영상미로 구현해 내며 관객들의 마음을 녹일 예정이다.

 


창작자들의 이색적인 배경 또한 이번 영화제의 관전 포인트다. '빈틈'을 연출한 황의석 감독은 현직 초등학교 교사로서 제자인 최연아 학생과 공동 감독으로 참여해 교육 현장의 통찰력을 작품에 녹여냈다. 이 밖에도 댄서, 뮤지션, 다원예술 작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메가폰을 잡아 영화적 외연을 확장했다. '건전지 할머니'로 잘 알려진 전승배 감독은 신작 '건전지 가족' 시리즈를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가 정신을 다시금 증명한다.

 

제11회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오는 9월 18일부터 22일까지 닷새간 울주군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일대에서 성대하게 펼쳐진다. 영화제 관계자는 이번 '투게더' 섹션이 세대 간의 벽을 허물고 가족, 친구와 함께 영화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소중한 장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자연의 품에서 펼쳐지는 다채로운 영상 축제는 올가을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과 깊은 울림을 선사할 준비를 마쳤다.

 

고려아연, 8370억원 손배소 승소…영풍은 항소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 측이 제기한 약 83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고려아연 이사들이 자기주식을 공개매수하는 과정에서 법령과 정관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판결로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는 22일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비롯한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영풍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내린 결정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며 약 8370억원의 배상을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해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사들의 경영상 판단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만한 위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재판부는 고려아연 이사들의 자기주식 취득 결정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위반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사는 회사 경영에 관한 재량권을 가지며, 법령을 위반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합리적으로 판단해 의사결정을 내렸다면 그 결과만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경영상 판단의 내용이 현저하게 불합리하지 않은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법원은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 결정이 이 같은 경영 판단의 범위 안에 있다고 봤다. 당시 고려아연 이사들은 영풍 측의 공개매수를 회사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였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이사들이 관련 법령에 따른 절차와 제한을 준수하고 외부 법률 자문 등을 검토했으며, 일정 수준의 할증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을 고려해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판단이 현저하게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결론이다.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상법이나 회사 정관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법 제462조 제1항에 규정된 배당가능이익과 관련해서도 영풍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배당가능이익은 회사가 주주에게 이익을 배당할 수 있는 한도를 의미하며, 자기주식을 취득할 때도 해당 한도 내에서 매입해야 한다. 그러나 법원은 이 규정이 자기주식 취득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의 총규모를 제한하는 것이지, 취득 자금이 어떤 회계 항목에서 마련됐는지를 기준으로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규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자기주식 취득에 특정 재원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법령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회사 정관에 중간배당을 할 때 특정 목적의 임의준비금을 재원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 있다는 점도 쟁점이 됐다. 다만 재판부는 해당 규정을 자기주식 취득에 그대로 적용하거나 유추해 적용할 수는 없다고 봤다. 따라서 해당 재원을 자기주식 매입에 활용한 것이 정관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이번 소송은 영풍이 2024년 11월 최 회장 등 고려아연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했다. 영풍은 이사들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가 이사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책임을 추궁하는 절차다. 소송에서 주주 측이 승소하더라도 배상금은 소송을 제기한 주주 개인에게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돌아간다.영풍이 문제 삼은 것은 고려아연 이사회의 자기주식 공개매수였다. 영풍 측은 주당 약 56만원 수준이던 고려아연 주식을 89만원에 공개매수해 총 204만30주의 자기주식을 취득한 결정이 회사에 손해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한 만큼 회사의 자산에 손실이 발생했고, 이를 결정한 이사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 양측은 경영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이어왔다. 그러나 법원은 공개매수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 등을 검토한 이사회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풍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고려아연은 이날 별도로 진행된 한화 지분 매각 관련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고려아연은 두 건의 판결을 통해 자기주식 공개매수와 한화 지분 매각을 둘러싼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영풍과 MBK가 적대적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방해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소송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 같은 소송 제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반면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하고 항소 방침을 밝혔다. 양측은 상급심에서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위법성과 고려아연 이사회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다시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로 일단락된 듯 보였던 손해배상 분쟁은 항소심에서 다시 이어질 전망이다.이번 판결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이사회가 내린 주요 의사결정의 적법성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법원은 자기주식 취득 결정 당시 이사들이 관련 법령과 절차를 검토하고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영풍·MBK 측이 항소를 예고한 만큼,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적법성과 이사들의 경영 판단에 대한 책임 범위는 상급심에서 다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