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모아

포항 보릿돌교 붕괴, 낚시객 17명 고립

 경북 포항의 유명 해상 관광지인 보릿돌교가 대낮에 갑자기 붕괴하면서 휴가철 관광객들이 고립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28일 오후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장길리에 위치한 이 해상 인도교는 굉음과 함께 중간 교각 두 구간이 순식간에 바다로 내려앉았다. 이 사고로 다리 끝부분 갯바위에서 여유롭게 낚시를 즐기던 시민 17명이 퇴로가 끊겨 고립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와 민간 어선이 신속하게 합동 구조 작전을 펼친 끝에 고립자 전원을 무사히 구조했으며,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당시의 긴박했던 순간은 현장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대형 참사 직전이었음을 보여주었다. 영상 속 보릿돌교는 중앙부가 먼저 침하한 뒤 양옆의 상판이 연쇄적으로 꺾이며 바다를 향해 'W'자 형태로 무너져 내렸다. 특히 붕괴 지점에서 불과 10여 미터 떨어진 곳을 걷던 한 보행자가 다리가 무너지는 광경을 목격하고 급히 발길을 돌려 탈출하는 장면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해당 보행자가 조금만 더 일찍 진입했더라면 끔찍한 인명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며 당시의 긴박함을 전했다.

 


현장 목격자들은 폭발음과 맞먹는 거대한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다리가 사라졌다고 증언했다.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시민은 가게 안까지 들려온 굉음에 놀라 밖을 내다보니 바다 위로 거대한 물기둥이 치솟아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처음에는 보트가 지나가며 생긴 파도인 줄 알았으나, 이내 평소 보이던 다리 형태가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사고 직후 포항시와 소방, 해경 등 70여 명의 인력이 투입되어 수중 수색을 벌였으나 다행히 추가적인 피해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붕괴한 보릿돌교는 지난 2013년에 준공된 총길이 225m 규모의 해상 보행교로, 지역의 주요 관광 명소 중 하나다. 문제는 이 다리가 최근 안전 점검에서 C등급을 받았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이미 보수 및 보강 공사를 마친 상태였다는 점이다. 보강 공사를 완료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구조물이 힘없이 무너져 내린 것을 두고 부실 점검이나 시공 불량에 대한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포항시는 구조물 피로 누적과 최근의 기록적인 폭염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

 


포항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지역 내 유사한 해상 전망 시설에 대한 전수 점검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이가리 닻 전망대를 포함해 해상 보행교와 전망대 등 사고 위험이 있는 모든 시설의 출입을 일시 통제하고 긴급 안전 진단을 진행할 방침이다. 바다 위에 설치된 구조물 특성상 염분에 의한 부식과 파도의 충격에 상시 노출되어 있어 더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의 점검 체계가 형식적이지 않았는지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경찰과 관계 당국은 교량의 설계부터 시공, 그리고 최근 진행된 보수 과정 전반에 걸쳐 위법 사항이 없었는지 면밀히 들여다볼 계획이다. 특히 안전 점검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가 적절했는지와 관리 주체인 지자체의 지도 감독 소홀 여부가 핵심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낮 관광지에서 발생한 이번 붕괴 사고는 시설물 안전 관리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으며, 정확한 원인 규명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고려아연, 8370억원 손배소 승소…영풍은 항소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 측이 제기한 약 83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고려아연 이사들이 자기주식을 공개매수하는 과정에서 법령과 정관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판결로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는 22일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비롯한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영풍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내린 결정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며 약 8370억원의 배상을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해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사들의 경영상 판단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만한 위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재판부는 고려아연 이사들의 자기주식 취득 결정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위반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사는 회사 경영에 관한 재량권을 가지며, 법령을 위반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합리적으로 판단해 의사결정을 내렸다면 그 결과만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경영상 판단의 내용이 현저하게 불합리하지 않은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법원은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 결정이 이 같은 경영 판단의 범위 안에 있다고 봤다. 당시 고려아연 이사들은 영풍 측의 공개매수를 회사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였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이사들이 관련 법령에 따른 절차와 제한을 준수하고 외부 법률 자문 등을 검토했으며, 일정 수준의 할증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을 고려해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판단이 현저하게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결론이다.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상법이나 회사 정관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법 제462조 제1항에 규정된 배당가능이익과 관련해서도 영풍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배당가능이익은 회사가 주주에게 이익을 배당할 수 있는 한도를 의미하며, 자기주식을 취득할 때도 해당 한도 내에서 매입해야 한다. 그러나 법원은 이 규정이 자기주식 취득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의 총규모를 제한하는 것이지, 취득 자금이 어떤 회계 항목에서 마련됐는지를 기준으로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규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자기주식 취득에 특정 재원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법령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회사 정관에 중간배당을 할 때 특정 목적의 임의준비금을 재원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 있다는 점도 쟁점이 됐다. 다만 재판부는 해당 규정을 자기주식 취득에 그대로 적용하거나 유추해 적용할 수는 없다고 봤다. 따라서 해당 재원을 자기주식 매입에 활용한 것이 정관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이번 소송은 영풍이 2024년 11월 최 회장 등 고려아연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했다. 영풍은 이사들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가 이사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책임을 추궁하는 절차다. 소송에서 주주 측이 승소하더라도 배상금은 소송을 제기한 주주 개인에게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돌아간다.영풍이 문제 삼은 것은 고려아연 이사회의 자기주식 공개매수였다. 영풍 측은 주당 약 56만원 수준이던 고려아연 주식을 89만원에 공개매수해 총 204만30주의 자기주식을 취득한 결정이 회사에 손해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한 만큼 회사의 자산에 손실이 발생했고, 이를 결정한 이사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 양측은 경영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이어왔다. 그러나 법원은 공개매수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 등을 검토한 이사회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풍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고려아연은 이날 별도로 진행된 한화 지분 매각 관련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고려아연은 두 건의 판결을 통해 자기주식 공개매수와 한화 지분 매각을 둘러싼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영풍과 MBK가 적대적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방해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소송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 같은 소송 제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반면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하고 항소 방침을 밝혔다. 양측은 상급심에서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위법성과 고려아연 이사회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다시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로 일단락된 듯 보였던 손해배상 분쟁은 항소심에서 다시 이어질 전망이다.이번 판결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이사회가 내린 주요 의사결정의 적법성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법원은 자기주식 취득 결정 당시 이사들이 관련 법령과 절차를 검토하고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영풍·MBK 측이 항소를 예고한 만큼,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적법성과 이사들의 경영 판단에 대한 책임 범위는 상급심에서 다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