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K-문학' 358만 부 팔렸다… 한강이 이끈 돌풍

 한국 문학이 전 세계 독자들의 서가에 깊숙이 침투하며 전례 없는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해외 시장에서 팔려 나간 우리 문학 도서가 358만 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거 특정 화제작에만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언어권에서 탄탄한 독자층을 형성하며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한국문학번역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총 40개의 언어로 번역된 1,026종의 작품들이 세계 곳곳에서 독자들과 만났다. 누적 판매량은 직전 5년 대비 90만 부 이상 급증하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세계 무대에서 가장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 주인공은 단연 한강 작가였다. 제주 4·3 사건의 비극을 다룬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영국과 프랑스를 포함한 13개국에서 약 3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리며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다.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상징적 사건이 기폭제가 되었지만, 작품이 지닌 보편적인 인간애와 문학적 완성도가 현지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결과로 분석된다. 한강의 또 다른 작품인 ‘희랍어 시간’ 역시 영어권에서 꾸준히 소비되며 한국 문학의 저력을 입증하는 핵심 동력이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장르와 언어권의 다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필굿(Feel-good) 소설’로 불리는 한국형 힐링 문학의 약진이 눈부시다. 황보름 작가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튀르키예어판은 현지에서만 16만 부 이상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 또한 폴란드 등 유럽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얻으며 한국적 정서가 담긴 이야기가 세계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 문학이 특정 소수 마니아층을 넘어 대중적인 소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음을 시사한다.

 

그래픽노블과 역사 소설 분야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취가 이어졌다. 김금숙 작가의 ‘풀’은 스페인에서 누적 6만 부 이상 판매되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을 세계에 알리는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 역시 중국어권 출간 직후 2만 부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하며 동양적 정서의 공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아동·청소년 문학에서는 손원평 작가의 ‘위풍당당 여우 꼬리’ 시리즈가 러시아에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는 등 한국 문학의 스펙트럼이 전 연령대와 장르로 확장되는 추세다.

 


한국문학번역원은 이러한 성과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지속 가능한 독자 기반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간 판매량이 2년 연속 120만 부에 육박했다는 수치는 한국 문학이 이미 세계 출판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음을 뒷받침한다. 번역원은 현지 출판사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시장의 수요를 정밀하게 파악하고, 전략적인 번역 지원을 강화해온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도 국내 출판사와 에이전시의 저작권 수출을 다각도로 지원하여 더 많은 작가가 세계 무대에 데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방침이다.

 

정부와 관련 기관은 한국 문학의 해외 확산을 가속화하기 위해 고품질 번역 인력 양성과 현지 마케팅 지원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전수용 번역원장은 한국 문학의 약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전략적 지원을 통해 세계 독자들과의 접점을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비영어권 시장에서의 잠재력이 확인된 만큼, 언어권별 맞춤형 홍보 전략이 향후 수출 규모를 결정짓는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국 문학은 이제 변방의 언어를 넘어 세계인이 함께 읽고 토론하는 보편적 예술로서 그 위상을 더욱 공고히 다져나가고 있다.

 

 

 

고려아연, 8370억원 손배소 승소…영풍은 항소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 측이 제기한 약 83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고려아연 이사들이 자기주식을 공개매수하는 과정에서 법령과 정관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판결로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는 22일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비롯한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영풍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내린 결정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며 약 8370억원의 배상을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해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사들의 경영상 판단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만한 위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재판부는 고려아연 이사들의 자기주식 취득 결정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위반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사는 회사 경영에 관한 재량권을 가지며, 법령을 위반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합리적으로 판단해 의사결정을 내렸다면 그 결과만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경영상 판단의 내용이 현저하게 불합리하지 않은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법원은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 결정이 이 같은 경영 판단의 범위 안에 있다고 봤다. 당시 고려아연 이사들은 영풍 측의 공개매수를 회사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였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이사들이 관련 법령에 따른 절차와 제한을 준수하고 외부 법률 자문 등을 검토했으며, 일정 수준의 할증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을 고려해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판단이 현저하게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결론이다.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상법이나 회사 정관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법 제462조 제1항에 규정된 배당가능이익과 관련해서도 영풍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배당가능이익은 회사가 주주에게 이익을 배당할 수 있는 한도를 의미하며, 자기주식을 취득할 때도 해당 한도 내에서 매입해야 한다. 그러나 법원은 이 규정이 자기주식 취득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의 총규모를 제한하는 것이지, 취득 자금이 어떤 회계 항목에서 마련됐는지를 기준으로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규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자기주식 취득에 특정 재원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법령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회사 정관에 중간배당을 할 때 특정 목적의 임의준비금을 재원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 있다는 점도 쟁점이 됐다. 다만 재판부는 해당 규정을 자기주식 취득에 그대로 적용하거나 유추해 적용할 수는 없다고 봤다. 따라서 해당 재원을 자기주식 매입에 활용한 것이 정관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이번 소송은 영풍이 2024년 11월 최 회장 등 고려아연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했다. 영풍은 이사들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가 이사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책임을 추궁하는 절차다. 소송에서 주주 측이 승소하더라도 배상금은 소송을 제기한 주주 개인에게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돌아간다.영풍이 문제 삼은 것은 고려아연 이사회의 자기주식 공개매수였다. 영풍 측은 주당 약 56만원 수준이던 고려아연 주식을 89만원에 공개매수해 총 204만30주의 자기주식을 취득한 결정이 회사에 손해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한 만큼 회사의 자산에 손실이 발생했고, 이를 결정한 이사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 양측은 경영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이어왔다. 그러나 법원은 공개매수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 등을 검토한 이사회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풍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고려아연은 이날 별도로 진행된 한화 지분 매각 관련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고려아연은 두 건의 판결을 통해 자기주식 공개매수와 한화 지분 매각을 둘러싼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영풍과 MBK가 적대적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방해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소송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 같은 소송 제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반면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하고 항소 방침을 밝혔다. 양측은 상급심에서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위법성과 고려아연 이사회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다시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로 일단락된 듯 보였던 손해배상 분쟁은 항소심에서 다시 이어질 전망이다.이번 판결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이사회가 내린 주요 의사결정의 적법성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법원은 자기주식 취득 결정 당시 이사들이 관련 법령과 절차를 검토하고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영풍·MBK 측이 항소를 예고한 만큼,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적법성과 이사들의 경영 판단에 대한 책임 범위는 상급심에서 다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