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윤석열 1심 집행유예, 국민의힘 397억 위기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국가로부터 보전받은 선거 비용 약 397억 원을 반환해야 할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는 27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중형으로, 향후 대법원에서 형이 최종 확정될 경우 국민의힘은 기탁금을 포함한 선거 보전 비용 전액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토해내야 한다. 법원의 이번 선고는 정권 교체 이후 야권의 공세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여권의 재정적 기반을 흔드는 결정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번 판결이 당의 존립을 위협하는 수준이라며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당의 회계 보고서에 따르면 총자산 1,315억 원 중 대부분이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에 묶여 있어, 400억 원에 가까운 현금을 즉각 마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건비와 조직 활동비 등 고정 지출을 제외하면 가용 현금이 턱없이 부족해, 최악의 경우 여의도 당사를 매각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 지도부는 이번 판결을 정치적 탄압으로 규정하고 위헌 소송 등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범야권은 1심 선고 직후 국민의힘을 향해 파상공세를 퍼부으며 즉각적인 비용 반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판결을 거짓말에 대한 사필귀정이라 평가하며, 자격 미달 후보를 내세워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 책임을 지고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국혁신당 등 제3지대 정당들도 국민의힘이 당사를 매각해서라도 국민의 돈을 갚아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야권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검찰 독재 정권의 정당성을 부정하며 정국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하려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국민의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정국은 더욱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 현재 공격을 주도하는 민주당 역시 이재명 대통령의 과거 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434억 원의 국고보조금 반환 문제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사건은 지난해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된 이후 현재 재판이 중지된 상태다. 만약 윤 전 대통령의 형이 확정되는 시점에 이 대통령의 재판도 재개되어 유죄가 확정된다면, 민주당 또한 국민의힘보다 더 큰 금액을 반환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국민의힘은 이러한 민주당의 약점을 파고들며 역공에 나섰다. 당 대변인실은 민주당의 상황이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라는 점에서 훨씬 더 시급하고 중대한 사안이라고 맞받아쳤다. 당사를 팔아야 한다면 금액이 더 큰 민주당부터 먼저 팔아야 할 것이라는 비아냥 섞인 반응도 나왔다. 여권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잣대를 이 대통령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며 중단된 재판의 즉각적인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이번 판결은 양당 모두에게 '당사 매각'이라는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강요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사법부의 판단이 거대 양당의 재정적 파산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정치는 실종되고 법정 공방만 남은 형국이다. 397억 원과 434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은 각 정당의 생존권과 직결되어 있어, 향후 상급심 재판 과정에서 양측의 사활을 건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국민의 혈세로 치러지는 선거의 책임감을 묻는 법원의 엄중한 잣대가 정치권 전체를 옥죄고 있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여의도 정가는 당사 매각설과 재판 재개 요구가 뒤섞인 혼란스러운 정국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가습기살균제 서영철 대표 별세, 투쟁은 계속된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진상 규명과 피해 회복을 위해 평생을 바쳐온 서영철 전국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연대 대표가 투병 끝에 향년 69세로 별세했다. 서 대표는 지난 11일 급성 기흉 증세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숨을 거두었으며, 그의 사망으로 정부에 인정받은 참사 피해 사망자는 총 1,422명으로 늘어났다. 고인은 생전 동료들에게 자신의 장례 대신 광화문광장에서의 투쟁을 당부했을 만큼 마지막 순간까지 참사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고인의 삶은 2000년대 초반 옥시와 애경의 제품을 사용한 이후 완전히 뒤바뀌었다. 호흡기 장애와 만성 폐쇄성 폐질환 등 복합적인 질병을 얻은 그는 휠체어와 산소발생기에 의지해야만 일상생활이 가능했다. 한때 건실한 사업가였던 서 대표는 오랜 투병 생활로 경제적 기반과 가정의 평온을 잃었지만, 자신보다 더 힘든 처지에 놓인 피해자들을 위해 2016년부터 본격적인 시민사회 활동에 뛰어들었다.서 대표는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자문위원과 피해자 대표 등을 역임하며 참사의 책임 소재를 밝히는 데 앞장섰다. 특히 2022년 SK 본사 앞 텐트 농성과 최근까지 이어진 경찰청 앞 1인 시위 등 몸이 불편한 상황에서도 현장을 지켰다. 올해 역시 국회와 광화문을 오가며 현행 특별법의 독소 조항 개정을 요구하는 등 숨 가쁜 행보를 이어갔으나, 사무실에 맡겨둔 산소통은 결국 주인을 잃은 유품이 되고 말았다.환경보건시민센터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가해 기업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제품 개발과 원료 공급을 담당했던 기업들과 당시 관리 감독 소홀의 책임이 있는 정부 부처 중 누구도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이번 사안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철저한 진상 규명에 나설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시민단체가 추산하는 가습기살균제 건강 피해자는 약 95만 명에 달하며, 이 중 사망자는 2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 피해를 신고한 인원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실제로 기업으로부터 정당한 배상이나 보상을 받은 피해자는 500여 명 수준에 머물러 있다. 참사가 공식 확인된 지 15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피해자는 여전히 법적, 경제적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는 실정이다.참사 15주년을 맞는 오는 31일까지 환경보건단체들은 집중 캠페인 기간을 운영하며 서 대표의 뜻을 기릴 예정이다. 이 기간에는 가해 기업들에 대한 파기환송심 재판 대응은 물론, 참사의 비극을 다룬 소설과 다큐멘터리를 매개로 한 북토크와 전시회 등 다양한 시민 참여 행사가 열린다. 피해자 단체는 서 대표가 남긴 마지막 유지를 받들어 정부와 기업이 완전한 해결책을 내놓을 때까지 단체 행동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