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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사 진해 존치 촉구, 창원시의회 여야 결집

 정부가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폐합해 대전 자운대에 ‘국군사관학교’를 설립하려는 계획에 속도를 내자, 해군사관학교의 본거지인 경남 창원 지역사회가 여야를 막론하고 강력한 반대 기치를 들었다. 창원특례시의회는 27일 본회의를 열고 해사 진해 존치 촉구 건의안을 채택하며 정부의 일방적인 통합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주도한 이번 건의안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별도의 반대 입장문을 발표하는 등, 지역 핵심 자산의 유출을 막기 위해 지역 정치권이 사실상 초당적으로 결집하는 모양새다.

 

창원 지역 정치권은 해군사관학교가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진해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상징하는 핵심 안보 자산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수십 년간 지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해사를 내륙 대도시로 이전하는 것은 정부가 내세운 지역균형발전 기조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민주당 시의원단은 해군의 본거지이자 지역 성장 동력인 해사 이전이 지방 소멸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다와 분리된 해군 교육은 세계적인 해양강국들의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형적인 구조라는 점도 반대 근거로 제시됐다.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종욱 의원은 해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투쟁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의원은 정부가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완전히 무시한 채 졸속으로 통합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강하게 규탄했다. 과거 해군작전사령부가 부산으로 이전한 데 이어 해사까지 떠날 경우 진해구민들의 자부심과 헌신이 완전히 외면받게 된다는 우려가 크다. 그는 미국 등 군사 강국들도 각 군의 특수성을 고려해 사관학교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항해와 해양 훈련이 불가능한 내륙으로의 이전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반발의 목소리는 경북 영천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육군3사관학교가 위치한 영천시 역시 새로운 국방교육 체계가 기존 학교의 위상을 약화시킬 것을 우려하며 공식적인 건의문을 준비 중이다. 김병삼 영천시장은 국군사관학교 설립 입지가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하며, 영천을 미래 국방과학기술 교육의 거점으로 육성하는 대안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방부와 국회가 지자체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수렴하는 절차를 마련하지 않을 경우 지역 민심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군 원로와 학부모들의 움직임도 조직화되고 있다. 육·해·공 3군 사관학교 총동창회는 국회 앞 대규모 궐기대회에 이어 정부의 공청회 계획이 요식행위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공동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행정절차법에 따라 공청회 주재자와 발표자를 정부와 동창회 측 인원으로 균등하게 구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정부가 편법을 동원해 통합안을 강행하려 할 경우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불복 투쟁에 나서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행정 절차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국방부는 내달 중순 공청회와 설명회를 통해 통합의 당위성을 설득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지역사회와 군 내부의 반발이 워낙 거세 난항이 예상된다. 각 군의 고유한 전통과 교육 환경을 무시한 통합이 군 전투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효율성만을 내세워 밀어붙이는 사관학교 통폐합안이 지역 균형 발전과 국방 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악수가 될지, 아니면 새로운 국방 혁신의 계기가 될지 향후 공청회 결과에 전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드론·로봇 시대…사관학교 교육체계 바뀌나

 이재명 대통령이 현대전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육·해·공군 사관학교의 통합 필요성을 강조했다. 드론과 레이저, 로봇 등 첨단 무기가 군별 경계를 넘나드는 만큼 장교 양성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취지다.이 대통령은 1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엑스(X)에 “전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드론은 어느 군의 무기라고 할 수 있을까요”라며 육군·해군·공군을 언급했다. 이어 “전장이 달라진 만큼 장교를 키우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밝혔다.또한 드론과 레이저, 로봇이 이미 육·해·공군의 영역을 넘나들고 있다며 사관학교 통합의 핵심은 미래전을 이끌 인재를 양성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게시글에는 병력 20만 명이 넘는 주요 10개국 가운데 통합 사관학교를 운영하는 국가가 없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국방부가 반박한 내용도 인용됐다.국방부는 병력 20만 명 이상인 전 세계 30개국을 기준으로 통합형 사관학교를 운영하는 국가는 11개국, 분리형은 19개국이라고 설명했다. 일본과 튀르키예의 경우 국방부는 통합형으로 분류했지만, 해당 언론 보도에서 인용한 조사에서는 혼합형으로 구분됐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들 국가 역시 공통 교육을 통합해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언은 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변화하는 전장 환경에 맞춰 군 장교 교육체계를 어떻게 개편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로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