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백범 김구의 떨리는 필체, 기증 유물로 만난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개인 소장가들의 숭고한 나눔으로 수집된 소중한 문화유산을 대중에게 선보이는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다. 27일부터 오는 11월 15일까지 상설전시관 기증4실에서 열리는 '아름다움을 나누는 마음-새로 맞이한 기증유물전 2'는 기증자들의 따뜻한 손길이 닿은 서예 작품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유물 공개를 넘어, 개인이 소중히 간직해온 역사의 파편들이 어떻게 공공의 자산으로 거듭나 우리 모두의 보물이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뜻깊은 전시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유물은 백범 김구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공개된 그의 친필 서예 작품들이다. 독립운동가 김용성의 며느리 정영복 씨가 기증한 이 병풍은 1949년 1월, 광복의 기쁨을 동지와 나누기 위해 작성된 것이다. 열 폭에 달하는 화면에는 김구 선생 특유의 떨리는 듯하면서도 힘 있는 필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봉창 의사의 의거를 회상하는 대목부터 나라의 기틀을 걱정하는 우국충정까지, 독립운동가로서 걸어온 고결한 생애와 정신이 붓끝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된다.

 


조선 시대 서예의 정수로 꼽히는 보물급 유물도 관람객을 맞이한다. 재일교포 사업가 고(故) 윤익성 씨의 자녀 윤광자 씨가 기증한 황기로의 초서 작품 '공경히 차운하다'가 그 주인공이다. 조선의 '초성(草聖)'이라 불릴 만큼 독보적인 경지에 올랐던 황기로의 필치는 마치 물이 흐르는 듯 유려하고 거침이 없다. 산수 속에서 유유자적하는 선비의 마음을 담아낸 이 작품은 기증자가 고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켜온 유산이라는 점에서 그 예술적 가치 이상의 감동을 선사한다.

 

최초로 공개되는 '정화제 송별 시첩'은 17세기 문인들의 돈독한 우정과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귀한 자료다. 법조인 조인호 씨가 기증한 이 시첩에는 1670년 청나라 북경으로 떠나는 정화제를 배웅하며 지인들이 써준 송별시들이 묶여 있다. 낯선 이국땅으로 향하는 벗을 향한 염려와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 그리고 변방에 대한 호기심이 정갈한 글씨 속에 녹아 있다. 훗날 함경도 종성부사로 부임할 때 받은 시들도 함께 수록되어 있어 당시 사대부들의 교유 문화를 입체적으로 살필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현재까지 약 320명의 기증자로부터 5만여 점이 넘는 문화유산을 기증받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2021년에 기증된 이기우의 전서 '무학산방' 등 그동안 수장고에 잠들어 있던 미공개 유물들이 대거 포함되어 기증 유물의 다양성을 확인시켜 준다. 박물관 측은 기증 유물이 공공의 자산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순차적인 교체 전시를 기획하고 있으며, 다음 전시는 오는 11월 말부터 내년 봄까지 이어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증자들의 결단은 사라질 뻔한 역사의 기록을 현재로 불러내어 미래 세대에게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유홍준 관장은 기증자의 뜻을 소중히 기리며 이러한 문화유산이 모두가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열린 자산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옛사람이 마음을 가다듬어 써 내려간 붓글씨들이 기증이라는 현대적 나눔을 통해 다시금 빛을 발하는 이번 전시는, 우리 문화재를 지키고 사랑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되새기게 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진숙 5·18 포럼 강행, 국회는 아수라장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관련 포럼이 정치권의 거센 후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은 당 원내지도부의 거듭된 개최 철회 요구에도 불구하고,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과 손잡고 행사를 강행했다. 이번 포럼은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학술적으로 검토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5·18을 '소요 사태'로 규정하거나 유공자 명단 공개를 압박하는 등 기존의 역사적 합의를 부정하는 발언들이 쏟아져 나와 논란의 중심에 섰다.이진숙 의원은 축사를 통해 5·18 민주화운동이 특정 진영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해당 사건이 성역화되는 현실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녀는 민주화운동 발생 46주년을 맞이한 시점에서도 자유로운 토론이 가로막혀 있다고 언급하며, 특히 유공자들의 구체적인 공적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은 5·18 정신의 헌법 수록을 추진해온 여야 공통의 흐름과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공동 주최자로 나선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의 발언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5·18 민주화운동을 민중 민족주의 사관이 확산된 결정적 계기인 '소요 사태'라고 표현하며, 이를 통해 형성된 비공식적 연대가 우리 사회의 사법과 언론 등 주요 기관을 장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역사적·법적 평가가 끝난 민주화운동을 폭동이나 소요로 폄훼하는 듯한 발언이 국회 한복판에서 나오자, 포럼장 밖에서는 이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행사장은 찬반 세력 간의 격렬한 대립으로 인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포럼 개최에 항의하는 방청객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주최 측 지지자들 사이에 고성과 욕설이 오갔고, 급기야 책을 휘두르거나 주먹다짐을 벌이는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했다. 현장에 경찰이 출동해 상황을 정리해야 할 정도로 소란이 극심해지자, 이 의원은 이러한 소동 자체가 행사를 방해하려는 특정 세력의 의도된 행동이라고 맞서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진보 진영은 즉각적인 제명 절차를 예고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지도부는 국회를 역사 왜곡의 장으로 전락시킨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며 이 의원의 사퇴와 당 차원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조국혁신당 또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제소를 검토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청와대 역시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가치를 훼손하는 시도는 사회적으로 엄단해야 할 사안이라며 이례적으로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여당인 국민의힘은 이 의원의 돌발 행동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원내지도부는 여러 차례 개인적인 토론회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소속 의원이 주도한 행사가 광주 민심을 자극하고 중도층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내부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당내에서는 지도부의 만류를 무시하고 행사를 강행한 이 의원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이번 사태가 향후 여야 관계와 정국 주도권 싸움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