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모아

벼랑 끝 여자배구, 반등 신호탄 쏜 차상현호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이 인도네시아와의 평가전 시리즈를 전승으로 장식하며 국제무대 반등을 위한 예열을 마쳤다. 차상현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26일 제천에서 열린 마지막 3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0의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로써 한국은 세 차례의 평가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최근 이어온 상승세를 입증했다. 하지만 사령탑인 차 감독은 승리의 기쁨보다는 다가올 주요 국제대회에 나설 최종 명단을 확정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에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차 감독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팀의 야전사령관 역할을 맡을 세터 포지션의 낙점이다. 현재 대표팀에는 김다인과 이수연, 이고은 등 각기 다른 장점을 가진 세 명의 세터가 합류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차 감독은 선수들에게 직접 통보하기 전이라 말을 아끼면서도, 지난 3경기를 치르는 동안 엔트리 구성을 두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음을 숨기지 않았다. 가용 자원 중 일부를 제외해야 하는 냉정한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면서 사령탑의 심리적 부담감은 최고조에 달한 모습이다.

 


대표팀은 그동안 김연경의 은퇴 이후 전례 없는 침체기를 겪으며 패배의식에 젖어 있었다. 지난해 발리볼네이션스리그 최하위 강등이라는 수모를 겪으며 세계랭킹도 30위까지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지난달 AVC컵 7전 전승 우승을 기점으로 분위기는 반전되었다. 차 감독은 선수들이 휴식기까지 반납하며 훈련에 매진한 결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며, 힘든 여정을 묵묵히 따라와 준 주장 강소휘를 비롯한 선수단 전체에 깊은 고마움을 전했다.

 

승리 속에서도 기술적인 보완점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차 감독은 특히 후위 공격의 점유율과 성공률을 끌어올리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국내 V리그의 경우 외국인 선수들에게 후위 공격 비중이 쏠려 있다 보니, 대표팀 선수들이 실전에서 파워 있는 백어택을 구사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전위에서의 조직적인 블로킹은 개선되었지만, 수비 이후 반격 상황에서 후위 공격수가 상대 수비를 위협할 수 있는 파괴력을 갖추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평가전 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자원들의 활약은 수확이다. 부상 재활을 마치고 합류한 육서영은 뛰어난 신장과 공격 파워를 앞세워 차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아직 실전 감각을 더 끌어올려야 하는 단계지만, 높이가 필요한 결정적인 순간에 강소휘 등 기존 주포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핵심 조커로 기대를 모은다. 차 감독은 육서영의 몸 상태가 완벽해진다면 대표팀의 공격 루트가 한층 다양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대표팀은 이제 동아시아선수권과 아시아선수권, 그리고 9월 아시안게임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일정에 돌입한다. 차 감독은 세계랭킹을 끌어올리고 메달권에 진입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인정하면서도,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는 절박함으로 승부에 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성적에 대한 과도한 압박보다는 눈앞의 경기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도장 깨기' 전략을 통해 여자배구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사령탑의 의지는 단호했다.

 

김태형, 성적표는 ‘777’인데 재계약설은 솔솔

 롯데 자이언츠의 시즌 종료 후 관심이 김태형 감독의 거취로 옮겨가고 있다. 세 시즌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한 가운데 재계약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동행을 이어갈 명분이 충분한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롯데는 2026시즌을 64승 3무 77패, 승률 0.454로 마쳤다. 최종 순위는 7위다. 2017년을 마지막으로 끊긴 가을야구의 명맥은 올해도 이어지지 않았다.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는 9년 연속으로 늘었다.2023년 10월 롯데와 3년 총액 24억 원에 계약한 김 감독에게 기대했던 역할은 분명했다. 두산 베어스를 이끌며 쌓은 우승 경험을 바탕으로 롯데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부임 이후 순위는 세 시즌 연속 7위에 머물렀다.김 감독 역시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계약 기간 안에 성과를 내지 못한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취지로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재계약 이야기가 나오자, 결과에 대한 평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재계약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쪽에서는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주목한다. 당장의 순위와 별개로 팀의 미래를 준비한 부분까지 평가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육성 성과를 인정하는 것과 이를 재계약의 근거로 삼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반론도 나온다.특히 과거 롯데 감독들에게 적용했던 기준과 비교하면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은 세 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도 재계약하지 못했다. 조원우 전 감독 역시 2017년 정규시즌 3위를 기록했지만, 이듬해 7위로 떨어진 뒤 팀을 떠났다.과거에는 가을야구 진출 경험이 있어도 성적 하락에 책임을 물었다. 이번에 다른 판단을 내린다면, 구단은 그 차이를 설명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김 감독의 롯데 재임 세 시즌 통산 성적은 196승 13무 223패, 승률 0.468이다. 직전 사령탑 래리 서튼 전 감독의 재임 기간 승률인 0.471에도 미치지 못한다. 선수 구성과 시즌별 여건이 달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성적만으로 재계약의 당위성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은 수치다.결국 핵심은 육성의 실체와 향후 경쟁력이다. 젊은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넘어, 어떤 부분에서 성장이 있었고 그것이 팀 성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 단순히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설명만으로는 반복된 하위권 성적에 대한 아쉬움을 해소하기 어렵다.최종 결정권은 롯데 구단에 있다. 다만 동행을 선택한다면 지난 세 시즌의 부진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같은 결과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바꿀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롯데에 필요한 것은 재계약 여부에 대한 결론만이 아니다. 오랜 시간 가을야구를 기다려온 팬들이 납득할 평가 기준과 반등 계획이다. 재계약의 명분 역시 과거의 우승 경력이나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앞으로 팀을 달라지게 할 근거에서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