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KF-21과 무인기 12대, 미래 공중전 '1-4-8' 구상

 한국형 전투기 KF-21이 무인기 12대를 거느리고 전장을 지휘하는 미래 공중전의 청사진이 세계 최대 규모의 항공 전시회에서 공개되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최근 영국에서 열린 판버러 국제에어쇼 2026을 통해 유인 전투기와 무인기가 팀을 이루는 협동전투체계(CCA)의 구체적인 운용 모델을 선보였다. 이번 구상은 KF-21 한 대를 중심으로 중형 무인전투기 4대와 소형 다목적 무인기 8대를 연결하는 이른바 '1-4-8' 구조를 핵심으로 한다.

 

이 체계의 가장 큰 특징은 유인 전투기 조종사의 생존성을 극대화하면서도 작전 반경과 타격 능력을 획기적으로 넓힌다는 점이다. 조종사가 전체적인 임무 목표를 설정하면, 중형 무인전투기인 무카(MUCCA)가 적진 깊숙이 침투해 정찰과 전자전을 수행하며 위험을 먼저 감지한다. 여기에 소형 무인기인 수카(SUCA)가 가세해 적의 방공망을 기만하거나 통신을 중계함으로써 유인기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후방에서 전체 작전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기술적 핵심은 조종사가 12대에 달하는 무인기를 일일이 조종하지 않고도 효율적으로 지휘할 수 있는 자율비행 소프트웨어에 있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무인기들은 조종사가 부여한 "특정 구역 정찰"이나 "방공망 제압"과 같은 추상적인 명령을 스스로 해석해 최적의 비행 경로와 대형을 결정한다. 이는 조종사의 업무 부하를 줄여주는 동시에, 일부 기체가 적의 공격으로 손실되더라도 나머지 편대가 유기적으로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복원력을 제공한다.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는 이미 이러한 협동전투기 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2030년대 말까지 150대 이상의 무인 전투기를 확보한다는 목표 아래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 중이며, 호주와 영국 역시 독자적인 무인 플랫폼의 시험 비행을 성공시키며 앞서나가고 있다. 한국은 양산 단계에 진입한 KF-21이라는 탄탄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는 강점이 있지만, 실제 비행 검증과 데이터 연동 기술력 확보 측면에서는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KAI는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조종 체계인 'K-AI 파일럿'을 통해 자율비행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통제된 환경에서의 시험 비행을 넘어 적의 강력한 전자전 방해 속에서도 무인기들이 지휘기와 끊김 없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데이터링크 기술이 상용화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또한 무기 발사 등 치명적인 공격 단계에서 인간이 어느 정도 개입할 것인지에 대한 윤리적·기술적 가이드라인 마련도 병행되어야 할 부분이다.

 

이번 판버러 에어쇼에서 제시된 구상은 KF-21이 단순한 4.5세대 전투기를 넘어 미래 전장의 지휘관으로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향후 한국형 전투기의 경쟁력은 기체 자체의 성능뿐만 아니라, 얼마나 지능화된 무인 편대를 안전하고 정교하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군 당국은 이번에 제시된 '1-4-8' 편대 구상을 실전에서 구현하기 위해 무인기 시제기 제작과 유무인 복합 체계의 통합 실증 사업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고려아연, 8370억원 손배소 승소…영풍은 항소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 측이 제기한 약 83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고려아연 이사들이 자기주식을 공개매수하는 과정에서 법령과 정관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판결로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는 22일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비롯한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영풍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내린 결정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며 약 8370억원의 배상을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해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사들의 경영상 판단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만한 위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재판부는 고려아연 이사들의 자기주식 취득 결정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위반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사는 회사 경영에 관한 재량권을 가지며, 법령을 위반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합리적으로 판단해 의사결정을 내렸다면 그 결과만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경영상 판단의 내용이 현저하게 불합리하지 않은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법원은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 결정이 이 같은 경영 판단의 범위 안에 있다고 봤다. 당시 고려아연 이사들은 영풍 측의 공개매수를 회사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였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이사들이 관련 법령에 따른 절차와 제한을 준수하고 외부 법률 자문 등을 검토했으며, 일정 수준의 할증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을 고려해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판단이 현저하게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결론이다.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상법이나 회사 정관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법 제462조 제1항에 규정된 배당가능이익과 관련해서도 영풍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배당가능이익은 회사가 주주에게 이익을 배당할 수 있는 한도를 의미하며, 자기주식을 취득할 때도 해당 한도 내에서 매입해야 한다. 그러나 법원은 이 규정이 자기주식 취득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의 총규모를 제한하는 것이지, 취득 자금이 어떤 회계 항목에서 마련됐는지를 기준으로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규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자기주식 취득에 특정 재원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법령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회사 정관에 중간배당을 할 때 특정 목적의 임의준비금을 재원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 있다는 점도 쟁점이 됐다. 다만 재판부는 해당 규정을 자기주식 취득에 그대로 적용하거나 유추해 적용할 수는 없다고 봤다. 따라서 해당 재원을 자기주식 매입에 활용한 것이 정관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이번 소송은 영풍이 2024년 11월 최 회장 등 고려아연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했다. 영풍은 이사들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가 이사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책임을 추궁하는 절차다. 소송에서 주주 측이 승소하더라도 배상금은 소송을 제기한 주주 개인에게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돌아간다.영풍이 문제 삼은 것은 고려아연 이사회의 자기주식 공개매수였다. 영풍 측은 주당 약 56만원 수준이던 고려아연 주식을 89만원에 공개매수해 총 204만30주의 자기주식을 취득한 결정이 회사에 손해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한 만큼 회사의 자산에 손실이 발생했고, 이를 결정한 이사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 양측은 경영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이어왔다. 그러나 법원은 공개매수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 등을 검토한 이사회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풍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고려아연은 이날 별도로 진행된 한화 지분 매각 관련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고려아연은 두 건의 판결을 통해 자기주식 공개매수와 한화 지분 매각을 둘러싼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영풍과 MBK가 적대적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방해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소송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 같은 소송 제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반면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하고 항소 방침을 밝혔다. 양측은 상급심에서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위법성과 고려아연 이사회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다시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로 일단락된 듯 보였던 손해배상 분쟁은 항소심에서 다시 이어질 전망이다.이번 판결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이사회가 내린 주요 의사결정의 적법성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법원은 자기주식 취득 결정 당시 이사들이 관련 법령과 절차를 검토하고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영풍·MBK 측이 항소를 예고한 만큼,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적법성과 이사들의 경영 판단에 대한 책임 범위는 상급심에서 다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