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얇아질수록 튀어나오는 카메라, 삼성의 딜레마

 삼성전자가 펼쳤을 때 두께가 4.1mm에 불과한 역대 가장 얇은 폴더블폰을 선보이며 하드웨어 기술력의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기기가 얇아질수록 카메라 모듈이 상대적으로 더 튀어나와 보이는 디자인적 딜레마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삼성전자 MX사업부 하드웨어 담당 문성훈 부사장은 최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슬림화 경쟁 속에서 직면한 물리적 한계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엔지니어링 측면의 고민을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카메라 성능을 유지하면서 두께를 줄이는 작업은 빛을 받아들이는 센서와 렌즈 사이의 광학적 거리를 확보해야 하는 물리적 법칙과의 싸움이다. 화질 저하를 막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모듈 두께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본체가 얇아질수록 이른바 '카툭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삼성은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렌즈 설계의 혁신과 신소재 적용 등 다양한 선행 연구를 이어가며 디자인과 기능의 균형점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번 신제품에서는 내구성과 유연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면서 일부 기능의 탑재 시기를 조절하는 전략적 선택도 이뤄졌다. 상반기 플래그십 모델에서 호평받았던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 기능이 이번 폴더블 라인업에서 제외된 것이 대표적이다. 폴더블 특유의 화면 주름 최소화와 반복적인 접힘 동작을 견뎌야 하는 내구성 확보가 더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며, 향후 기술적 보완을 거쳐 적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품질 검증 프로세스는 그 어느 때보다 엄격해졌다. 삼성은 실사용 환경을 반영한 100가지 이상의 극한 테스트를 통과한 제품만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영하와 고온을 넘나드는 환경 테스트는 물론, 땀이나 수분 노출 등 일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변수를 차단하기 위한 노력이 투입되었다. 특히 머리카락 굵기의 3분의 1 수준으로 가공한 티타늄 합금 필름을 디스플레이 지지 구조에 삽입해 얇은 두께에서도 강력한 복원력을 유지하도록 설계했다.

 


배터리 용량 확대와 안전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노력도 돋보인다. 내부 공간이 극도로 제한적인 슬림 폴더블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용량을 5,000mAh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경쟁사 대비 다소 늦은 적용이라는 지적도 있었으나, 삼성은 고온과 저온 환경에서의 안정성 평가를 완벽히 마친 뒤에야 탑재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고객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수준까지 기술이 성숙했을 때 비로소 상용화한다는 원칙을 고수한 결과다.

 

사용자의 미세한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디자인 디테일도 강화되었다. 기기가 얇아지면서 손가락으로 화면을 펼치기 어렵다는 피드백을 수용해 제품 모서리를 사선 형태로 깎아내는 공정을 도입했다. 또한 힌지 구조를 전면 재설계하고 자석의 배열을 최적화해 개폐 시의 손맛과 편의성을 동시에 높였다. 삼성전자는 폴더블 시장의 선구자로서 단순한 수치 경쟁을 넘어 사용자의 삶에 녹아드는 완성도 높은 하드웨어 혁신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가습기살균제 서영철 대표 별세, 투쟁은 계속된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진상 규명과 피해 회복을 위해 평생을 바쳐온 서영철 전국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연대 대표가 투병 끝에 향년 69세로 별세했다. 서 대표는 지난 11일 급성 기흉 증세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숨을 거두었으며, 그의 사망으로 정부에 인정받은 참사 피해 사망자는 총 1,422명으로 늘어났다. 고인은 생전 동료들에게 자신의 장례 대신 광화문광장에서의 투쟁을 당부했을 만큼 마지막 순간까지 참사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고인의 삶은 2000년대 초반 옥시와 애경의 제품을 사용한 이후 완전히 뒤바뀌었다. 호흡기 장애와 만성 폐쇄성 폐질환 등 복합적인 질병을 얻은 그는 휠체어와 산소발생기에 의지해야만 일상생활이 가능했다. 한때 건실한 사업가였던 서 대표는 오랜 투병 생활로 경제적 기반과 가정의 평온을 잃었지만, 자신보다 더 힘든 처지에 놓인 피해자들을 위해 2016년부터 본격적인 시민사회 활동에 뛰어들었다.서 대표는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자문위원과 피해자 대표 등을 역임하며 참사의 책임 소재를 밝히는 데 앞장섰다. 특히 2022년 SK 본사 앞 텐트 농성과 최근까지 이어진 경찰청 앞 1인 시위 등 몸이 불편한 상황에서도 현장을 지켰다. 올해 역시 국회와 광화문을 오가며 현행 특별법의 독소 조항 개정을 요구하는 등 숨 가쁜 행보를 이어갔으나, 사무실에 맡겨둔 산소통은 결국 주인을 잃은 유품이 되고 말았다.환경보건시민센터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가해 기업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제품 개발과 원료 공급을 담당했던 기업들과 당시 관리 감독 소홀의 책임이 있는 정부 부처 중 누구도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이번 사안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철저한 진상 규명에 나설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시민단체가 추산하는 가습기살균제 건강 피해자는 약 95만 명에 달하며, 이 중 사망자는 2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 피해를 신고한 인원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실제로 기업으로부터 정당한 배상이나 보상을 받은 피해자는 500여 명 수준에 머물러 있다. 참사가 공식 확인된 지 15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피해자는 여전히 법적, 경제적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는 실정이다.참사 15주년을 맞는 오는 31일까지 환경보건단체들은 집중 캠페인 기간을 운영하며 서 대표의 뜻을 기릴 예정이다. 이 기간에는 가해 기업들에 대한 파기환송심 재판 대응은 물론, 참사의 비극을 다룬 소설과 다큐멘터리를 매개로 한 북토크와 전시회 등 다양한 시민 참여 행사가 열린다. 피해자 단체는 서 대표가 남긴 마지막 유지를 받들어 정부와 기업이 완전한 해결책을 내놓을 때까지 단체 행동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