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금빛 옻칠에 스민 시간, 홍성용 '박제된 기억' 전시

 시간의 흐름 속에 희미해져 가는 기억의 파편들을 옻칠이라는 독특한 매질로 붙잡아둔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끈다. 서울 중구 금산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홍성용의 개인전 '박제된 기억'은 잊혀가는 과거의 감각을 캔버스 위에 고정하려는 작가의 집요한 탐구를 보여준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아이와 얼룩말, 낡은 축음기와 화려한 샹들리에 등 도저히 한 공간에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이미지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들은 일관된 이야기를 들려주기보다, 마치 꿈속에서 불쑥 튀어나온 기억의 조각들처럼 화면 곳곳에 흩어져 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홍성용 작가에게 '박제'라는 행위는 단순히 과거를 박물관의 유물처럼 박제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사라져가는 찰나의 감각을 현재라는 시간 속으로 다시 불러내어 생명력을 불어넣는 창조적 작업에 가깝다. 작가는 옻을 칠하고 말리는 고단하고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 기억이 층층이 쌓이고 변형되는 시간의 궤적을 형상화했다. 금빛과 갈색이 감도는 화면의 표면은 오랜 세월을 견뎌온 골동품처럼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그 위에 새겨진 도상들은 평면 회화 그 이상의 물질성을 획득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44점의 회화 작품들은 작가 개인의 경험과 특정 장소에 얽힌 감정들을 하나의 평면 위에 중첩해 놓은 결과물이다. 옻칠 회화 특유의 깊이 있는 광택은 기억의 불투명함과 선명함을 동시에 드러내며 관람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화면 속 소재들은 서로 다른 연대에서 온 듯 이질적이지만, 옻칠이라는 공통된 질감 안에서 하나의 정서를 공유한다. 이는 파편화된 기억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나의 커다란 감정의 덩어리로 뭉쳐지는 인간의 심리 구조와 닮아 있다.

 

작업의 핵심인 옻칠 기법은 기다림의 미학을 필요로 한다. 습도와 온도가 맞아야만 굳는 옻의 특성상, 작가는 자신의 의도대로만 흘러가지 않는 재료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작품을 완성해 나간다. 이러한 제작 방식은 우리가 기억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다는 사실과도 맞닿아 있다. 겹겹이 쌓인 옻칠의 층위는 망각의 늪에서 건져 올린 소중한 순간들을 보호하는 단단한 외피가 되어, 관람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박제된 기억들을 하나씩 꺼내 보게 만든다.

 


금산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전시가 전통 공예 재료로만 여겨졌던 옻칠이 현대 미술의 언어로서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많은 관람객이 작품 표면에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질감과 그 속에 담긴 서정적인 도상의 조화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홍성용의 옻칠 회화는 디지털 시대의 가벼운 이미지 소비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물질이 주는 위로와 사색의 시간을 제공하며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전시는 광복절인 8월 15일까지 이어지며, 기억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홍성용 작가의 세계관을 온전히 만끽할 기회를 제공한다. 44점의 작품이 뿜어내는 옻칠의 향과 색은 관람객 각자의 머릿속에 잠들어 있던 낡은 사진첩을 들춰보게 할 것이다. 작가가 캔버스 위에 정성껏 박제해둔 기억의 흔적들은 이제 관람객의 시선과 만나 새로운 기억으로 다시 태어날 준비를 마쳤다. 한여름의 열기 속에서 만나는 서늘하고도 깊은 옻칠의 세계는 8월 중순까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관람객을 기다린다.

 

오리온·롯데, '한국 미감' 입히니 매출 폭발

 국내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역대급 속도로 증가하면서 식품업계가 이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한국다움' 경쟁에 돌입했다. 단순히 기존 제품을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 한국의 전통 의복과 회화, 건축미를 제품 패키지와 매장 공간에 녹여내는 전략이 주효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최근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카드 지출액은 월간 2조 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이러한 흐름 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일상적인 과자와 음료가 고급 기념품으로 재탄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리온은 임금과 선비 등 전통 복식을 입힌 '코리아 에디션'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명동과 서울역 등 주요 거점 매장에서는 전통 요소를 가미한 스낵 제품 매출이 전년 대비 120% 이상 폭증하며 K-컬처의 영향력을 실감케 했다.전통 유산과의 협업은 음료 시장에서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웅진식품은 국가유산진흥원과 손잡고 일월오봉도나 고려청자 같은 대표적인 문화유산을 차음료 패키지에 담아냈다. 소비자들은 일상적으로 마시는 보리차나 옥수수수염차를 통해 한국의 미적 가치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갈증 해소를 넘어 한국 여행의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다.제과업계의 대표 주자인 롯데웰푸드 역시 국가적 행사를 통해 한국의 미감을 전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최근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광화문과 단청 문양을 입힌 특별 에디션 제품을 선보이며 각국 대표단에게 K-스낵의 위상을 알렸다. 이는 빼빼로와 같은 친숙한 제품이 한국의 국가유산을 홍보하는 문화 대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베이커리 업계는 맛과 시각적 요소를 결합한 오감 만족 전략을 펼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K파바'라는 슬로건 아래 비빔밥이나 한복의 색감을 구현한 케이크를 출시하며 외국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고추장 불고기를 활용한 샌드위치나 갓과 댕기를 모티프로 한 굿즈 제작은 한국적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매장 방문 자체를 하나의 관광 코스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업계 전문가들은 이제 외국인 관광객들이 단순한 가격 경쟁력보다는 제품에 담긴 스토리와 한국 특유의 감성에 더 큰 가치를 둔다고 분석한다. K-콘텐츠를 통해 한국 문화에 익숙해진 이들에게 '한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함'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 된 셈이다. 내수 침체 속에서 방한 관광객이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식품 기업들의 한국다움 강화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