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항모 옆 정조대왕함 위용, 림팩 선두 이끄는 K-해군

 미국 하와이 제도 북부의 푸른 바다 위로 거대한 철갑의 성벽이 위용을 드러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 훈련인 2026 림팩이 한창인 가운데, 대한민국 해군의 최신예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이 미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의 우측 요동을 지키며 연합 기동의 핵심 축으로 활약하고 있다. 우리 해군은 이번 훈련에 정조대왕함을 필두로 3,000톤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호위함 대전함, 상륙함 천자봉함 등 역대급 전력을 투입해 다국적 해군 사이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미 해군이 공개한 드론 사진 속의 정조대왕함은 연합 전력의 선두권에서 파도를 가르며 한국 해군의 높아진 위상을 시각적으로 증명해 보였다.

 

과거 한국 해군은 국제 무대에서 변방에 머물렀던 시절이 있었다. 1990년 처음 림팩에 참가했을 당시만 해도 우리 군은 원양 작전 경험이 부족하고 함정 규모가 작아 외국 해군들로부터 '큐티 네이비(Cutie Navy)'라는 애칭 섞인 저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36년간 쉼 없이 전력을 증강하고 작전 능력을 고도화한 결과, 이제는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다국적 해군 전체를 지휘하는 연합해군구성군사령관(CFMCC) 직책을 수행하는 지휘국으로 우뚝 섰다. 이는 단순히 훈련에 참가하는 수준을 넘어 연합 작전의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머리 역할을 맡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번 훈련에서 한국 해군이 맡은 CFMCC는 림팩의 해상 전력을 총괄 지휘하는 최고 수준의 임무다. 2022년 원정강습단장, 2024년 부사령관직을 거치며 단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해온 끝에 마침내 연합 작전의 정점에 올라선 것이다. 김인호 기동함대사령관은 이번 훈련을 참가국에서 지휘국으로 도약한 한국 해군의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줄 결정적 기회로 규정했다. 실제로 하와이 진주만 히캄 합동기지에 마련된 사령부에서 우리 지휘관들은 수십 개국에서 모인 수만 명의 장병과 수백 대의 함정 및 항공기를 조율하며 탁월한 지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훈련에 투입된 함정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8,200톤급 이지스함인 정조대왕함은 세계 최고 수준의 탄도탄 대응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도산안창호함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전략 자산으로서 연합 전력의 수중 방어와 공격의 핵심을 담당한다. 이러한 첨단 함정들이 미 항공모함 전단과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기동하는 모습은 한국 방위산업의 기술력이 실전 환경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현장이다. 참가국들은 한국 해군의 정교한 함정 운용 술과 통신 체계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협력 강화를 희망하고 있다.

 


해군의 위상 변화는 단순히 국방력의 강화를 넘어 국가 브랜드 가치 제고로 이어지고 있다. 큐티 네이비라고 불리던 작은 해군이 이제는 거대한 다국적 함대를 이끄는 사령관으로 변모한 과정은 한강의 기적에 비견되는 해군판 기적으로 불릴 만하다. 연합 작전의 복잡한 절차를 완벽히 숙달하고 다양한 국가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훈련을 이끄는 모습은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안보적 책임을 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와이 앞바다에서 펼쳐지는 기동 훈련은 우리 해군이 나아갈 대양 해군의 미래를 미리 보여주는 예고편과 같다.

 

림팩 훈련은 앞으로도 고난도의 전술 훈련과 실사격 연습을 이어가며 연합 방위 태세를 점검할 예정이다. 우리 해군은 이번 지휘 임무 완수를 통해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향후 독자적인 대양 작전 능력을 한층 더 발전시킬 계획이다. 세계 최강의 해군력을 보유한 미국조차 한국 해군의 지휘 능력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작전권을 맡긴 이번 사례는 한미 동맹의 굳건함과 한국 군의 성장을 상징하는 역사적 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다. 하와이의 거친 파도를 뚫고 나아가는 우리 함대 뒤로 대한민국 해군의 새로운 역사가 써 내려가고 있다.

 

 

 

고려아연, 8370억원 손배소 승소…영풍은 항소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 측이 제기한 약 83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고려아연 이사들이 자기주식을 공개매수하는 과정에서 법령과 정관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판결로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는 22일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비롯한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영풍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내린 결정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며 약 8370억원의 배상을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해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사들의 경영상 판단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만한 위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재판부는 고려아연 이사들의 자기주식 취득 결정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위반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사는 회사 경영에 관한 재량권을 가지며, 법령을 위반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합리적으로 판단해 의사결정을 내렸다면 그 결과만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경영상 판단의 내용이 현저하게 불합리하지 않은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법원은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 결정이 이 같은 경영 판단의 범위 안에 있다고 봤다. 당시 고려아연 이사들은 영풍 측의 공개매수를 회사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였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이사들이 관련 법령에 따른 절차와 제한을 준수하고 외부 법률 자문 등을 검토했으며, 일정 수준의 할증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을 고려해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판단이 현저하게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결론이다.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상법이나 회사 정관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법 제462조 제1항에 규정된 배당가능이익과 관련해서도 영풍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배당가능이익은 회사가 주주에게 이익을 배당할 수 있는 한도를 의미하며, 자기주식을 취득할 때도 해당 한도 내에서 매입해야 한다. 그러나 법원은 이 규정이 자기주식 취득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의 총규모를 제한하는 것이지, 취득 자금이 어떤 회계 항목에서 마련됐는지를 기준으로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규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자기주식 취득에 특정 재원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법령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회사 정관에 중간배당을 할 때 특정 목적의 임의준비금을 재원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 있다는 점도 쟁점이 됐다. 다만 재판부는 해당 규정을 자기주식 취득에 그대로 적용하거나 유추해 적용할 수는 없다고 봤다. 따라서 해당 재원을 자기주식 매입에 활용한 것이 정관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이번 소송은 영풍이 2024년 11월 최 회장 등 고려아연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했다. 영풍은 이사들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가 이사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책임을 추궁하는 절차다. 소송에서 주주 측이 승소하더라도 배상금은 소송을 제기한 주주 개인에게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돌아간다.영풍이 문제 삼은 것은 고려아연 이사회의 자기주식 공개매수였다. 영풍 측은 주당 약 56만원 수준이던 고려아연 주식을 89만원에 공개매수해 총 204만30주의 자기주식을 취득한 결정이 회사에 손해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한 만큼 회사의 자산에 손실이 발생했고, 이를 결정한 이사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 양측은 경영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이어왔다. 그러나 법원은 공개매수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 등을 검토한 이사회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풍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고려아연은 이날 별도로 진행된 한화 지분 매각 관련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고려아연은 두 건의 판결을 통해 자기주식 공개매수와 한화 지분 매각을 둘러싼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영풍과 MBK가 적대적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방해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소송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 같은 소송 제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반면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하고 항소 방침을 밝혔다. 양측은 상급심에서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위법성과 고려아연 이사회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다시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로 일단락된 듯 보였던 손해배상 분쟁은 항소심에서 다시 이어질 전망이다.이번 판결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이사회가 내린 주요 의사결정의 적법성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법원은 자기주식 취득 결정 당시 이사들이 관련 법령과 절차를 검토하고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영풍·MBK 측이 항소를 예고한 만큼,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적법성과 이사들의 경영 판단에 대한 책임 범위는 상급심에서 다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