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모아

한국인 기대수명 83.7년, OECD 최상위권 유지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83.7년을 기록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장수 국가 반열에 올랐으나, 자살률 또한 압도적인 수치로 세계 1위를 유지하는 등 보건 지표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23일 분석해 발표한 최신 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OECD 평균보다 2.5년 길어 스위스와 일본 등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률은 24.8명으로 평균치의 두 배를 훌쩍 넘기며 2003년 이후 21년 연속으로 최하위권이라는 불명예를 씻어내지 못했다.

 

의료 서비스 이용 행태에서도 한국만의 독특한 특징이 관찰됐다. 국내 1인당 연간 외래진료 횟수는 17.9회에 달해 OECD 국가 중 가장 빈번하게 병원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회원국 평균인 6.6회와 비교하면 약 2.7배에 이르는 수치다. 또한 출생아 1,000명당 제왕절개 건수는 639.6건으로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았는데, 이는 고령 산모의 증가와 다태아 임신 확대 등 인구 구조의 변화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의료 현장을 지키는 인력 지표는 여전히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어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줬다. 인구 1,000명당 임상 의사 수는 2.6명으로 OECD 평균인 4.0명에 크게 못 미쳤으며, 의학계열 졸업자 수 역시 인구 10만 명당 7.3명에 불과해 평균치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러한 인력 부족 현상은 캐나다와 코스타리카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회원국 중 가장 심각한 상태로, 향후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건강 위해 요인 관리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변화와 부정적인 지표가 공존했다. 15세 이상 인구의 과체중 및 비만 비율은 37.3%로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지만, 최근 몇 년간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다행히 흡연율과 1인당 연간 주류 소비량은 지난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OECD 평균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의 금연 및 절주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가 전체의 의료비 지출 규모는 고령화의 영향으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GDP 대비 경상의료비 비중은 8.5%로 아직 OECD 평균보다 낮지만, 1인당 경상의료비 증가율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8.5%를 기록해 OECD 평균 증가율인 6.1%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노인 인구 급증에 따른 의료 수요 확대가 국가 재정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며, 효율적인 자원 배분과 비용 관리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회피가능사망률이 OECD 평균보다 낮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한국 의료 시스템의 우수한 치료 역량을 증명하고 있다. 적절한 치료와 예방이 있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사망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의 자살률과 최저 수준의 의사 인력 지표가 공존하는 현실은 한국 보건 의료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리센느 효과' 지운 폭우, 거제의 눈물

 여름 피서철의 대미를 장식해야 할 경남 거제시 덕포해수욕장이 광복절 연휴를 기점으로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 탓에 적막감만 감돌고 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궂은 날씨를 뚫고 몰려든 피서객들로 인근 식당과 카페가 문전성시를 이뤘으나, 현재는 관광객의 발길이 완전히 끊긴 채 텅 빈 백사장만이 남았다. 해변 곳곳에는 폭우에 휩쓸려 온 나뭇가지와 각종 부유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즐거움을 선사하던 물놀이 시설들은 흉물스럽게 흩어져 복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상인들은 하룻밤 사이에 뒤바뀐 풍경에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특히 이번 여름은 거제 출신 멤버 원이가 속한 걸그룹 리센느가 다녀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예년보다 훨씬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았다. 이른바 '리센느 효과' 덕분에 평일에도 식당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고, 카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만석을 기록하며 모처럼의 특수를 누렸다. 상인들은 피크 시즌을 대비해 식재료를 대량으로 준비하며 마지막 대목을 기대했으나, 갑작스러운 수해로 인해 모든 준비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현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폭우 전날까지만 해도 비를 맞으며 줄을 서던 손님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해수욕장 폐장이 불과 며칠 남지 않은 시점에서 발생한 이번 재해는 지역 상권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연일 보도되는 거제의 비 피해 소식에 관광객들이 방문을 주저하면서,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상점들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수박 주스 재료와 소금빵 등 미리 주문해둔 물량들은 손님을 찾지 못한 채 창고에 쌓여가고 있다.이런 가운데 수해 현장에서는 훈훈한 미담도 전해졌다. 경기도 김포에서 리센느의 팬으로서 거제 여행을 계획했던 한 남성은 휴가를 반납하고 수해 복구 자원봉사에 나섰다. 그는 원래 즐거운 마음으로 방문하려 했던 여행지가 처참하게 변한 모습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사흘 동안 고령 주민들의 복구 작업을 돕는 등 헌신적인 활동을 펼쳤다. 한 명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부유물 더미 앞에서도 그는 묵묵히 복구의 손길을 보태며 상인들에게 위로를 건넸다.물놀이장 관계자들도 폐장 전 마지막 운영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은 물속을 오가며 떠내려간 시설물을 수습하고 위험한 부유물을 건져내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23일로 예정된 폐장일까지 남은 시간이 촉박한 데다, 훼손된 백사장을 정상화하기에는 인력과 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상인들은 이번 주말이 사실상 올여름 장사의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있지만, 하늘의 도움 없이는 복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애를 태우고 있다.거제 덕포해수욕장의 이번 사례는 기상 이변이 지역 관광 산업에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리센느라는 새로운 관광 동력을 얻어 활기를 띠던 어촌 마을이 자연재해 앞에 무릎을 꿇은 모습은 안타까움을 더한다. 지자체와 시민들의 합심으로 백사장의 부유물이 걷히고 다시 관광객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