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헌 옷과 빨대의 변신, '패스트! 패스트!' 전시 개막

 현대 사회의 빠른 생산과 소비 주기를 예술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특별한 전시가 관람객을 찾는다. 대구 북구 어울아트센터 갤러리 금호는 오는 8월 3일부터 9월 12일까지 기획전 '패스트! 패스트!(FAST! FAST!)'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환경 오염에 대한 직접적인 경고를 넘어, 우리 일상을 지배하는 속도와 소비의 메커니즘을 탐구한다. 전시장 자체를 트렌디한 팝업스토어 형식으로 꾸며, 관람객들이 소비와 자원 순환의 관계를 보다 흥미롭게 성찰할 수 있도록 유도한 점이 특징이다.

 

전시의 중심에는 버려진 재료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세 명의 작가가 있다. 김은하 작가는 유행이 지나거나 낡아서 버려진 헌 옷을 주재료로 삼는다. 작가는 의류의 질감과 색감을 활용해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음식이나 식물, 다양한 소비재의 형상을 빚어낸다. 이는 단순히 재활용의 차원을 넘어, 한때 누군가의 선택을 받았으나 쉽게 잊힌 물건들에 새로운 존재 가치를 부여하며 소비 지향적인 현대인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산업 폐기물의 화려한 변신을 보여주는 김하늘 작가의 작업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작가는 폐마스크와 폐스티로폼 어상자, 폐스크린 등 산업 현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들을 가구와 오브제로 재탄생시킨다. 특히 2025년 신작인 스티로폼 소파는 재료가 지닌 특유의 물성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세련된 조형미를 갖춰, 생산과 폐기의 흔적이 어떻게 예술적 자산이 될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그의 작품은 쓸모를 다한 물건의 마지막 모습이 아닌, 새로운 쓰임의 시작을 보여준다.

 

정찬부 작가는 일상에서 가장 흔하게 쓰이고 버려지는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에 주목한다. 작가는 수만 개의 빨대를 반복적으로 쌓고 결합하는 수행적인 과정을 통해 유기적인 생명체의 형상을 만들어낸다. 인공적인 재료인 빨대가 작가의 손을 거쳐 자연의 생명력을 닮은 조형물로 변모하는 과정은 소비의 허무함과 그 속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가능성을 동시에 시사한다. 버려진 빨대들이 군집을 이루며 뿜어내는 기묘한 에너지는 관람객들에게 강렬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단순한 관람을 넘어 관객이 직접 창작의 주체가 되는 참여형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전시장 로비에는 작가들이 실제 작업에 사용하는 폐천, 빨대, 스티로폼 등 다양한 재료들이 비치된다. 관람객들은 준비된 장바구니에 원하는 재료를 담아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볼 수 있다. 이러한 체험은 전시 주제인 '소비와 순환'을 몸소 실천해보는 기회를 제공하며, 예술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사소한 것들로부터 시작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이번 전시는 공휴일과 일요일을 제외한 평일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우리가 소비하는 것들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패스트! 패스트!'는 올여름 지역민들에게 신선한 예술적 자극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와 관련된 자세한 문의는 북구문화재단 어울아트센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자원 순환의 가치를 예술로 승화시킨 작가들의 열정적인 작업 세계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왕옌청 호투 앞세운 한화, LG 꺾고 5연승

대전의 밤은 한화 이글스의 방망이 소리로 가득 찼다. 길었던 9연패의 그림자는 어느새 옅어졌고, 한화는 5경기 연속 승리를 쌓으며 다시 고개를 들었다.한화는 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서 19-3으로 크게 이겼다. 점수 차만 놓고 보면 일방적인 경기였다. 그러나 한화 입장에서는 단순한 대승 이상이었다. 무거웠던 흐름을 끊고, 다시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다는 증거에 가까웠다.경기 흐름을 먼저 안정시킨 쪽은 마운드였다. 선발 왕옌청은 LG 타선을 상대로 6이닝 1실점의 투구를 펼쳤다. 안타는 7개를 내줬지만 대량 실점으로 이어지게 두지 않았다. 위기에서 흔들리지 않았고, 필요한 순간마다 아웃카운트를 쌓았다. 삼진이 많지는 않았지만 결과는 충분히 선명했다.왕옌청은 이날 승리로 시즌 11승째를 챙겼다. 지난 8월 초 삼성전 이후 한 달 넘게 기다린 승리였다. 팀이 연승을 이어가야 하는 시점에서 나온 값진 호투였다.김경문 감독도 경기 뒤 왕옌청의 역할을 먼저 짚었다. 그는 왕옌청이 상대 타선을 최소 실점으로 막아 팀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선발이 길게 버티자 한화는 불펜 운영에도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승부가 완전히 기운 장면은 8회였다. 한화 타선은 이미 앞서고 있었지만 멈추지 않았다. LG 불펜의 제구 난조를 파고들었고, 출루가 출루를 불렀다. 이후 안타가 이어졌고, 한지윤의 만루홈런이 터지며 분위기는 절정에 올랐다.8회에만 12점. 한 이닝 대량 득점은 이날 경기의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한화 타자들은 점수 차와 관계없이 집중력을 유지했다. 쉽게 물러나지 않았고, 찬스를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기록지도 한화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팀 전체 안타는 18개였다. 심우준, 최인호, 문현빈, 허인서 등 여러 타자가 공격에 가담했다. 특정 선수의 ‘원맨쇼’가 아니라, 타선 전체가 이어지고 터지는 경기였다. 특히 허인서는 3안타 4타점으로 공격의 무게감을 더했다.반대로 LG 마운드는 후반을 버티지 못했다. 8회 등판한 투수들이 잇따라 흔들리며 대량 실점을 허용했다. 볼넷과 안타가 겹치자 흐름을 끊을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김경문 감독은 타선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평가를 남겼다. 그는 선수들이 끈기 있는 모습으로 연승을 이어가는 집중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대승의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경기 내내 유지된 태도였다는 뜻이다.한화는 이날 승리로 시즌 54승째를 올렸다. 아직 5위권과의 차이는 작지 않지만, 최근 5연승은 팀 분위기를 바꾸기에 충분하다. 9연패 뒤 찾아온 연승이기에 더 값지다. 같은 팀이 맞나 싶을 만큼 경기 내용도 달라졌다.이제 한화는 인천으로 향한다. 10일 SSG 랜더스와 원정 경기를 치른다. 5연승으로 되살아난 흐름을 계속 이어간다면, 막판 순위 싸움에도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 LG는 휴식을 취한 뒤 삼성과 맞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