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명태균의 ‘예고 글’ 현실? 오세훈 벌금 1000만원에 서울시 술렁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른바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사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과거 명태균 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명 씨는 지난달 4일 SNS를 통해 6·3 지방선거에서 5선에 성공한 오 시장을 향해 “당선 축하드립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나 곧바로 “잔칫날 재 뿌리는 것은 아니지만 본인도 잘 알다시피 1심 유죄가 나온다”며 “경거망동하지 말고 자중자애하라”고 덧붙였다. 오 시장의 유죄 가능성을 미리 언급한 듯한 표현이 1심 선고 이후 재조명되는 분위기다.

 


명 씨는 같은 달 18일에도 서울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 현장을 찾은 사진을 올리며 오 시장을 비판했다. 당시 그는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에는 오세훈만 없구나?”라고 적었고, 이어 “서울 시민께 재선거는 아니더라도 재보궐 선거를 선물로 드릴 수 있을 것 같아 그나마 천만다행”이라고 주장했다. 다음 날에는 국민의힘을 향해 “오 시장 유죄 선고 이후 펼쳐질 당내 정치 투쟁을 잘 준비하라”는 글도 남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는 벌금 300만 원, 오 시장의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김한정 씨에게는 벌금 500만 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오 시장이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고, 그 비용 일부를 김 씨가 대신 지급한 것으로 판단했다. 공소장에 적힌 여론조사 10건 가운데 5건에 대해 유죄가 인정됐으며, 재판부는 김 씨가 명 씨 측에 총 2100만 원을 대납했다고 봤다.

 

이번 사건은 오 시장이 명 씨로부터 여러 차례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그 비용을 제3자가 대신 내도록 했다는 의혹에서 출발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오 시장을 불구속 기소했고, 강 전 부시장과 김 씨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특검팀은 앞서 오 시장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3300만 원을 구형했지만, 1심 재판부는 벌금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명 씨의 진술 신빙성도 일부 인정했다. 명 씨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오 시장이 선거를 앞두고 “살려달라”, “나경원을 이기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여론조사 대가로 아파트를 약속받았다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 재판부는 명 씨 진술이 완전히 일관되지는 않고, 다른 형사 사건 피고인이라는 점에서 유불리를 의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다만 모든 진술을 배척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오 시장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선고 직후 “판결에 납득할 수 없다”며 “천하의 거짓말쟁이 명태균의 진술과 간접 증거만으로 선고됐다”고 말했다. 이어 “항소심에서 다투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이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화 행사에 참석한 뒤에도 “명태균과 관련해 저희 쪽에 전달됐다고 주장되는 공표·비공표 여론조사는 20건이고, 그 사실은 증거와 함께 다 밝혀졌다”며 “그런데 기소는 10건만 했고, 판결은 그중 5건만 유죄라고 했다. 항소심에 가면 어떻게 될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 부정 수수죄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공직 취임이 제한되고, 이미 재직 중인 경우 직을 잃게 된다. 이에 따라 오 시장의 벌금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서울시장직 상실과 보궐선거 가능성이 현실화된다.

 

특검법상 신속 재판 원칙에 따라 1심은 6개월, 2심과 상고심은 각각 3개월 안에 마무리해야 한다. 이 일정대로라면 내년 1월 말쯤 대법원 판단이 나올 수 있다. 오 시장 측이 항소 의사를 밝힌 만큼, 이번 사건의 최종 결론은 상급심 판단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어선 250척 몰려왔다…CPTPP에 뿔난 어민들

12일 오전 10시30분 경남 통영시 한산도 앞바다에 우렁찬 뱃고동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를 따라 크고 작은 어선들이 모여들었다. 약 250척의 어선에는 ‘농어업 말살 농어민 생존권 위협 CPTPP 저지하자’, ‘식량주권 포기, 국민건강권 침해 저지’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날 어민들이 바다로 나온 것은 정부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논의 재개에 반대하기 위해서다. CPTPP는 일본 주도로 2018년 출범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자간 경제협정이다. 역내 관세를 전면 철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023년 영국이 합류하면서 회원국은 12곳으로 늘었다.한국은 2022년 CPTPP 가입 추진을 검토했지만 농축수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우려와 정치권 논쟁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논의가 중단됐다. 최근에는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와 공급망 재편,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을 이유로 가입 논의가 다시 거론되면서 농어업계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전국어민회총연맹 경남본부와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소비자·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한 CPTPP 가입 저지 경남운동본부는 이날 통영 이순신공원 일원에서 ‘CPTPP 가입저지 농어업 식량주권 사수 제1차 경남도민대회’를 열었다. 현장에는 단체 회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대회에 앞서 농민들은 트럭 50대를 몰고 고성군농업기술센터에서 집회 장소까지 차량 행진을 벌였다. 집회가 끝난 뒤에는 어민들이 한산도 앞바다로 이동해 해상시위를 진행했다.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정부가 CPTPP 가입 검토를 다시 공식화하면서 농어민에게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물가와 고금리, 기후위기 등으로 농어민이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개방을 확대하면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특히 참가자들은 CPTPP의 상품 분야 관세 철폐율이 최대 99.9%에 이른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기존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보다 시장 개방의 폭이 크다며 농·수·축산업과 임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농수산물 생산과 수출에 대한 보조금과 관련된 협정 내용도 문제로 거론했다. 참가자들은 해당 조항들이 농어업의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리고 농어촌 소멸을 앞당길 수 있다며 정부에 가입 검토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이병하 CPTPP 가입 저지 경남운동본부 상임대표는 CPTPP가 국내 농어업을 내주고 수출 실적을 얻으려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태영 전국쌀생산자협회 경남지부 회장은 가입 이후 15년 동안 농산물 생산액이 연평균 7000억원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추산을 언급하며 대책 없는 시장 개방에 강하게 비판했다.통영수협 정두한 조합장도 수산업계가 이미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와 어획량 감소, 유류비 상승, 어촌 고령화 등이 겹친 상황에서 CPTPP가 발효되면 무관세에 가까운 수입 수산물이 들어와 국내산 수산물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다.정 조합장은 면세유와 정책자금 등 수산보조금 지원제도까지 폐지된다면 어민들의 생계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CPTPP 가입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어민들과 진정성 있게 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농어민단체들은 정부가 가입 철회를 선언하고 농어업 보호를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바꿀 때까지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통영 앞바다에서 울려 퍼진 뱃고동은 CPTPP 가입 논의를 둘러싼 농어민들의 강한 반대 목소리를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