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

"잠들지 않는 도시" 지자체 밤밤 경쟁

 여름밤의 열기가 식지 않는 전국 축제 현장이 지역 경제를 살리는 새로운 동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외 관광객들이 여행지에서 지출하는 전체 비용 중 약 33% 이상이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새벽 사이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단순히 낮 시간의 볼거리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밤늦게까지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아 체류 시간과 소비액을 동시에 늘리려는 이른바 '야간 경제' 활성화 전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음악 축제는 야간 관광 소비를 이끄는 가장 강력한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이달 말 인천에서 열리는 대규모 록 페스티벌의 경우, 자정에 가까운 시간까지 공연을 편성해 관람객들이 자연스럽게 현지에서 숙박과 심야 식사를 해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해당 축제는 16만 명이 넘는 인파를 불러모으며 쇼핑과 유흥 분야에서만 800억 원 이상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거둔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17% 성장한 수치로, 야간 콘텐츠의 강화가 지역 상권의 매출 증대로 직결된다는 사실을 명확히 입증한 사례다.

 


전통적인 물놀이 축제들 역시 해가 진 뒤의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하며 변신을 꾀하고 있다. 낮 동안 머드 체험으로 활기를 띠던 보령의 해수욕장은 밤이 되면 화려한 드론쇼와 타악 공연이 어우러진 퍼레이드 행렬로 탈바꿈한다. 대전의 경우 원도심 상권과 연계한 '0시 축제'를 통해 자정 너머까지 도심 한복판을 축제의 장으로 개방한다. 이러한 시도는 축제장을 찾은 인파가 주변 음식점과 상점으로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가게 함으로써, 원도심 공동화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야간관광 특화도시 육성 사업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부산과 인천, 여수 등 10개 도시를 거점으로 진행 중인 이 사업은 국비 지원을 통해 야간 경관을 개선하고 이동 수단을 확충하는 데 주력한다. 특히 지난해 처음 선보인 '대한민국 밤밤 페스타'는 야외 도서관과 캔들라이트 콘서트 등 감성적인 야간 프로그램을 결합해 방문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실제로 사업 시행 이후 해당 지역의 야간 방문객 수는 전년 대비 18% 이상 증가했으며, 외국인 관광객의 카드 소비액도 50% 넘게 급증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기록했다.

 


관광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자체들이 투입하는 예산 규모도 대폭 확대되는 추세다. 올해 전국적으로 개최되는 축제 건수는 지난해보다 12% 늘어난 1,266건에 달하며, 전체 예산은 40% 가까이 폭증해 5,800억 원 시대를 열었다. 축제 한 건당 평균 예산 역시 20% 이상 증가했는데, 이는 단순히 행사 횟수를 늘리는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고품질의 야간 콘텐츠를 확보해 관광객의 체류 시간을 단 1시간이라도 더 늘리겠다는 질적 승부수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야간 축제의 성공이 단순한 운영 시간 연장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화려한 공연이 끝난 뒤에도 관광객들이 지역 상권에서 안전하고 즐겁게 머물 수 있는 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심야 시간대의 대중교통 편의성을 높이고, 바가지요금 없는 합리적인 먹거리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체류형 관광 상품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결국 밤의 매력을 지역의 고유한 문화 자산과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향후 지자체 간 관광 경쟁의 승패를 가를 결정적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 류지현에게 해법 맡겼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제15대 감독으로 류지현 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임했다. 한화는 13일 류 감독과 계약 기간 3년, 총액 20억 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구단은 “류지현 감독이 한화가 지향하는 지속 가능한 강팀으로의 성장을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류 감독은 선수와 지도자로 모두 LG 트윈스의 상징적인 인물로 꼽힌다. LG 사령탑을 맡았던 2021년과 2022년에는 팀을 연속 포스트시즌으로 이끌며 안정적인 운영 능력을 보여줬다. 이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도 지도력을 입증했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는 한국을 8강으로 이끌었고, 나고야·아이치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따내며 국제대회 성과를 남겼다.한화는 류 감독의 경험과 운영 철학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한화는 리빌딩과 성적 도약 사이에서 굴곡을 겪었다. 2025시즌에는 김경문 전 감독 체제에서 정규시즌 2위에 오르고 19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지만, 올해는 투수진 붕괴 속에 57승83패4무, 9위로 시즌을 마쳤다. 팀 홈런 1위, 팀 득점 2위에 오를 만큼 공격력은 있었지만 마운드 불안이 발목을 잡았다.류 감독의 과제도 분명하다. 한화는 젊은 야수진과 장타력을 갖춘 타선을 보유하고 있지만, 선발과 불펜의 안정감 회복이 시급하다. 단기 반등을 넘어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려면 마운드 재건, 유망주 성장, 베테랑 활용의 균형이 필요하다. 국가대표팀에서 다양한 유형의 선수들을 묶어낸 경험이 한화에서도 중요한 자산이 될 전망이다.계약을 마친 류 감독은 구단을 통해 “한화 이글스라는 좋은 팀의 감독을 맡겨주셔서 감사하다”며 “최고의 팬들과 함께 승리를 쌓아가며 강팀으로 나아가겠다. 구단의 비전인 명문 구단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프런트에도 변화가 생겼다. 손혁 전 단장의 임기 만료로 공석이 된 단장직에는 석장현 전 경영지원실장이 내정됐다. 석 신임 단장은 2003년 한화에 입사해 스카우트, 홍보, 운영, 전략, 경영지원 분야를 두루 거쳤다. 한화 직원 출신이 단장에 오르는 것은 구단 역사상 처음이다. 현장과 프런트, 구단 운영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에서 류 감독과의 호흡이 기대된다.한화는 앞서 김경문 전 감독과의 동행을 마무리했다. 김 전 감독은 2024년 6월 부임해 첫해 8위에 그쳤지만, 2025시즌에는 팀을 정규시즌 2위로 끌어올렸고 플레이오프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꺾으며 2006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비록 LG 트윈스에 밀려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긴 침체를 겪던 한화에 가을야구의 기억을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올해 한화는 기대와 달리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타선은 리그 정상급 생산력을 보였지만 투수진이 흔들리면서 초반부터 순위 경쟁에서 밀렸다. 결국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시즌 종료와 함께 감독과 단장이 모두 물러나는 변화가 이어졌다.김경문 전 감독은 퇴임하며 “한화에서 1000승도 달성했고 구단에 감사하다. 팀을 더 단단하게 만들지 못한 점은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 어디서든 들리던 ‘최강 한화’ 응원을 잊지 못할 것”이라며 팬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했다.이제 한화는 류지현 감독 체제로 다시 출발선에 선다. 김경문 체제가 도약의 계기를 만들었다면, 류지현 체제의 임무는 그 가능성을 꾸준한 경쟁력으로 바꾸는 일이다. 뜨거운 팬심과 공격력을 바탕으로 한화가 다시 상위권 구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새 사령탑의 첫 시즌에 시선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