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지드래곤 떴다! 부산 유네스코 위원회 개막

 세계유산 분야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부산에서 화려한 막을 올리며 인류 공동의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열흘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이번 회의는 한국이 1988년 유네스코 협약에 가입한 이후 38년 만에 처음으로 개최하는 행사로, 전 세계 3,000여 명의 전문가와 관료들이 집결해 역대급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개막 직후 한국의 주도로 작성된 '부산 선언'이 참가국 전원의 합의를 통해 채택되면서, 대한민국은 단순한 개최국을 넘어 세계유산 보존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리더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만장일치 방식으로 통과된 '부산 선언'은 기후 위기와 무력 분쟁 등 현대 사회가 직면한 유산 파괴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하자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기존 세계유산 협약이 견지해온 5대 전략 목표에 '협력'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추가함으로써 국제적 연대의 중요성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깊다. 또한 유산 관리 분야에 디지털 전환 기술을 도입하고 이에 따른 책임 소재를 논의하는 등 미래 지향적인 과제들을 처음으로 공론화하며 세계유산 관리의 현대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위원회는 신규 세계유산 등재를 기다리는 30여 건의 후보지에 대한 심의뿐만 아니라, 기존 유산들의 보존 상태를 점검하는 엄격한 평가의 장이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한국의 갯벌' 2단계 확장 등재를 추진하며 세계자연유산의 가치를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미 국제자연보전연맹으로부터 긍정적인 권고를 받은 만큼, 서산과 여수 등 주요 지역의 갯벌이 세계유산 지도에 새롭게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이는 한국 갯벌의 생태적 우수성을 전 세계에 다시 한번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개최국으로서의 문화적 역량을 알리기 위한 유산청의 홍보 전략도 눈에 띈다. 위원회 기간 운영되는 '대한민국관'은 첨단 기술과 전통문화가 어우러진 전시를 통해 한국 유산의 독창성을 세계인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특히 국제적인 영향력을 지닌 가수 지드래곤을 홍보대사로 위촉해 개회식 현장의 열기를 더한 점은 클래식한 국제회의에 대중적 관심을 결합한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드래곤은 개회식 발언을 통해 유산 보존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을 촉구하며 전 세계 팬들의 시선을 부산으로 모았다.

 


유네스코 주요 인사들은 한국의 주도적인 역할과 부산의 완벽한 행사 준비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칼레드 엘에나니 유네스코 사무총장 등 핵심 관계자들은 부산 선언이 향후 10년의 세계유산 정책을 규정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은 이번 개최를 통해 동아시아 문화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지는 한편, 세계유산 보존을 위한 국제 기금 출연과 기술 지원 등 실질적인 기여 방안을 확대하며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열흘간 이어지는 이번 위원회는 인류의 소중한 유산을 위협하는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지구촌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 선언의 정신에 따라 각국은 자국 유산의 보존을 넘어 인류 공동의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통합적인 관리 체계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부산에서 시작된 연대의 물결이 전 세계 유산 현장 관리자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다음 세대에게 온전한 유산을 물려주기 위한 실천적인 변화로 이어질지 전 세계의 이목이 부산을 향하고 있다.

 

고려아연, 8370억원 손배소 승소…영풍은 항소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 측이 제기한 약 83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고려아연 이사들이 자기주식을 공개매수하는 과정에서 법령과 정관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판결로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는 22일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비롯한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영풍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내린 결정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며 약 8370억원의 배상을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해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사들의 경영상 판단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만한 위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재판부는 고려아연 이사들의 자기주식 취득 결정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위반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사는 회사 경영에 관한 재량권을 가지며, 법령을 위반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합리적으로 판단해 의사결정을 내렸다면 그 결과만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경영상 판단의 내용이 현저하게 불합리하지 않은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법원은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 결정이 이 같은 경영 판단의 범위 안에 있다고 봤다. 당시 고려아연 이사들은 영풍 측의 공개매수를 회사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였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이사들이 관련 법령에 따른 절차와 제한을 준수하고 외부 법률 자문 등을 검토했으며, 일정 수준의 할증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을 고려해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판단이 현저하게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결론이다.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상법이나 회사 정관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법 제462조 제1항에 규정된 배당가능이익과 관련해서도 영풍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배당가능이익은 회사가 주주에게 이익을 배당할 수 있는 한도를 의미하며, 자기주식을 취득할 때도 해당 한도 내에서 매입해야 한다. 그러나 법원은 이 규정이 자기주식 취득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의 총규모를 제한하는 것이지, 취득 자금이 어떤 회계 항목에서 마련됐는지를 기준으로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규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자기주식 취득에 특정 재원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법령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회사 정관에 중간배당을 할 때 특정 목적의 임의준비금을 재원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 있다는 점도 쟁점이 됐다. 다만 재판부는 해당 규정을 자기주식 취득에 그대로 적용하거나 유추해 적용할 수는 없다고 봤다. 따라서 해당 재원을 자기주식 매입에 활용한 것이 정관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이번 소송은 영풍이 2024년 11월 최 회장 등 고려아연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했다. 영풍은 이사들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가 이사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책임을 추궁하는 절차다. 소송에서 주주 측이 승소하더라도 배상금은 소송을 제기한 주주 개인에게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돌아간다.영풍이 문제 삼은 것은 고려아연 이사회의 자기주식 공개매수였다. 영풍 측은 주당 약 56만원 수준이던 고려아연 주식을 89만원에 공개매수해 총 204만30주의 자기주식을 취득한 결정이 회사에 손해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한 만큼 회사의 자산에 손실이 발생했고, 이를 결정한 이사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 양측은 경영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이어왔다. 그러나 법원은 공개매수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 등을 검토한 이사회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풍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고려아연은 이날 별도로 진행된 한화 지분 매각 관련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고려아연은 두 건의 판결을 통해 자기주식 공개매수와 한화 지분 매각을 둘러싼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영풍과 MBK가 적대적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방해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소송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 같은 소송 제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반면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하고 항소 방침을 밝혔다. 양측은 상급심에서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위법성과 고려아연 이사회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다시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로 일단락된 듯 보였던 손해배상 분쟁은 항소심에서 다시 이어질 전망이다.이번 판결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이사회가 내린 주요 의사결정의 적법성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법원은 자기주식 취득 결정 당시 이사들이 관련 법령과 절차를 검토하고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영풍·MBK 측이 항소를 예고한 만큼,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적법성과 이사들의 경영 판단에 대한 책임 범위는 상급심에서 다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