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마트 장바구니가 굿즈 됐다…트레이더 조 미니백 또 품절

미국 식료품 체인 트레이더 조의 장바구니용 미니 토트백이 다시 품절 대란을 일으키고 있다. 3달러도 되지 않는 작은 가방을 사기 위해 개점 전부터 매장 앞에 줄이 늘어서는 진풍경이 벌어지면서, 현지에서는 경기 불확실성 속 ‘작은 사치’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뉴욕포스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트레이더 조가 새롭게 선보인 미니 토트백은 출시 직후부터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뉴저지주의 한 매장에서는 오전 9시 개점을 앞두고 오전 7시 30분부터 고객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매장이 문을 연 뒤 준비된 물량은 약 한 시간 만에 모두 판매됐다.

 

이번 제품은 파란색, 분홍색, 베이지색, 초록색 등 네 가지 색상으로 출시됐다. 파스텔 톤 줄무늬 디자인이 적용됐고, 가격은 개당 2.99달러, 우리 돈 약 4400원 수준이다. 저렴한 가격에 실용성과 귀여운 디자인을 갖춘 데다 한정판처럼 판매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트레이더 조 미니 토트백의 인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4년 출시 당시에도 미국 전역 매장에서 품절 사태가 이어졌다. 당시 정가가 3달러 안팎이던 제품은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수십 배 이상 비싼 가격에 올라왔다. 일부 제품은 최고 500달러, 약 74만 원에 거래되며 장바구니라기보다 수집용 굿즈에 가까운 대접을 받았다.

 

이후 이 제품은 미국을 찾는 여행객들 사이에서도 인기 기념품으로 자리 잡았다. 트레이더 조 매장이 없는 국가의 소비자들은 여행 중 구매 목록에 미니 토트백을 올렸고, SNS에는 구매 인증 사진이 잇따라 올라왔다. 작은 크기와 브랜드 특유의 감성, 부담 없는 가격이 맞물리며 단순 생활용품 이상의 상징성을 갖게 된 셈이다.

 

저가 상품을 둘러싼 과열 현상은 다른 브랜드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스타벅스가 출시한 베어리스타 글라스 콜드컵은 판매 하루 만에 동났다. 모자를 쓴 곰돌이 모양의 컵은 정가가 29.95달러, 약 4만4000원이었지만 리셀 시장에서는 최대 1400달러, 약 207만 원까지 가격이 뛰었다. 일부 매장에서는 이를 사려는 고객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져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불황기 소비 심리와 연결해 해석한다. 고물가와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주택이나 자동차처럼 큰돈이 드는 소비는 부담스러워졌지만, 몇 달러에서 수십 달러 수준의 상품으로 자신에게 보상하려는 욕구는 오히려 커졌다는 것이다.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즉각적인 만족감을 얻는 이른바 ‘작은 사치’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정판이라는 요소도 열풍을 키운다. 재고가 적고 판매 기간이 짧을수록 소비자들은 구매 기회를 놓칠까 봐 더 빠르게 움직인다. 여기에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구매 후기와 인증 사진이 퍼지면, 상품의 실제 필요 여부보다 ‘나도 가져야 한다’는 심리가 앞서게 된다. 이른바 포모 현상이 소비를 부추기는 구조다.

 

실제로 미국 여론조사기관 서베이몽키가 지난 2월 미국 성인 20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2%는 한 달에 한 번 자신을 위해 작고 부담 없는 상품을 산다고 답했다. 이들 중 43%는 이런 소비를 매일 또는 매주 한다고 밝혔다. 불황기에 립스틱 같은 저가 상품 판매가 늘어난다는 ‘립스틱 효과’와도 맞닿아 있다.

 

다만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작은 소비라도 반복되면 지출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한정판 상품을 되팔 목적으로 대량 구매하는 리셀 문화는 실제 소비자들의 구매 기회를 빼앗고 가격 왜곡을 일으킨다는 비판을 받는다. 유행을 따라 불필요한 제품을 계속 사들이는 소비 방식은 환경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레이더 조의 미니 토트백 열풍은 단순한 장바구니 품절 사태를 넘어 미국 소비자들의 현재 심리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읽힌다. 비싼 사치는 어렵지만 작고 귀여운 물건 하나로 기분 전환을 하려는 욕구, 그리고 한정판을 놓치고 싶지 않은 불안감이 맞물리며 3달러짜리 가방을 둘러싼 긴 줄을 만들어내고 있다.

 

고려아연, 8370억원 손배소 승소…영풍은 항소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 측이 제기한 약 83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고려아연 이사들이 자기주식을 공개매수하는 과정에서 법령과 정관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판결로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는 22일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비롯한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영풍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내린 결정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며 약 8370억원의 배상을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해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사들의 경영상 판단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만한 위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재판부는 고려아연 이사들의 자기주식 취득 결정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위반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사는 회사 경영에 관한 재량권을 가지며, 법령을 위반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합리적으로 판단해 의사결정을 내렸다면 그 결과만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경영상 판단의 내용이 현저하게 불합리하지 않은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법원은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 결정이 이 같은 경영 판단의 범위 안에 있다고 봤다. 당시 고려아연 이사들은 영풍 측의 공개매수를 회사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였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이사들이 관련 법령에 따른 절차와 제한을 준수하고 외부 법률 자문 등을 검토했으며, 일정 수준의 할증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을 고려해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판단이 현저하게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결론이다.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상법이나 회사 정관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법 제462조 제1항에 규정된 배당가능이익과 관련해서도 영풍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배당가능이익은 회사가 주주에게 이익을 배당할 수 있는 한도를 의미하며, 자기주식을 취득할 때도 해당 한도 내에서 매입해야 한다. 그러나 법원은 이 규정이 자기주식 취득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의 총규모를 제한하는 것이지, 취득 자금이 어떤 회계 항목에서 마련됐는지를 기준으로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규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자기주식 취득에 특정 재원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법령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회사 정관에 중간배당을 할 때 특정 목적의 임의준비금을 재원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 있다는 점도 쟁점이 됐다. 다만 재판부는 해당 규정을 자기주식 취득에 그대로 적용하거나 유추해 적용할 수는 없다고 봤다. 따라서 해당 재원을 자기주식 매입에 활용한 것이 정관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이번 소송은 영풍이 2024년 11월 최 회장 등 고려아연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했다. 영풍은 이사들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가 이사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책임을 추궁하는 절차다. 소송에서 주주 측이 승소하더라도 배상금은 소송을 제기한 주주 개인에게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돌아간다.영풍이 문제 삼은 것은 고려아연 이사회의 자기주식 공개매수였다. 영풍 측은 주당 약 56만원 수준이던 고려아연 주식을 89만원에 공개매수해 총 204만30주의 자기주식을 취득한 결정이 회사에 손해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한 만큼 회사의 자산에 손실이 발생했고, 이를 결정한 이사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 양측은 경영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이어왔다. 그러나 법원은 공개매수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 등을 검토한 이사회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풍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고려아연은 이날 별도로 진행된 한화 지분 매각 관련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고려아연은 두 건의 판결을 통해 자기주식 공개매수와 한화 지분 매각을 둘러싼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영풍과 MBK가 적대적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방해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소송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 같은 소송 제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반면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하고 항소 방침을 밝혔다. 양측은 상급심에서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위법성과 고려아연 이사회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다시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로 일단락된 듯 보였던 손해배상 분쟁은 항소심에서 다시 이어질 전망이다.이번 판결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이사회가 내린 주요 의사결정의 적법성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법원은 자기주식 취득 결정 당시 이사들이 관련 법령과 절차를 검토하고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영풍·MBK 측이 항소를 예고한 만큼,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적법성과 이사들의 경영 판단에 대한 책임 범위는 상급심에서 다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