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멈춰선 초과이윤 논의, 여야 경제 실책 네 탓 공방

 대통령실이 예정됐던 수석·보좌관회의를 전격 연기하며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당초 이번 회의에서는 기업의 초과이윤을 사회적으로 재분배하는 민감한 경제 현안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통령실은 추가적인 숙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일정을 미뤘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최근 국내 증시의 급락세와 맞물려 정책 추진에 대한 정부 내 고심이 깊어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은 증시 상황과는 무관한 일정 변경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야권은 정부의 경제 정책 혼선이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며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같은 시각 여의도 국회에서는 입법권을 둘러싼 여야의 정면충돌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내란과 국정농단 의혹 등을 수사하는 '2차 종합특검'의 기간 연장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자, 국민의힘은 즉각 필리버스터에 돌입하며 저지에 나섰다. 여당은 이번 특검 연장 시도가 뚜렷한 성과 없이 야당 정치인들을 탄압하기 위한 정쟁용 수단에 불과하다고 규정했다.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윤상현 의원은 본회의장 단상에서 특검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야당의 입법 독주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야당은 여당의 무제한 토론이 시작되자마자 종결 동의 건을 제출하며 맞대응했다. 민주당은 특검 수사가 미진한 상황에서 기간 연장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며, 오는 21일 오후에는 강제 종료 절차를 밟아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회법에 따라 24시간이 경과한 시점에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필리버스터를 강제로 끝낼 수 있는 만큼, 내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은 법안 처리를 강행하려는 야당과 이를 막으려는 여당 사이의 물리적·심리적 충돌이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 실책을 둘러싼 책임 공방도 격화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최근 주가 변동성을 키운 주범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과정을 문제 삼으며 김용범 정책실장의 경질을 강력히 요구했다. 여당은 정부가 충분한 검증 없이 무리하게 상품 상장을 밀어붙여 수많은 투자자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장동혁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국민의 재산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손실을 방치하고 있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결단해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야권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은 여당의 경질 요구를 두고 정부의 실정을 가리기 위한 '꼬리 자르기'식 공세라고 일축했다. 오히려 기업 초과이윤 재분배 논의를 돌연 중단한 대통령실의 태도가 대기업의 눈치를 보는 증거라며 공세의 방향을 돌렸다. 특히 최근 서킷브레이커가 여러 차례 작동할 정도로 불안정한 금융 시장 상황을 언급하며, 정부의 무능이 서민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처럼 경제 정책의 실패를 서로의 탓으로 돌리는 여야의 설전은 국회 본회의장의 필리버스터 열기만큼이나 뜨겁게 달아올랐다.

 

정치권의 이 같은 극한 대치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 연장안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될 경우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며, 경제 정책을 둘러싼 여야의 시각 차이도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민생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입법과 정책 모든 면에서 평행선을 달리는 여야의 모습에 국민의 피로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내일로 예정된 특검법 표결 결과와 그에 따른 대통령실의 대응이 향후 정국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여름의 실종? 6월부터 시작된 '지옥 불더위'

 한반도의 여름이 갈수록 길고 뜨거워지고 있다. 기상청이 1973년부터 53년간의 관측 자료를 정밀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 동안 발생한 폭염 일수는 1970년대와 비교해 2.2배나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잠 못 드는 밤을 만드는 열대야의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다. 같은 기간 열대야 일수는 무려 3배나 급증하며 시민들의 건강과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이는 기후 변화로 인해 여름철 평균 기온이 10년마다 0.28도씩 꾸준히 상승해온 결과로, 이제는 길어진 무더위가 예외적인 현상이 아닌 일상적인 기상 조건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더위의 시작은 빨라지고 끝은 늦어지는 경향도 뚜렷하다. 과거 7월 상순이나 중순이 되어야 나타나던 첫 폭염은 최근 들어 6월 상순으로 최대 한 달가량 앞당겨졌다. 서울과 춘천 등 중부 내륙 지역에서도 6월부터 최고기온이 33도를 웃도는 일이 빈번해졌으며, 강릉과 대구 등 동쪽 지역에서 시작된 열기가 하순이면 전국으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인다. 폭염이 물러나는 시점 역시 8월 중순에서 하순으로 열흘 정도 늦춰지면서, 사실상 1년 중 3개월 가까이 폭염의 영향권에 놓이게 된 셈이다.밤사이 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의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강릉의 경우 열대야가 시작되는 날이 과거보다 26일이나 빨라졌고, 종료일은 16일이나 늦춰졌다. 결과적으로 밤더위를 견뎌야 하는 기간이 과거보다 40일이나 늘어난 것이다. 남해안과 제주 지역에서는 9월 상순까지도 열대야가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서귀포에서는 10월 중순까지 열대야가 관측되는 등 관측 이래 가장 늦은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이는 낮 동안 달궈진 열기가 밤사이 충분히 식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화됐음을 의미한다.이러한 기상 이변의 주된 원인으로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조기 확장과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의 상승이 꼽힌다. 최근 10년 사이 북태평양고기압은 과거보다 더 일찍 북서쪽으로 세력을 넓혀 한반도 남쪽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유입되는 고온다습한 공기와 강한 일사가 더해지면서 이른 시기부터 기온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또한 따뜻해진 바다는 해안가로 수증기를 끊임없이 공급하며 밤사이 복사냉각을 방해해 열대야를 장기화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여름철 무더위의 양상이 변화함에 따라 사회적 대응 체계의 전면적인 수정도 불가피해졌다. 과거에는 장마가 끝난 뒤 본격적인 폭염 대책을 세웠으나, 이제는 장마 기간 중에도 극심한 무더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른 시기부터 발생하는 온열질환에 대비해 취약계층 보호 대책을 앞당겨 시행해야 하며, 급증하는 냉방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에너지 수급 계획도 보완이 필요하다. 농축수산업 분야에서도 달라진 기온 변화에 맞춘 방제와 관리 매뉴얼의 재정립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기상청은 기온 상승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폭염 대응 정책의 선제적 보완을 강조했다. 야간 회복 시간이 줄어들고 누적되는 열기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만큼, 단순한 기온 수치 이상의 정교한 건강 영향 예보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여름이 과거의 기억을 넘어 아열대 기후에 가까워지는 상황에서, 변화된 기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전략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