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모아

연기 덮인 도심 대피령, 인천 쿠팡 화재에 학교 휴교

 인천 서구 석남동에 위치한 쿠팡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가 사흘이 지나도록 완전히 잡히지 않으면서 경찰이 대규모 전담 수사팀을 꾸려 본격적인 원인 규명에 나섰다. 인천경찰청은 20일 광역범죄수사대와 중대재해수사계 등 총 35명의 인력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편성하고 발화 지점 확인과 연소 확대 경위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기로 했다. 경찰은 진화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며, 특히 화재 초기 방재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와 관리 주체의 과실 여부를 엄중히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번 수사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초기 대응의 적절성이다. 경찰은 지난 2021년 발생했던 이천 덕평 물류센터 화재 당시 방재실 관계자들이 경보를 임의로 꺼 초기 진화 시점을 놓쳤던 선례를 참고하고 있다. 이번 석남동 화재 역시 거대한 규모와 복잡한 내부 구조 탓에 진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 만큼, 골든타임 확보 실패 여부가 수사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행정안전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도 현장을 방문해 소방대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되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불길을 잡으라고 지시했다.

 


화재의 여파는 인근 교육 현장과 주거 지역으로까지 번졌다. 연기와 분진 피해를 우려한 당국의 권고에 따라 현장 근처 신석초등학교가 문을 닫았고, 어린이집 14곳도 원아를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특히 휴교를 결정한 초등학교는 하루 휴업 후 짧은 수업을 거쳐 곧바로 여름방학에 들어가기로 하는 등 학사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 서구청은 건물 붕괴 위험을 고려해 특정 구역에 대피령을 유지하고 있으며, 분진 피해를 피하려는 주민 수백 명이 인근 초등학교에 마련된 임시대피소로 몸을 피한 상태다.

 

물류센터 내부의 특수한 환경은 진화 작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불길이 집중된 6층과 7층은 축구장 여러 개를 합친 것보다 넓은 면적에 가연성 물류가 가득 차 있어 소방대원들의 접근이 쉽지 않다. 특히 5층에는 리튬 배터리를 사용하는 물류 로봇 수백 대가 보관되어 있어, 소방당국은 불길이 이 구역으로 번져 폭발 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현재 국가소방동원령에 따라 800명이 넘는 인력과 수백 대의 장비가 투입되어 방어선을 구축 중이다.

 


인천시와 교육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예비 대피 공간을 추가로 확보하는 등 긴급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이미 170명이 넘는 주민이 임시 주거시설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으며, 대피령 대상이 아닌 지역 주민들도 연기 냄새와 유해 물질 유입을 우려해 스스로 거처를 옮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소방당국은 건물의 구조적 결함이나 붕괴 징후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기 위해 주요 지점에 정밀 경보기를 설치하고 진압 작전을 수행하고 있으나, 내부 적재물이 워낙 많아 완전 진화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인천서부소방서는 브리핑을 통해 가용 가능한 모든 소방력을 집중해 연소 확대를 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물류센터의 거대한 규모와 내부의 가연성 자재들이 진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어 장기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소방당국은 화재가 진압되는 대로 관계기관과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정확한 피해 규모와 화재 원인을 정밀 조사할 계획이다.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경찰과 소방당국은 추가 인명 피해 없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엔저에 환전 폭주, 19개월 만에 최대치 경신

 역대급 엔화 약세 현상이 지속되면서 국내 거주자들의 엔화 환전 규모가 약 1년 7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7일까지 주요 시중은행에서 이뤄진 엔화 환전액은 315억 엔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엔화 가치는 4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데 따른 결과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일본을 방문하려는 관광객들의 실수요와 향후 환율 반등을 노린 투자 수요가 한꺼번에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올해 전체 엔화 환전 규모는 이미 지난해 연간 기록의 70% 수준에 육박할 정도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연초부터 꾸준히 증가하던 환전액은 잠시 주춤하는 듯했으나, 7월 들어 원·엔 환율이 800원대 후반까지 밀려나자 다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중동 지역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다른 해외 여행지의 매력도가 떨어진 반면, 지리적으로 가깝고 물가가 저렴해진 일본으로 여행객들의 발길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외환 시장에서는 원화와 엔화의 엇갈린 행보가 이번 현상을 부추겼다고 분석한다. 국내 기업의 대규모 외화 조달 자금이 원화로 환전되면서 원화 가치는 상승 압력을 받은 반면, 일본 엔화는 달러당 164엔에 육박할 정도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재정환율의 변화는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의 원·엔 환율을 만들어냈으며, 이는 곧바로 시중은행 창구의 엔화 매수 열풍으로 이어졌다.자산가들 사이에서는 엔화를 저점 매수 기회로 삼는 '환테크' 움직임도 뚜렷하다. 이달 들어 5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약 700억 엔 가까이 급증하며 1조 엔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당장 일본으로 떠나지 않더라도 엔화 가치가 바닥을 쳤다는 판단 아래 미리 엔화를 사두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국채 금리의 향방과 일본 금융당국의 추가 금리 인상 여부가 향후 엔화 가치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엔화 약세가 당분간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기술적 분석에 따르면 원·엔 환율이 100엔당 850원선까지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열려 있어, 성급한 몰빵 투자는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연초 1조 엔을 상회했던 예금 잔액과 비교하면 현재의 증가세는 다소 완만한 편이며, 이는 엔화의 단기적 반등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여전히 존재함을 시사한다.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일본 여행 수요가 정점에 달하는 8월 초까지 엔화 환전 열기가 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들은 환전 수수료 우대 혜택을 강화하며 고객 유치에 나섰으며, 공항 환전소는 몰려드는 이용객들로 연일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일본 경제의 불확실성과 미국의 통화 정책 변화가 맞물린 가운데, 엔저를 활용하려는 개인들의 자금 이동은 당분간 금융권의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