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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간다" 백일섭, 40년 참다 졸혼 택한 속사정

 원로 배우 백일섭이 오랜 세월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결혼 생활의 고충과 졸혼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를 털어놓았다. 지난 19일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는 후배 연예인들과 함께 사우나 버스를 체험하며 인생의 선배로서 결혼과 삶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특히 50대 중반의 미혼 후배가 던진 질문에 그는 너스레를 떨면서도, 화려한 연예인 삶 이면에 감춰져 있던 한 남자의 고뇌를 가감 없이 드러내며 현장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그는 결혼 생활 내내 마음 한구석에는 늘 자유를 갈망하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대중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배우라는 직업적 특성상 쉽게 결단을 내릴 수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변에서 들려올지 모르는 부정적인 평판이나 '결국 실패했다'는 식의 낙인이 두려워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는 것이다. 대중에게 비치는 자신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인내의 시간은 무려 40년이라는 긴 세월로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쌓인 심리적 응어리는 그의 일상과 연기 활동에도 적지 않은 지장을 주었다.

 


백일섭은 어느 날 문득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깨달음이 찾아왔던 순간을 떠올렸다. 가슴 속 답답함이 한계치에 다다랐을 때, 그는 가족들에게 집을 나가겠다는 선언을 하고 비로소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 나섰다. 이는 단순한 가출이 아닌, 서로의 삶을 존중하면서도 각자의 길을 걷기로 한 '졸혼'의 시작이었다. 40년 동안 자신을 짓눌러왔던 의무감과 체면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오롯이 혼자만의 삶을 선택한 그의 결단은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동시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졸혼 이후의 삶은 그에게 꿈꾸던 자유를 선사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낚시를 하러 가거나 고향인 여수를 방문하는 등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유의 이면에 존재하는 그림자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언급했다. 여행의 끝자락이나 일정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문득 찾아오는 적적함과 외로움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혼자 사는 삶이 주는 편안함이 크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온기가 그리워지는 인간 본연의 외로움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가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후배들에게 결혼을 권장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자신은 비록 힘든 과정을 거쳐 홀로서기를 택했지만, 인생의 동반자가 있다는 것 자체가 주는 가치는 여전히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혼자 사는 것이 편하다고 말하면서도 결혼을 추천하는 그의 모습은, 결혼 제도의 모순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경험한 노배우의 복합적인 감정을 잘 보여준다. 그의 발언은 단순히 개인의 경험담을 넘어 현대 사회에서 변화하고 있는 가족의 형태와 부부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백일섭의 고백은 황혼기에 접어든 많은 부부에게 자신들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되었다. 체면과 인내로 점철된 과거의 방식이 정답이 될 수 없음을 몸소 보여준 그는, 남은 인생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자유와 고독이라는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품고 살아가는 그의 현재 모습은, 인생의 황혼에서 맞이하는 새로운 시작이 결코 화려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40년의 응어리를 털어내고 비로소 마주한 그의 진솔한 삶의 태도는 시청자들에게 깊은 잔상을 남겼다.

 

 

 

벼랑 끝 여자배구, 반등 신호탄 쏜 차상현호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이 인도네시아와의 평가전 시리즈를 전승으로 장식하며 국제무대 반등을 위한 예열을 마쳤다. 차상현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26일 제천에서 열린 마지막 3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0의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로써 한국은 세 차례의 평가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최근 이어온 상승세를 입증했다. 하지만 사령탑인 차 감독은 승리의 기쁨보다는 다가올 주요 국제대회에 나설 최종 명단을 확정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에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차 감독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팀의 야전사령관 역할을 맡을 세터 포지션의 낙점이다. 현재 대표팀에는 김다인과 이수연, 이고은 등 각기 다른 장점을 가진 세 명의 세터가 합류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차 감독은 선수들에게 직접 통보하기 전이라 말을 아끼면서도, 지난 3경기를 치르는 동안 엔트리 구성을 두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음을 숨기지 않았다. 가용 자원 중 일부를 제외해야 하는 냉정한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면서 사령탑의 심리적 부담감은 최고조에 달한 모습이다.대표팀은 그동안 김연경의 은퇴 이후 전례 없는 침체기를 겪으며 패배의식에 젖어 있었다. 지난해 발리볼네이션스리그 최하위 강등이라는 수모를 겪으며 세계랭킹도 30위까지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지난달 AVC컵 7전 전승 우승을 기점으로 분위기는 반전되었다. 차 감독은 선수들이 휴식기까지 반납하며 훈련에 매진한 결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며, 힘든 여정을 묵묵히 따라와 준 주장 강소휘를 비롯한 선수단 전체에 깊은 고마움을 전했다.승리 속에서도 기술적인 보완점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차 감독은 특히 후위 공격의 점유율과 성공률을 끌어올리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국내 V리그의 경우 외국인 선수들에게 후위 공격 비중이 쏠려 있다 보니, 대표팀 선수들이 실전에서 파워 있는 백어택을 구사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전위에서의 조직적인 블로킹은 개선되었지만, 수비 이후 반격 상황에서 후위 공격수가 상대 수비를 위협할 수 있는 파괴력을 갖추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이번 평가전 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자원들의 활약은 수확이다. 부상 재활을 마치고 합류한 육서영은 뛰어난 신장과 공격 파워를 앞세워 차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아직 실전 감각을 더 끌어올려야 하는 단계지만, 높이가 필요한 결정적인 순간에 강소휘 등 기존 주포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핵심 조커로 기대를 모은다. 차 감독은 육서영의 몸 상태가 완벽해진다면 대표팀의 공격 루트가 한층 다양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대표팀은 이제 동아시아선수권과 아시아선수권, 그리고 9월 아시안게임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일정에 돌입한다. 차 감독은 세계랭킹을 끌어올리고 메달권에 진입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인정하면서도,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는 절박함으로 승부에 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성적에 대한 과도한 압박보다는 눈앞의 경기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도장 깨기' 전략을 통해 여자배구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사령탑의 의지는 단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