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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티나면 어때?" 왕홍 체험에 빠진 MZ들

 최근 여행 시장은 조용한 휴식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찾는 '힐링형'과 화려한 변신을 통해 짜릿한 쾌감을 맛보는 '체험형'으로 소비 지형이 뚜렷하게 재편되고 있다. 고물가와 고환율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여행 수요가 꺾이지 않는 배경에는 이처럼 상반된 두 가지 욕구가 공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의 최신 분석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낮추려는 '코르티솔 OFF' 전략과 즐거움을 극대화하려는 '도파민 ON' 전략을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인파를 피해 한적한 곳에서 여유를 즐기는 '코르티솔 OFF' 유형은 일본 소도시 여행의 급증에서 확인된다. 올해 1분기 일본의 주요 소도시를 찾은 카드 이용객은 2년 전보다 약 4배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대도시보다 50~60대 중장년층의 방문 비중이 월등히 높았는데, 이는 복잡한 관광지 대신 합리적인 물가와 평화로운 분위기를 선사하는 숨은 명소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음을 의미한다. 번잡함을 덜어내고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새로운 여행의 가치로 떠오른 셈이다.

 


국내 여행지 중에서는 강원도 동해시 묵호 지역이 이러한 힐링 트렌드의 성지로 부상했다. 논골담길과 도째비골 등 아기자기하고 감성적인 공간들이 주목받으며 소위 '뚜벅이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묵호 일대 소품샵의 결제 건수는 전년 대비 20배 이상 폭증했으며, 이용객의 대다수가 2030 세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젊은 층 사이에서 화려한 명소보다는 소박한 골목길을 걸으며 정서적 허기를 채우려는 욕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일상을 벗어난 파격적인 경험에 몰입하는 '도파민 ON' 트렌드는 해외에서의 이색 체험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중국 여행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왕홍 체험'이다. 현지 전통 의상을 입고 화려한 메이크업을 한 채 전문 영상이나 사진을 남기는 이 활동은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이용 증가율을 기록했다. 유명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체험하는 모습이 노출되며 대중적 호기심을 자극한 데다, 평소와 다른 자신의 모습을 기록하려는 셀피 문화가 결합하며 여성 고객들의 유입을 대폭 끌어올렸다.

 


흥미로운 점은 과거 중국 특유의 과한 감성을 비하할 때 쓰이던 '중티난다'는 표현에 대한 인식 변화다. 소셜 데이터 분석 결과 최근 한 달간 해당 표현에 대한 긍정적인 언급 비율은 70%를 상회하며 부정을 압도했다. '화려하다', '예쁘다'와 같은 키워드가 주를 이루면서, 촌스럽다고 치부되던 이국적인 화려함이 이제는 하나의 개성 있는 놀이 문화이자 즐길 거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극적인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낯선 문화에 몸을 던지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결과다.

 

결국 2026년의 여행은 단순히 장소를 옮기는 행위를 넘어 개인의 심리 상태를 조절하는 고도의 소비 행위로 진화하고 있다. 일상의 피로를 씻어내기 위해 극도의 정적을 찾아 떠나거나, 반대로 지루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극도의 화려함을 쫓는 양극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들은 여행이 일상화될수록 개인의 취향에 따라 휴식과 몰입이라는 두 축을 오가는 다변화된 소비 패턴이 더욱 정교하게 발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벼랑 끝 여자배구, 반등 신호탄 쏜 차상현호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이 인도네시아와의 평가전 시리즈를 전승으로 장식하며 국제무대 반등을 위한 예열을 마쳤다. 차상현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26일 제천에서 열린 마지막 3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0의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로써 한국은 세 차례의 평가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최근 이어온 상승세를 입증했다. 하지만 사령탑인 차 감독은 승리의 기쁨보다는 다가올 주요 국제대회에 나설 최종 명단을 확정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에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차 감독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팀의 야전사령관 역할을 맡을 세터 포지션의 낙점이다. 현재 대표팀에는 김다인과 이수연, 이고은 등 각기 다른 장점을 가진 세 명의 세터가 합류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차 감독은 선수들에게 직접 통보하기 전이라 말을 아끼면서도, 지난 3경기를 치르는 동안 엔트리 구성을 두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음을 숨기지 않았다. 가용 자원 중 일부를 제외해야 하는 냉정한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면서 사령탑의 심리적 부담감은 최고조에 달한 모습이다.대표팀은 그동안 김연경의 은퇴 이후 전례 없는 침체기를 겪으며 패배의식에 젖어 있었다. 지난해 발리볼네이션스리그 최하위 강등이라는 수모를 겪으며 세계랭킹도 30위까지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지난달 AVC컵 7전 전승 우승을 기점으로 분위기는 반전되었다. 차 감독은 선수들이 휴식기까지 반납하며 훈련에 매진한 결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며, 힘든 여정을 묵묵히 따라와 준 주장 강소휘를 비롯한 선수단 전체에 깊은 고마움을 전했다.승리 속에서도 기술적인 보완점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차 감독은 특히 후위 공격의 점유율과 성공률을 끌어올리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국내 V리그의 경우 외국인 선수들에게 후위 공격 비중이 쏠려 있다 보니, 대표팀 선수들이 실전에서 파워 있는 백어택을 구사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전위에서의 조직적인 블로킹은 개선되었지만, 수비 이후 반격 상황에서 후위 공격수가 상대 수비를 위협할 수 있는 파괴력을 갖추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이번 평가전 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자원들의 활약은 수확이다. 부상 재활을 마치고 합류한 육서영은 뛰어난 신장과 공격 파워를 앞세워 차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아직 실전 감각을 더 끌어올려야 하는 단계지만, 높이가 필요한 결정적인 순간에 강소휘 등 기존 주포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핵심 조커로 기대를 모은다. 차 감독은 육서영의 몸 상태가 완벽해진다면 대표팀의 공격 루트가 한층 다양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대표팀은 이제 동아시아선수권과 아시아선수권, 그리고 9월 아시안게임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일정에 돌입한다. 차 감독은 세계랭킹을 끌어올리고 메달권에 진입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인정하면서도,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는 절박함으로 승부에 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성적에 대한 과도한 압박보다는 눈앞의 경기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도장 깨기' 전략을 통해 여자배구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사령탑의 의지는 단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