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궁궐 밖 첫 나들이 수문장, 유네스코 대표단 홀렸다

 대한민국 국가유산의 찬란한 가치와 국제적 성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식 전시관 ‘대한민국관’이 20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이번 전시관은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개최를 기념해 마련된 공간으로, 한국의 세계유산뿐만 아니라 인류무형유산과 세계기록유산 등 유네스코가 인정한 우리 유산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핵심 창구 역할을 수행한다. 정부와 지자체, 종교계 등 총 35개 기관이 힘을 합쳐 마련한 이번 행사는 역대 최대 규모의 국가유산 홍보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시관의 시작을 알린 개관 행사는 벡스코 야외광장에서 펼쳐진 웅장한 수문장 교대의식으로 꾸며졌다. 그동안 경복궁 내에서만 볼 수 있었던 이 전통 의례가 궁궐 밖에서 대규모로 재현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개최국으로서 전 세계 대표단을 환영한다는 깊은 의미를 담았다. 화려한 복식과 절도 있는 동작으로 무장한 수문장들의 모습은 현장을 찾은 외국인 관계자들과 시민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으며 한국 전통문화의 위엄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전시관 내부는 관람객들이 한국 유산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테마로 구성됐다. ‘대한민국과 유네스코’ 관에서는 한국이 유네스코와 맺어온 국제협력의 발자취를 조명하며, ‘개최도시 부산관’과 ‘세계기록유산’ 섹션 등을 통해 지역과 시대를 아우르는 우리 유산의 독창성을 강조했다. 특히 하루 두 차례 운영되는 전문 해설 프로그램은 회차당 20명의 관람객을 대상으로 45분간 심도 있는 설명을 제공해, 단순한 관람을 넘어 교육적 가치까지 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관람객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참여형 이벤트와 공연도 풍성하게 준비됐다. 개관 당일에는 특정 전시관에서 인증사진을 촬영한 선착순 200명에게 기념품을 증정하는 ‘오픈런 이벤트’가 열려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늘어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또한 내부 주무대인 ‘K-헤리티지 스테이지’에서는 행사 기간 내내 총 38건의 전통 공연이 펼쳐지며, 국가무형유산 보유자들이 직접 선보이는 전통 기술 공개행사 등 오감을 만족시키는 프로그램들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대한민국관을 직접 점검하며 이번 전시가 세계유산위원회 참가자들과 국민이 함께 국가유산의 미래를 고민하는 소통의 공간이 되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우리 유산의 세계적 가치를 널리 알리는 것은 물론, 이번 행사를 계기로 국가유산을 매개로 한 국제적인 협력 네트워크가 더욱 공고해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이 세계유산 분야에서 단순한 수혜국을 넘어 국제적인 기준을 선도하는 리더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민국관은 오는 29일까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누구나 무료로 입장해 한국 문화의 정수를 체험할 수 있다. 위원회 본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전시관은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상징하는 문화 외교의 현장으로서 그 역할을 다할 전망이다. 부산 벡스코를 가득 채운 전통의 향기와 현대적 감각의 전시는 세계인들에게 한국 국가유산이 지닌 영속적인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각인시키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포항 보릿돌교 붕괴, 낚시객 17명 고립

 경북 포항의 유명 해상 관광지인 보릿돌교가 대낮에 갑자기 붕괴하면서 휴가철 관광객들이 고립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28일 오후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장길리에 위치한 이 해상 인도교는 굉음과 함께 중간 교각 두 구간이 순식간에 바다로 내려앉았다. 이 사고로 다리 끝부분 갯바위에서 여유롭게 낚시를 즐기던 시민 17명이 퇴로가 끊겨 고립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와 민간 어선이 신속하게 합동 구조 작전을 펼친 끝에 고립자 전원을 무사히 구조했으며,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사고 당시의 긴박했던 순간은 현장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대형 참사 직전이었음을 보여주었다. 영상 속 보릿돌교는 중앙부가 먼저 침하한 뒤 양옆의 상판이 연쇄적으로 꺾이며 바다를 향해 'W'자 형태로 무너져 내렸다. 특히 붕괴 지점에서 불과 10여 미터 떨어진 곳을 걷던 한 보행자가 다리가 무너지는 광경을 목격하고 급히 발길을 돌려 탈출하는 장면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해당 보행자가 조금만 더 일찍 진입했더라면 끔찍한 인명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며 당시의 긴박함을 전했다.현장 목격자들은 폭발음과 맞먹는 거대한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다리가 사라졌다고 증언했다.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시민은 가게 안까지 들려온 굉음에 놀라 밖을 내다보니 바다 위로 거대한 물기둥이 치솟아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처음에는 보트가 지나가며 생긴 파도인 줄 알았으나, 이내 평소 보이던 다리 형태가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사고 직후 포항시와 소방, 해경 등 70여 명의 인력이 투입되어 수중 수색을 벌였으나 다행히 추가적인 피해자는 발견되지 않았다.붕괴한 보릿돌교는 지난 2013년에 준공된 총길이 225m 규모의 해상 보행교로, 지역의 주요 관광 명소 중 하나다. 문제는 이 다리가 최근 안전 점검에서 C등급을 받았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이미 보수 및 보강 공사를 마친 상태였다는 점이다. 보강 공사를 완료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구조물이 힘없이 무너져 내린 것을 두고 부실 점검이나 시공 불량에 대한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포항시는 구조물 피로 누적과 최근의 기록적인 폭염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포항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지역 내 유사한 해상 전망 시설에 대한 전수 점검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이가리 닻 전망대를 포함해 해상 보행교와 전망대 등 사고 위험이 있는 모든 시설의 출입을 일시 통제하고 긴급 안전 진단을 진행할 방침이다. 바다 위에 설치된 구조물 특성상 염분에 의한 부식과 파도의 충격에 상시 노출되어 있어 더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의 점검 체계가 형식적이지 않았는지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경찰과 관계 당국은 교량의 설계부터 시공, 그리고 최근 진행된 보수 과정 전반에 걸쳐 위법 사항이 없었는지 면밀히 들여다볼 계획이다. 특히 안전 점검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가 적절했는지와 관리 주체인 지자체의 지도 감독 소홀 여부가 핵심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낮 관광지에서 발생한 이번 붕괴 사고는 시설물 안전 관리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으며, 정확한 원인 규명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