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모아

야간 소아과·24시 응급실…시민이 뽑은 지역의료 1순위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 혁신 논의에 참여한 시민들이 감기와 같은 경증 질환은 물론 야간 소아 진료와 24시간 응급실 운영 등 필수 의료 서비스만큼은 거주하는 지역 내에서 반드시 보장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의료혁신위원회 산하 시민패널 운영위원회는 최근 이틀간 진행된 숙의 토론회 전후로 패널들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대다수가 내 집 근처에서 안심하고 진료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고 밝혔다. 이는 의료 공백에 대한 불안감이 일상적인 질환부터 긴급 상황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시민들이 시·군·구 단위에서 가장 시급하게 보장받기를 원하는 서비스는 감기나 만성질환 등 가벼운 진료였다. 하지만 야간이나 휴일의 소아 진료, 24시간 응급실 운영, 분만 서비스에 대해서도 절반 이상의 시민이 거주지 내 보장이 필수적이라고 답했다. 특히 모든 의료 서비스를 지역 내에서 제공하기 어려운 한계 상황을 가정했을 때도, 생명과 직결된 골든타임 내 심뇌혈관 질환 치료와 응급 의료만큼은 최우선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는 점에 의견이 모였다.

 


시민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병원 수를 늘리는 것보다 의료의 질을 높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역 거점 병원이 확충되더라도 의료진의 실력이나 경험이 수도권에 비해 뒤처진다면 이용할 의사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지역 의료 문제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가치로 '의료의 질'을 선택한 비율이 '접근성'보다 두 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양적인 팽창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전문 인력 확보가 지역 의료 활성화의 핵심임을 시사한다.

 

지역 병원을 먼저 이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으로는 상급 병원과의 원활한 진료 연계 시스템 구축이 꼽혔다. 지역 병원에서 진료를 받더라도 상태가 위중해 상급 병원으로 옮겨야 할 때, 검사 기록이 자동으로 공유되고 신속한 예약이 보장된다면 굳이 처음부터 수도권으로 향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환자의 진료 정보가 디지털로 연결되어 끊김 없는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된다면 지역 의료에 대한 신뢰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족한 지역·필수 의료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들에 대해서도 시민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역 의사 선발 및 의무 복무제, 일정 기간 이상의 근무 계약제, 그리고 험지나 필수 분야에 대한 파격적인 수가 보상 체계 등이 주요 논의 대상으로 올랐다. 다만 이러한 인력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했다. 의료진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정주 여건이나 유인책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되었기 때문이다.

 

시민패널 운영위원회는 이번 공론화 과정을 통해 도출된 시민들의 생생한 의견을 분석하여 이달 말 의료혁신위원회에 정식으로 보고할 방침이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리된 이번 숙의 결과는 향후 정부의 의료 개혁 정책 수립과 세부적인 실행 방안 마련에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의료 현장의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직접 제안한 '질 높은 지역 의료 보장'이라는 해법이 실제 정책 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성 있게 구현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돌려차기 한 번?” 피해자 앞 농담에 친한계 의원들 결국 사과

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참석한 국회 간담회 현장에서 사건명을 연상시키는 농담을 주고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범죄 피해자 보호와 수사 제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던 만큼, 정치권 안팎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기본적 배려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지난 4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보완 수사 금지, 지옥문이 열렸다’를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인 김진주 씨와 국민의힘 소속 친한계 의원들이 참석했다. 간담회는 보완 수사 금지에 따른 수사 공백 우려와 피해자 보호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문제가 된 발언은 간담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나왔다. 서범수 의원은 국가대표 사격선수 출신인 진종오 의원을 향해 “돌려차기 한 번 하죠?”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진 의원은 “저는 발보다 손을 잘 쓴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발언은 사건 피해자가 같은 자리에 참석한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받았다.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피해자에게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남긴 강력범죄로, 사회적으로도 큰 공분을 일으킨 사건이다. 이런 사건명을 농담처럼 언급한 것은 피해자의 고통을 가볍게 여긴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온라인상에서도 “피해자 앞에서 할 말이냐”, “피해자 보호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논란이 확산하자 서 의원과 진 의원은 각각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서 의원은 “간담회 시작 전 제가 실언을 했다”며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다.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라고 밝혔다. 이어 “범죄 피해의 고통을 결코 가볍게 입에 올려서는 안 됐다”며 “힘든 시간을 견디고 용기를 내 참석해 주신 피해자분께서 뒤늦게 이 발언을 접하고 받으셨을 상처를 생각하면 고개를 들 수 없다”고 했다.진 의원도 “저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상처받으신 피해자님과 참석자 여러분, 국민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피해자의 아픔을 더욱 깊이 헤아리겠다”며 고개를 숙였다.이번 논란은 정치권의 범죄 피해자 인식과 공적 자리에서의 언행 문제를 다시 도마 위에 올렸다. 특히 범죄 피해자가 직접 참석한 자리에서는 사건을 언급하는 방식과 표현 하나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 지원과 제도 개선을 말하는 자리일수록 정치인의 태도와 말은 더 신중해야 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