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김상욱·궤도가 뽑았다… 올해의 인문교양 필독서

 국내 최대 대형 서점인 교보문고가 지식 문화 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해 올해 처음 도입한 '2026 교보문고 인문교양 대상'의 첫 번째 주인공이 가려졌다. 교보문고는 2026년의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서 지난 1년간의 지식 흐름을 정리하고 독자들에게 새로운 독서 지표를 제시하기 위해 이번 시상 제도를 마련했다. 학계와 출판계, 서점 현장을 아우르는 전문가 62명이 평가위원으로 참여하여 전문성과 사회적 파급력을 두루 갖춘 비문학 도서를 엄선한 결과, 장강명 작가의 '먼저 온 미래'가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대상을 차지한 '먼저 온 미래'는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의 고유 영역을 잠식해 들어오는 현상을 가장 먼저 겪은 바둑계의 사례를 심도 있게 추적한 작품이다.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이후 십여 년이 흐른 지금, 기술의 변화가 인간의 노동 가치와 삶의 방식을 어떻게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는지를 예리하게 포착했다. 평가위원들은 이 책이 단순한 기술 해설서에 머물지 않고,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실존적 고민을 생생한 목소리로 담아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심사 과정에는 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각 분야의 대표 지성들이 참여해 공신력을 더했다.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와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를 비롯해 편집자와 평론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2025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출간된 방대한 비문학 서적들을 검토했다. 이들은 기술의 속도에 압도당한 현대인들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는 도서들을 우선적으로 추천하며, 향후 우리 사회의 지식 담론을 이끌어갈 가능성을 면밀히 살폈다.

 

대상작 외에도 우리 사회의 연결성과 역사를 다룬 작품들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주목받았다. 2위에 선정된 오기와 사야카의 '청킹맨션의 보스는 알고 있다'는 신뢰가 무너진 시대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인간적 연결의 가능성을 인류학적 시각으로 풀어내 호평을 받았다. 이어 3위를 차지한 이라영의 '쇳돌'은 광산 노동의 역사를 한 가족의 서사와 결합해 한국 현대사의 그늘을 섬세하게 복원해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인문학적 깊이를 증명했다.

 


이번 시상식은 과학, 역사, 사회, 정치 등 비문학 전 분야를 망라하며 지식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추천 도서 목록에는 '이야기꾼 에세이', '빛을 먹는 존재들', '나쁜 유전자' 등 다채로운 주제의 책들이 포함되어 독자들의 선택 폭을 넓혔다. 교보문고는 선정된 도서들을 중심으로 온라인 기획전을 열어 평가위원들의 상세한 추천사와 함께 책의 가치를 널리 알릴 계획이다. 이는 파편화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검증된 지식의 길잡이 역할을 하겠다는 서점 측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교보문고 인문교양 대상은 상반기 출판 시장의 흐름을 결산하는 동시에 하반기 독서 문화를 선도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장강명 작가의 수상을 통해 확인된 '기술 속의 인간'이라는 화두는 앞으로도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핵심 과제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전문가들의 안목으로 걸러낸 양질의 도서들이 독자들과 만나 새로운 사유의 장을 열어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계 스틸 대사 부임, 18개월 공백 끝났다

 미셸 스틸 신임 주한 미국 대사가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 땅을 밟았다. 서울 태생인 스틸 대사는 입국장에서 한국어로 소회를 밝히며 고국으로 돌아온 만감을 표현하는 동시에, 한미 동맹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결속력을 가진 관계임을 강조했다. 그는 전쟁의 포화 속에서 피로 맺어진 양국의 유대가 역내 평화의 핵심축임을 역설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더 안전하고 번영하는 동맹의 비전을 실현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번 부임으로 500일 넘게 비어 있던 주한 미국 대사직이 마침내 채워지게 되었다.1975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스틸 대사는 공화당 하원 의원을 두 차례 지낸 중진 정치인 출신이다. 성 김 전 대사에 이어 두 번째 한국계 대사라는 타이틀은 양국 간 정서적 거리를 좁힐 수 있는 가교 역할을 기대하게 만든다. 우리 외교당국 역시 그가 한국의 특수한 상황과 여론을 미국 본토에 전달하는 효율적인 소통 창구가 되어주길 바라는 눈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의 두터운 친분은 미 행정부의 핵심 의중을 한국 정부에 직접 전달하거나 조율하는 데 강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그러나 환영의 분위기 이면에는 날 선 우려도 공존하고 있다. 스틸 대사가 철저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한국 정부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과거 의원 시절부터 중국 공산당의 위협에 대해 초당적인 강경 대응을 주문해왔으며, 이는 한국에 대중국 견제 전선 동참을 강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없이는 종전선언에 반대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해온 점도, 북한과의 평화적 공존을 모색하는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와 충돌할 수 있는 지점이다.가장 민감한 현안은 경제 영역에서 돌출되고 있다. 스틸 대사는 인준 청문회 당시 미국 기업이 한국 시장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장벽을 제거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는 최근 한미 간 갈등 양상을 보이는 쿠팡 등 플랫폼 기업 규제 문제나 대미 투자 압박과 직결된다. 미국 기업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챙기겠다는 그의 의지는 향후 통상 협상 과정에서 한국 기업과 정부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입국 현장에서 벌어진 소요 사태는 그를 바라보는 국내의 복잡한 시각을 대변했다. 수십 명의 시민단체 회원들은 스틸 대사의 임명을 반대하며 공항 내에서 거센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스틸 대사가 미국 기업을 비호하며 내정 간섭을 일삼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퇴진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었다. 스틸 대사는 준비한 성명문을 낭독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고 서둘러 공항을 빠져나갔으나, 그를 향한 시민사회의 차가운 시선은 향후 활동 과정에서 넘어야 할 숙제로 남게 됐다.스틸 대사는 조만간 외교부에 신임장 사본을 제출하고 공식적인 업무에 착수할 예정이다. 한국계라는 정체성과 미국 정치인으로서의 충성심 사이에서 그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따라 향후 한미 관계의 온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가 가진 정·관계 네트워크를 활용해 실익을 챙기면서도, 미 우선주의의 파고를 넘어야 하는 까다로운 외교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양국 동맹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는 그의 선언이 협력의 확대가 될지, 아니면 압박의 시작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