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대본 치운 김민석, 호남 청년과 '리얼' 소통

 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인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호남 지역을 찾아 권위주의를 내려놓은 파격적인 소통 행보로 당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8일부터 사흘간 전남과 전북 주요 도시를 순회 중인 김 전 총리는 정형화된 정치인의 틀을 깨고 지역민들과 농담을 주고받는 등 스킨십 강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특히 국무총리를 역임한 거물급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보여주는 소탈하고 유머러스한 태도가 지역 권리당원들 사이에서 신선한 충격을 주며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 9일 여수 지역위원회 방문 당시 김 전 총리는 당원들의 셀카 요청에 흔쾌히 응하며 특유의 위트를 발휘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한 당원이 인사를 건네자 장소와 연관된 언어유희로 화답하는 등 이른바 '아재 개그'를 선보이며 딱딱했던 간담회 분위기를 순식간에 녹였다. 마이크를 내려놓고 육성으로 진심을 전한 그의 모습에 참석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호응했으며, 이는 과거의 엄숙했던 정치인 이미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광양에서 열린 청년들과의 만남에서도 김 전 총리의 탈권위 행보는 계속됐다. 행사장 입구에 걸린 자신의 홍보 사진을 보며 실물보다 낫다는 자학 섞인 농담으로 대화를 시작한 그는 청년들의 고민을 듣는 시간을 '보신의 시간'이라 명명하며 경청의 자세를 보였다. 그는 당장 해결책을 내놓기보다 청년들의 목소리를 내면화하고 숙성시켜 체계적인 정책으로 보답하겠다는 진정성 있는 약속을 건네며 참석자들의 깊은 공감을 끌어냈다.

 

무안에서 진행된 간담회는 사전 조율이나 대본이 전혀 없는 즉석 질의응답 방식으로 진행되어 화제를 모았다. 의전과 격식을 과감히 생략하고 청년들이 평소 품고 있던 생각을 가감 없이 쏟아낼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 것이다. 준비된 시나리오가 없다는 사실에 처음에는 당혹해하던 참석자들도 김 전 총리의 리얼한 답변이 이어지자 점차 마음을 열고 취업과 주거, 보육 등 현실적인 고충을 털어놓으며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김 전 총리는 지방 주도 성장을 위한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조속한 실행을 강조하며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당 대표가 된다면 국회 차원의 예산과 입법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한편, 청년들의 고민을 상시로 컨설팅할 수 있는 별도의 정책 플랫폼 구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단순히 표를 구걸하는 행보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인 청년 세대와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찾으려는 책임감 있는 지도자의 모습을 부각한 것이다.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진행된 이번 호남 순회 일정은 김 전 총리에 대한 지역의 기대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유쾌한 대화 속에 정책적 깊이를 담아낸 그의 행보는 지루할 틈 없는 소통의 장을 만들었으며, 참석자들은 오히려 시간이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지방 시대의 개막을 역설하며 호남의 심장을 파고든 김 전 총리의 이번 행보가 향후 당대표 선거 판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신임 사무관은 왜 떠났나…기후부 내부망에 터진 ‘조직문화’ 호소

30대 기후에너지환경부 사무관이 숨진 뒤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과 부처가 동시에 사실관계 확인에 들어갔다. 임관 10개월 차였던 고인이 생전 과중한 업무와 상급자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힘들어했다는 내부 증언이 나오면서, 기후부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지난 21일 경찰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기후부지부 등에 따르면 세종남부경찰서는 지난 16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기후부 사무관 A씨의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는지, 업무 부담이 사망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주변인 진술과 생전 기록을 살펴보고 있다. A씨는 기후적응과 에너지 정책 관련 업무를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A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기후부 내부망에는 고인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동료 B씨는 지난 20일 게시판에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고 “A사무관이 힘들어하는 것을 바쁘다는 이유로 지나쳤던 일이 마음에 남는다”고 적었다.B씨는 A씨가 생전 동료들에게 업무 과정에서 반복적인 질책을 받았고, 인신공격성 발언이나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고 털어놨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인이 조직 안에서 어려움을 표현하거나 도움을 요청했을 때 적절한 지원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일을 특정 관리자 한 사람의 일탈로만 정리해서는 안 된다”며 “조직의 관행과 업무 방식에 문제는 없었는지도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기후부 감사관실도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감사관실은 유족 측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A씨의 상급자는 현재 담당 직무에서 배제된 상태다.노조는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기후부 노조 관계자는 “고인을 애도하는 기간이 끝나면 동료 직원들의 의견을 모을 예정”이라며 “비슷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부처 차원의 조사와 보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김성환 기후부 장관도 내부 공지를 통해 애도의 뜻을 밝혔다. 김 장관은 “우리 곁을 떠난 A사무관의 명복을 빈다”며 “유가족께 깊은 위로를 드린다”고 했다. 그는 “업무나 최근의 비보로 힘든 감정을 느끼는 직원이 있다면 혼자 견디지 말고 도움을 요청해 달라”고 당부했다.김 장관은 조직 운영 방식도 되짚겠다고 했다. 그는 “저부터 무겁게 돌아보겠다”며 “기후부의 업무 방식과 조직 문화 가운데 동료를 힘들게 한 부분은 없었는지 살피겠다”고 밝혔다.기후부는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징계 등 후속 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다. 부처 관계자는 “고인의 사망 원인이 경찰 조사를 통해 확인되면 그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이번 사건을 계기로 신임 공무원 보호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용 초기 공무원은 업무 적응과 조직 문화에 동시에 노출되는 만큼, 상담 창구와 멘토링 제도, 관리자 교육이 실효성 있게 운영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고인의 죽음이 개인의 비극에 그치지 않고 공직 사회의 업무 문화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