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적대국·동맹국도 헷갈린 트럼프, 나토 '술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가 열린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이은 말실수로 외교적 결례를 범하며 구설에 올랐다. 현지시간 8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방공 체계를 과시하는 과정에서 적대국인 이란을 핵심 동맹국인 일본으로 잘못 지칭하는 황당한 장면을 연출했다. 그는 미사일 요격 성과를 설명하며 "이슬람공화국 일본이 미사일 111발을 발사했다"고 발언해 현장에 있던 기자들과 관계자들을 당혹케 했다.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이 격화되는 엄중한 상황에서 나온 실언이라 그 무게감이 남다르다.

 

대통령의 착각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욱 심각한 국면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옆자리에 앉아 있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해 "푸틴 대통령에게 질문이 있느냐"고 기자들에게 물었다.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우고 있는 국가의 수장을 전쟁 상대국인 러시아의 지도자 이름으로 부른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면전에서 벌어진 이 믿기 힘든 상황에 회의장 곳곳에서는 실소가 터져 나왔고, 트럼프 대통령은 뒤늦게 수습하려 애썼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번 사태는 과거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인지 능력을 맹비난했던 트럼프 대통령 본인의 과거 행보와 맞물려 거센 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년 전 워싱턴 나토 정상회의 당시 바이든 전 대통령이 젤렌스키를 푸틴으로 잘못 소개하자, 트럼프와 공화당은 이를 고령에 따른 판단력 상실이라며 정치적 공격 소재로 적극 활용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80세가 된 트럼프 대통령 역시 똑같은 인물을 두고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면서, 이제는 본인이 인지 능력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형국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말실수가 단순한 해프닝 이상의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중동 지역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해 미국과 이란이 일촉즉발의 대치 상태에 있는 시점에서, 국가 통수권자가 주적의 이름을 동맹국과 혼동한 것은 전략적 메시지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에 대한 강력한 공습을 예고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으나, 정작 대상 국가의 이름조차 제대로 부르지 못하면서 경고의 위력이 반감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 내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건을 예의주시하며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민주당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잦은 실언이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중대한 결격 사유라고 주장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 공화당 측은 단순한 피로 누적에 따른 실수일 뿐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바이든의 실수를 조롱하던 과거의 발언들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면서 방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후보의 정신적 건강 상태가 다시금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모양새다.

 

국제 사회의 시선 또한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나토 정상회의라는 엄중한 외교 무대에서 동맹국과 적대국, 전쟁 당사국과 침략국을 구분하지 못한 것은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적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질문을 푸틴에게 전달하겠다는 식의 농담으로 위기를 넘기려 했으나, 젤렌스키 대통령의 굳어진 표정은 이번 실언이 남긴 외교적 상흔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지도자의 입에서 나온 짧은 실수가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프진 허용 검토에 산부인과계 발칵 “가이드라인부터”

이재명 대통령이 임신중절 유도 약물인 미프진의 국내 사용 허용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관련 입법이 장기간 멈춰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미프진 도입을 논의 테이블에 올리자 산부인과계를 중심으로 “안전성과 법적 책임 기준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한성숙 국무총리는 지난 15일 성평등가족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복지부, 법무부 등 관계 부처를 불러 긴급 회의를 열었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미프진 도입 검토를 지시한 직후다. 정부가 발 빠르게 부처 협의에 착수한 것은 온라인 불법 유통과 제도 공백 문제가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산부인과의사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 “지극히 위험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미프진은 1988년 프랑스에서 개발된 임신중절 유도 약물로, 현재 100여 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2000년 이를 허가했고, 세계보건기구도 2005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에도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정식 판매와 처방이 불가능한 상태다. 임신 몇 주까지 낙태를 허용할지, 어떤 기준과 절차를 둘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법적 공백이 6년째 이어지고 있다.이 공백은 불법 시장 확대로 이어졌다. 정식 유통망이 없다 보니 일부 여성들은 해외 직구나 온라인 판매자를 통해 미프진을 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격은 50만원 안팎까지 치솟았고, 성분과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제품이 거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적발한 온라인 불법 판매 알선·광고 사례는 3189건에 달한다.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상황을 두고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정부 대응 필요성을 언급했다. 특히 법으로 획일적인 주수 기준을 정하는 방식만이 해답은 아니라며, 임신부의 건강 상태에 따라 의사가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거론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바로 이 지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관련 법 개정 없이 의사의 재량에 맡길 경우, 부작용이나 분쟁이 발생했을 때 책임이 의료진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산부인과의사회는 성명에서 “합법적인 사용 주수와 허용 기준이 명시된 법적 테두리 없이 약물을 처방·판매하게 하는 것은 의료 현장을 사법적 리스크에 노출시키는 일”이라고 밝혔다. 미프진 복용 후 불완전 유산이나 과다출혈 등이 발생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수술적 처치가 필요할 수 있는 만큼 명확한 진료 지침과 응급 대응 체계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국내 도입 절차를 둘러싼 안전성 논란도 있다. 의료계는 해외에서 사용 중인 약이라도 한국인에게 적합한 용량과 부작용 여부를 확인하는 가교 임상 등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재연 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안전성 가이드라인과 유통 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기 허용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미프진 논란은 단순한 약물 허용 여부를 넘어 낙태 관련 입법 공백, 여성 건강권, 의료진의 법적 책임, 불법 유통 차단 문제까지 얽힌 쟁점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가 제도권 관리 필요성을 앞세워 논의를 본격화한 가운데, 의료계는 안전성과 법적 기준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며 맞서고 있어 향후 부처 협의 과정에서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