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8·17 전대 앞두고 민주당 당권 경쟁 가열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선거 구도가 빠르게 짜이고 있다.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정청래 전 대표, 송영길 의원, 고민정 의원까지 가세하면서 당권 경쟁은 ‘쇄신’과 ‘당심’, ‘외연 확장’, ‘세대교체형 변화’가 맞붙는 다자 구도로 전개될 전망이다.

 

김 전 총리는 지난 6일 광주 전일빌딩245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정부 국정 성공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으로 당대표 선거에 나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당 운영 과정에서 숙의와 절차, 일관성이 부족했다며 정 전 대표를 겨냥했다. 특히 “정부 지지율을 정당 지지와 선거 성과로 연결하지 못했다”며 당대표 교체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기존 지도부와의 차별화를 통해 변화와 쇄신을 요구하는 당원 표심을 흡수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 전 대표는 강한 당원 지지 기반을 앞세우고 있다. 그는 네거티브 공세를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당심 결집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던 만큼,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안정적 당 운영과 연속성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송 의원은 청년층과 중도층을 향한 외연 확장을 핵심 메시지로 내세우고 있다. 그는 “2030세대 없이는 2030년 대선도 없다”며 민주당이 청년 세대의 이탈을 안일하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청년층 회복을 통해 당의 미래 성장 기반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고민정 의원도 8일 국회에서 출마를 선언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고 의원은 “절박한 심정으로 당대표 선거 출마를 결심했다”며 지난 지방선거에서 2030세대가 민주당을 외면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낙인과 멸칭의 언어를 거두고 소통과 대안을 통해 ‘모두의 민주당’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의원은 청년 주거·일자리 대책도 함께 제시했다. 대법원과 대검 이전 등을 통한 서울 내 주택 공급 부지 확보, 전월세 대책 세분화, 청년·신혼부부 대출 규제 완화,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포함한 부동산 세제 개편, 반도체 초과세수를 활용한 청년 미래 투자 등이 주요 내용이다. 당 운영과 관련해서는 청년 당직 할당제, 당원공론화위원회 설치, 당대표 직속 청년미래위원회 신설을 약속했다.

 

이번 전당대회는 단순한 지도부 교체를 넘어 이재명 정부 집권 2년 차 당정 관계와 2028년 총선 전략, 민주당의 중장기 노선을 결정할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후보마다 공략층과 메시지가 뚜렷한 만큼, 향후 전당대회 룰과 권리당원·대의원 반영 비율 등이 최종 승부의 핵심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미프진 허용 검토에 산부인과계 발칵 “가이드라인부터”

이재명 대통령이 임신중절 유도 약물인 미프진의 국내 사용 허용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관련 입법이 장기간 멈춰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미프진 도입을 논의 테이블에 올리자 산부인과계를 중심으로 “안전성과 법적 책임 기준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한성숙 국무총리는 지난 15일 성평등가족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복지부, 법무부 등 관계 부처를 불러 긴급 회의를 열었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미프진 도입 검토를 지시한 직후다. 정부가 발 빠르게 부처 협의에 착수한 것은 온라인 불법 유통과 제도 공백 문제가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산부인과의사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 “지극히 위험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미프진은 1988년 프랑스에서 개발된 임신중절 유도 약물로, 현재 100여 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2000년 이를 허가했고, 세계보건기구도 2005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에도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정식 판매와 처방이 불가능한 상태다. 임신 몇 주까지 낙태를 허용할지, 어떤 기준과 절차를 둘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법적 공백이 6년째 이어지고 있다.이 공백은 불법 시장 확대로 이어졌다. 정식 유통망이 없다 보니 일부 여성들은 해외 직구나 온라인 판매자를 통해 미프진을 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격은 50만원 안팎까지 치솟았고, 성분과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제품이 거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적발한 온라인 불법 판매 알선·광고 사례는 3189건에 달한다.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상황을 두고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정부 대응 필요성을 언급했다. 특히 법으로 획일적인 주수 기준을 정하는 방식만이 해답은 아니라며, 임신부의 건강 상태에 따라 의사가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거론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바로 이 지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관련 법 개정 없이 의사의 재량에 맡길 경우, 부작용이나 분쟁이 발생했을 때 책임이 의료진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산부인과의사회는 성명에서 “합법적인 사용 주수와 허용 기준이 명시된 법적 테두리 없이 약물을 처방·판매하게 하는 것은 의료 현장을 사법적 리스크에 노출시키는 일”이라고 밝혔다. 미프진 복용 후 불완전 유산이나 과다출혈 등이 발생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수술적 처치가 필요할 수 있는 만큼 명확한 진료 지침과 응급 대응 체계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국내 도입 절차를 둘러싼 안전성 논란도 있다. 의료계는 해외에서 사용 중인 약이라도 한국인에게 적합한 용량과 부작용 여부를 확인하는 가교 임상 등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재연 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안전성 가이드라인과 유통 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기 허용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미프진 논란은 단순한 약물 허용 여부를 넘어 낙태 관련 입법 공백, 여성 건강권, 의료진의 법적 책임, 불법 유통 차단 문제까지 얽힌 쟁점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가 제도권 관리 필요성을 앞세워 논의를 본격화한 가운데, 의료계는 안전성과 법적 기준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며 맞서고 있어 향후 부처 협의 과정에서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