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K-유산의 정수, 부산 벡스코에 다 모였다

 대한민국 부산이 전 세계 문화유산 전문가와 관광객들이 집결하는 거대한 문화 외교의 장으로 변신한다. 국가유산청은 오는 7월 19일부터 벡스코에서 열리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를 맞아, 한국의 유구한 역사와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역대급 규모의 문화 축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 본회의인 만큼, 단순한 회의를 넘어 전 세계인에게 우리 유산의 가치를 각인시키는 'K-헤리티지'의 쇼케이스가 될 전망이다. 특히 벡스코 내부에 조성되는 1만 3천여㎡ 규모의 '대한민국관'은 첨단 기술과 전통이 어우러진 전시·체험 콘텐츠로 무장하여 관람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행사의 중심축인 벡스코 대한민국관은 7월 20일부터 열흘간 총 45개의 부스를 통해 한국 세계유산의 정수를 선보인다. 화성과 남한산성, 한국의 산지승원 등 17곳의 세계유산을 미디어아트와 실감형 콘텐츠로 재현하여, 현장에 가지 않고도 전국의 유산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 9m 높이의 대형 미디어폴이 설치된 전시관은 웅장한 영상미로 우리 유산의 아름다움을 전달하며, 국가기록원이 주관하는 특별전을 통해 한국 기록문화의 우수성도 함께 재조명한다. 이는 한국의 IT 기술력이 문화유산 보존과 홍보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를 전 세계에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다.

 


축제의 무대는 벡스코를 넘어 부산 시내 전역으로 확장된다. 영화의전당에서는 세계유산을 스크린으로 만나는 '부산여행영화제'가 열리고,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서는 한복의 멋을 직접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팝업스토어가 운영된다. 또한 부산박물관은 조선 왕실의 기록 문화를 조명하는 특별전을 통해 기록 유산의 역사적 의미를 심도 있게 다룬다. 이러한 연계 행사들은 위원회 참석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과 관광객들도 자연스럽게 세계유산의 가치를 즐기고 향유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도시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으로 탈바꿈시킨다.

 

전통의 현대적 재해석을 담은 다채로운 공연과 퍼포먼스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경복궁을 지키는 수문장들이 부산 벡스코로 내려와 매일 교대 의식을 재현하고, 왕실의 위엄을 보여주는 '왕가의 산책' 행렬이 전시장 곳곳을 누비며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한다. 여기에 무형유산을 융복합 예술로 승화시킨 '산화비' 공연과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 등 격조 높은 무대들이 이어지며 축제의 흥을 돋운다. 이러한 공연들은 한국의 정적인 유산뿐만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무형의 가치를 입체적으로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관람객들을 위한 체험형 관광 프로그램도 풍성하게 마련되었다. 부산의 근현대사를 품은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 유적지를 해설사와 함께 걷는 야행 프로그램은 부산만의 독특한 역사적 서사를 전달한다. 또한 해외 대표단을 대상으로는 조선왕조실록 실물을 직접 견학하거나 화협옹주묘 출토 유물을 토대로 만든 왕실 화장품을 체험하는 등 한국에서만 가능한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양산 통도사와 가야고분군 등 인근 세계유산을 직접 방문하는 필드트립은 한국 유산의 현장감을 직접 확인시키는 핵심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이번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전 세계 196개국 대표단과 전문가 3천여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국제 행사로서, 한국 문화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먹거리와 즐길 거리가 결합한 K-푸드 시식 코너와 전통 상품 스토어는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을 전파하는 창구 역할을 할 것이다. 국가유산청과 부산시는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의 유산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유물이 아니라, 전 세계인이 함께 공유하고 미래로 전해야 할 소중한 자산임을 다시 한번 증명해 보일 계획이다.

 

해사 진해 존치 촉구, 창원시의회 여야 결집

 정부가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폐합해 대전 자운대에 ‘국군사관학교’를 설립하려는 계획에 속도를 내자, 해군사관학교의 본거지인 경남 창원 지역사회가 여야를 막론하고 강력한 반대 기치를 들었다. 창원특례시의회는 27일 본회의를 열고 해사 진해 존치 촉구 건의안을 채택하며 정부의 일방적인 통합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주도한 이번 건의안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별도의 반대 입장문을 발표하는 등, 지역 핵심 자산의 유출을 막기 위해 지역 정치권이 사실상 초당적으로 결집하는 모양새다.창원 지역 정치권은 해군사관학교가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진해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상징하는 핵심 안보 자산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수십 년간 지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해사를 내륙 대도시로 이전하는 것은 정부가 내세운 지역균형발전 기조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민주당 시의원단은 해군의 본거지이자 지역 성장 동력인 해사 이전이 지방 소멸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다와 분리된 해군 교육은 세계적인 해양강국들의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형적인 구조라는 점도 반대 근거로 제시됐다.지역구 국회의원인 이종욱 의원은 해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투쟁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의원은 정부가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완전히 무시한 채 졸속으로 통합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강하게 규탄했다. 과거 해군작전사령부가 부산으로 이전한 데 이어 해사까지 떠날 경우 진해구민들의 자부심과 헌신이 완전히 외면받게 된다는 우려가 크다. 그는 미국 등 군사 강국들도 각 군의 특수성을 고려해 사관학교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항해와 해양 훈련이 불가능한 내륙으로의 이전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반발의 목소리는 경북 영천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육군3사관학교가 위치한 영천시 역시 새로운 국방교육 체계가 기존 학교의 위상을 약화시킬 것을 우려하며 공식적인 건의문을 준비 중이다. 김병삼 영천시장은 국군사관학교 설립 입지가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하며, 영천을 미래 국방과학기술 교육의 거점으로 육성하는 대안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방부와 국회가 지자체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수렴하는 절차를 마련하지 않을 경우 지역 민심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군 원로와 학부모들의 움직임도 조직화되고 있다. 육·해·공 3군 사관학교 총동창회는 국회 앞 대규모 궐기대회에 이어 정부의 공청회 계획이 요식행위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공동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행정절차법에 따라 공청회 주재자와 발표자를 정부와 동창회 측 인원으로 균등하게 구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정부가 편법을 동원해 통합안을 강행하려 할 경우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불복 투쟁에 나서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행정 절차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국방부는 내달 중순 공청회와 설명회를 통해 통합의 당위성을 설득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지역사회와 군 내부의 반발이 워낙 거세 난항이 예상된다. 각 군의 고유한 전통과 교육 환경을 무시한 통합이 군 전투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효율성만을 내세워 밀어붙이는 사관학교 통폐합안이 지역 균형 발전과 국방 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악수가 될지, 아니면 새로운 국방 혁신의 계기가 될지 향후 공청회 결과에 전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