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샘터' 56년 유산, 경매 시장 나온다

 반세기 넘게 한국인의 정서적 안식처가 되어준 월간지 '샘터'의 역사적 기록물들이 경매를 통해 새로운 주인을 찾는다. 케이옥션은 오는 21일 마감되는 프리미엄 온라인 경매에 샘터가 소장해온 표지 및 내지 원화와 특별 컬렉션 등 총 60점의 물품을 출품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경매는 1970년 창간 이후 서민들의 일상에 예술의 향기를 전했던 샘터의 56년 여정을 총망라하는 자리로, 전체 출품 규모는 시작가 기준 약 8,000만 원대에 이른다. 잡지 실물과 원화가 세트로 구성되어 출판 역사와 미술사를 동시에 아우르는 보기 드문 기회다.

 

샘터는 고(故) 김재순 전 국회의장이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창간한 잡지로, 한때 발행 부수 50만 부를 기록하며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피천득과 법정 스님 등 당대 최고의 문장가들이 집필진으로 참여했으며,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소설가 한강과 시인 정호승이 기자로 활동하며 문학적 자양분을 섭취한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2026년 1월호를 끝으로 무기한 휴간을 결정하면서, 그동안 소중히 보관해온 문화적 자산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이번 경매의 백미는 미술관의 문턱이 높았던 시절, 잡지를 통해 대중의 안방으로 배달되었던 거장들의 원화들이다. 운보 김기창의 '도자기'를 비롯해 남정 박노수의 '산수도', 손응성의 '교외의 풍경' 등 한국 근현대 미술사를 수놓은 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포함됐다. 이 작품들은 단순한 예술품을 넘어 당시 독자들에게 위로와 영감을 주었던 공공의 기록물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특히 잡지 수록 연도와 호수가 명확히 기록되어 있어 작품의 출처와 역사적 맥락이 완벽히 검증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미술품 외에도 샘터 이사장실을 지켜온 특별한 컬렉션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장 큰 화제를 모으는 작품은 삼성그룹 창업주 호암 이병철 회장이 1981년에 쓴 서예 '공수래공수거'다.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간다는 무소유의 철학을 담은 이 글씨는 그동안 대중에 공개되지 않았던 희귀작으로, 시작가 1,500만 원에 출품됐다. 거대 기업을 일군 경영인이 삶의 끝자락에서 되새긴 겸허한 태도가 묵직한 필체에 담겨 있어,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경매 시장에서 묘한 아이러니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이 밖에도 현대 미술가 박선기의 설치 작품과 조선 후기 민화의 정수인 책가도 6점 세트 등 샘터의 안목이 돋보이는 소장품들이 경매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종이 매체의 몰락이라는 씁쓸한 현실 속에서 진행되는 이번 경매는 한 잡지의 종말을 알리는 행사가 아닌, 그들이 쌓아온 문화적 가치가 미술품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하는 과정으로 읽힌다. 책장 속에 잠들어 있던 낡은 잡지 속 그림들이 이제는 당당한 예술적 자산으로서 그 가치를 재평가받게 된 셈이다.

 

미술계와 출판계는 이번 경매 결과가 향후 문화 아카이브의 보존과 유통에 어떤 선례를 남길지 주목하고 있다. 시대를 위로했던 거장들의 붓끝과 경영인의 철학이 담긴 글씨가 자본의 가치로 환산되는 과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문화적 사건이다. 21일 오후 경매가 마감되는 순간, 56년간 이어온 샘터의 숨결은 각기 다른 소장가의 품으로 흩어지겠지만, 그들이 전하고자 했던 '평범한 이들의 행복'이라는 메시지는 예술품의 생명력을 빌려 영원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 iOS 27 베타 출시, AI 시리 베일 벗다

 애플이 인공지능 기술을 전면 배치한 차세대 운영체제 iOS 27의 공개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며 지능형 비서 '시리'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이번 업데이트는 개발자뿐만 아니라 일반 사용자들도 새로운 AI 기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 세계적으로 활성화된 iOS 기기가 약 25억 대에 이르는 만큼, 이번 공개 베타는 시리의 성능을 실전에서 검증하는 유례없는 대규모 테스트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이를 통해 올가을 정식 출시 전까지 시스템의 완성도를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새롭게 탈바꿈한 시리는 단순한 음성 명령 수행기를 넘어 사용자의 기기 내 정보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진정한 AI 비서로 진화했다. 이메일이나 메시지, 사진첩에 담긴 맥락을 파악해 복잡한 질문에도 논리적인 답변을 내놓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화면에 표시된 내용을 실시간으로 인식해 관련 작업을 수행하거나, 웹상의 최신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능력이 대폭 강화됐다. 이는 기존의 제한적인 비서 기능을 넘어 경쟁사인 오픈AI나 구글의 최신 챗봇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애플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운영체제와의 결합 방식도 한층 직관적으로 변했다. 사용자는 기존의 호출 방식 외에도 다이내믹 아일랜드를 아래로 스와이프하는 동작만으로 시리를 즉시 실행할 수 있다. 또한 아이폰의 통합 검색 기능인 스포트라이트와 시리가 하나로 묶이면서 검색의 정확도와 속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이번 버전에서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시리가 별도의 독립형 앱으로도 제공된다는 점이다. 챗봇 형태의 인터페이스에 익숙한 사용자들에게는 편리한 변화지만, 시스템 전반에 이미 통합된 시리를 굳이 따로 실행할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실제 초기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시리의 작업 수행 능력은 이전 세대와 비교해 눈에 띄게 정교해졌다. 수천 장의 사진 중 특정 인물이나 장소가 포함된 이미지를 정확히 찾아내고, 길게 이어진 그룹 메시지의 핵심 내용을 요약해 주는 기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카메라를 통해 음식의 영양 성분을 분석하거나 지역의 최신 뉴스 정보를 브리핑해 주는 등 실생활 밀착형 기능들의 정확도가 개선됐다. 이는 시리가 단순한 검색 도구를 넘어 사용자의 일상을 관리하는 지능형 허브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iOS 27은 시리 외에도 사진 편집과 사용자 편의 기능에서 큰 폭의 개선을 이뤘다. AI를 활용해 촬영된 사진의 구도를 재설정하거나 배경을 자연스럽게 확장하는 기능이 추가됐으며, 불필요한 피사체를 지우는 도구의 성능도 강화됐다. 특히 복잡한 설정이 필요했던 '단축어' 앱에 자연어 처리 기술이 도입된 점이 주목받고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동작을 말로 설명하기만 하면 AI가 자동으로 최적화된 단축어를 생성해 주므로, 그동안 진입 장벽을 느꼈던 일반 사용자들도 고차원적인 자동화 기능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현재 배포 중인 공개 베타 버전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구동 상태를 보이고 있으나, 미완성 소프트웨어 특유의 예기치 못한 오류 가능성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기능을 미리 경험해 보고 싶은 사용자들에게 설치 전 반드시 전체 데이터를 백업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특히 금융 앱이나 업무용 필수 소프트웨어와의 호환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일반 사용자라면 베타 버전보다는 오는 9월로 예정된 정식 버전 출시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