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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참사 나비효과, 아시안게임도 위기?

 북중미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참담한 성적을 거둔 대한민국 축구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아시안게임에서도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일본의 스포츠 전문 매체 '더 월드'는 최근 한국 축구의 몰락을 조명하며 월드컵에서 겪은 악몽이 아시아 무대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멕시코와 체코 등을 상대로 무기력한 경기를 펼치며 48개국 중 34위에 그친 성인 대표팀의 부진이 연령별 대표팀에게도 심리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홍명보 감독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상황에서 한국 축구 전체가 방향타를 잃고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오는 9월 일본 아이치와 나고야에서 열리는 하계아시안게임은 한국 축구에 단순한 대회를 넘어선 의미를 지닌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전무후무한 4회 연속 금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2014년 인천 대회부터 시작된 우승 행진을 개최국 일본의 안방에서 이어가겠다는 각오지만, 월드컵 참사 이후 급격히 얼어붙은 국내 축구계 분위기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아시안게임은 아시아권 국가들의 자존심 대결인 동시에 한국 선수들에게는 병역 특례라는 현실적인 보상이 걸려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결과가 중요한 무대다.

 


실제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한국 축구의 핵심 자원들이 유럽 무대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손흥민과 김민재를 비롯해 최근 이강인에 이르기까지 대표팀의 주축 선수들이 이 대회를 통해 군 문제를 해결하며 커리어의 정점을 찍을 수 있었다. 이번 대회 역시 양민혁과 김지수, 배준호 등 유럽 명문 구단에서 활약 중인 차세대 스타들이 대거 합류할 예정이어서 이들의 병역 혜택 여부에 전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약 이번 대회에서 우승에 실패할 경우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들의 해외 경력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금메달을 향한 여정은 결코 순탄치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이민성 감독의 지도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한국 U-23 대표팀은 아시아 국가들과의 경기에서 잦은 패배를 기록하며 불안한 행보를 보였다. 특히 지난달 키르기스스탄과의 경기에서 수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패배한 사건은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전술적 유연성과 선수 장악력 면에서 의구심을 사고 있는 상황에서, 월드컵 참사로 인해 높아진 비판 여론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이민성호의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일본 언론은 한국의 이러한 내부 혼란을 예의주시하며 자국 대표팀의 우승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일본 매체들은 한국 선수들에게 아시안게임 우승이 갖는 특수한 의미를 상세히 보도하며, 심리적 압박감이 오히려 한국 선수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우승 사례들을 언급하면서도 현재 한국 축구가 처한 전력 약화와 감독의 역량 부족을 꼬집는 등 심리전을 방불케 하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일본 역시 최정예 멤버를 소집해 한국의 4연패를 저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한국 축구는 이제 월드컵의 실패를 뒤로하고 아시안게임을 통해 반전의 기틀을 마련해야 하는 절박한 처지에 놓였다. 성인 대표팀의 붕괴가 청소년 및 연령별 대표팀의 동반 하락으로 이어지는 '도미노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아시안게임에서의 성과가 필수적이다. 이민성 감독과 선수들이 외부의 따가운 시선과 일본의 견제를 뚫고 다시 한번 아시아 정상에 설 수 있을지가 한국 축구 재건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는 말처럼, 9월 나고야에서 들려올 승전고가 한국 축구의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5억의 침묵' 한화, 한국시리즈 돌풍 1년 만에 위기

 지난 시즌 KBO 리그에 거센 돌풍을 일으키며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았던 한화 이글스가 1년 만에 가혹한 시련을 맞이했다. 암흑기를 견디며 수집한 특급 유망주들이 팀의 주축으로 성장해 결실을 보는 듯했으나, 올 시즌 들어 핵심 투수 자원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한화가 각별한 공을 들여 영입한 이른바 '5억팔 트리오' 문동주, 김서현, 정우주는 현재 부상과 구위 저하 등으로 인해 제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팀의 미래를 상징하던 이들의 부진은 한화의 순위 싸움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가장 뼈아픈 대목은 에이스 문동주의 이탈이다. 2023년 신인왕이자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인 문동주는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도 전천후 활약을 펼치며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그러나 올 시즌 초반 오른쪽 어깨 통증을 호소하더니 결국 관절 와순 손상이라는 진단을 받고 미국에서 수술대에 올랐다. 팀의 1선발 역할을 해줘야 할 자원이 시즌 아웃되면서 한화 선발진에는 거대한 구멍이 생겼다. 문동주의 공백은 단순한 투수 한 명의 부재를 넘어 팀 전체의 사기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뒷문을 책임져야 할 김서현의 상황도 처참하다. 지난해 33세이브를 올리며 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발돋움했던 김서현은 올해 구속 저하와 제구 난조가 겹치며 완전히 무너졌다. 10점대가 넘는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채 2군으로 내려간 그는 벌써 수개월째 1군 복귀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한화 벤치는 그를 대신할 자원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지난해 김서현이 보여줬던 압도적인 구위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마무리 투수의 부재는 경기 후반 역전패가 잦아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트리오의 막내 격인 정우주 역시 2년 차 징크스의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평균자책점 2점대의 놀라운 성적을 거뒀던 그는 올해 6점대 중반까지 치솟은 방어율로 고전 중이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의 부진이 정규시즌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다. 김경문 감독은 정우주의 잠재력을 믿고 꾸준히 기회를 부여하며 독려하고 있지만, 마운드 위에서 보여주는 투구 내용은 여전히 불안하다. 구위 자체는 나쁘지 않으나 결정적인 순간 장타를 허용하는 빈도가 높아졌다.한화가 만년 하위권의 설움을 씻기 위해 선택했던 '유망주 육성 올인' 전략은 지난해 확실한 성과를 거두는 듯 보였다. 하지만 투수진의 핵심인 세 선수가 동시에 부침을 겪으면서 리빌딩의 완성 단계에서 다시금 제동이 걸렸다. 고액의 계약금을 안겨주며 기대를 걸었던 유망주들이 한꺼번에 전력에서 이탈하거나 부진에 빠지는 시나리오는 구단으로서도 예상치 못한 최악의 변수였다. 이는 특정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한화의 투수진 구성이 가진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낸 결과이기도 하다.현재 한화는 이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베테랑과 신예들을 총동원하고 있으나 '5억팔'들이 보여줬던 파괴력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문동주의 재활 성공 여부와 김서현의 구위 회복, 정우주의 징크스 탈출은 향후 한화 이글스의 몇 년을 결정지을 중대한 과제다. 김경문 감독 체제 아래서 이들이 다시 본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가 올 시즌 남은 기간 한화의 성적은 물론 내년 시즌 구상까지 좌우할 전망이다. 독수리 군단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이들 트리오의 부활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