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하메네이 장례식, 모즈타바는 끝내 불참

 이란의 정신적 지주였던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장례 행렬이 테헤란 도심을 가득 메웠지만, 정작 그의 뒤를 이을 것으로 알려진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자취를 감췄다. 지난 4일부터 시작된 장례식에는 페제시키안 대통령을 비롯한 이란의 핵심 권력자들이 총출동해 고인을 추모했으나, 후계자로 낙점된 차남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국영 방송을 통해 생중계된 기도 의식에는 고인의 다른 아들들만이 참석해 오열하는 장면이 포착되었을 뿐이다. 부친의 뒤를 이어 국가를 이끌어야 할 인물이 가장 상징적인 자리에 불참하면서 이란 내부에서는 당혹감과 함께 의구심이 확산하고 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공습 당시 부친과 함께 현장에 있었으며, 이때 입은 부상이 심각하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아 왔다. 당시 폭격으로 하메네이 일가족 5명이 숨지는 참변이 발생했고, 모즈타바 역시 안면부와 하반신에 중상을 입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사고 이후 단 한 차례도 대중 앞에 서지 않은 채 서면 메시지로만 국정을 챙겨온 그가 장례식마저 외면하자, 일각에서는 그가 스스로 거동조차 불가능한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진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도자의 건재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에 터져 나온 건강 이상설은 이란 정국을 안개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외신들은 모즈타바의 불참이 단순한 신변 보호 차원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CNN 등 주요 언론은 그가 이번 장례 기도를 직접 집전했다면 전쟁 이후 실추된 지도력을 회복하고 정치적 정당성을 공고히 할 절호의 기회였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공개 석상에 설 수 없을 만큼 신체적 훼손이 심하거나, 실제 국정 운영 권한이 이미 다른 세력에게 넘어갔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란 외교가에서는 암살 위협에 대비한 전략적 은둔이라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수백만 명의 조문객이 모인 자리에서조차 침묵을 지키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테헤란 이맘호메이니 모살라에 모인 수만 명의 시민은 새 최고지도자를 직접 대면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장례식장을 찾은 조문객들은 하메네이 전 지도자의 관 앞에서 가슴을 치며 통곡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모즈타바의 등장을 간절히 기다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란 지하철 공사에 따르면 장례식 기간 도심으로 향한 인파가 70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추모 열기는 뜨거웠으나, 지도자의 부재로 인한 심리적 동요는 감추지 못했다. 시민들은 새 지도자가 직접 나와 혼란스러운 정국을 수습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주기를 희망했으나 끝내 그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이란 지도부는 모즈타바의 부재를 둘러싼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부 관료들은 서방 언론의 건강 이상설 보도를 근거 없는 심리전이라 일축하며, 최고지도자가 보안상의 이유로 비공개 장소에서 국무를 수행 중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영상 증거 없이 서면으로만 전달되는 지시 사항들이 실제로 모즈타바의 의중인지에 대한 의구심은 지워지지 않고 있다. 만약 그가 국정을 정상적으로 이끌 수 없는 상태임이 공식화될 경우, 이란은 후계 구도를 둘러싼 권력 투쟁이라는 극심한 소용돌이에 휘말릴 위험이 크다.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관은 오는 10일 고향인 마슈하드에 안장될 예정이다. 남은 장례 일정 동안에도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이란의 권력 구조를 둘러싼 국제 사회의 의구심은 확신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부친의 사망 이후 4개월이 넘도록 베일에 싸인 새 지도자의 행방은 중동의 화약고라 불리는 이란의 미래를 결정지을 핵심 열쇠가 됐다. 장례식장의 붉은 깃발이 복수를 상징하며 펄럭이고 있지만, 정작 그 깃발을 흔들어야 할 지도자의 자리는 공허하게 비어 있는 상태다.

 

"더울 때 마시세요" 서울시 생수나눔 냉장고 가동

 서울시가 폭염에 노출된 취약계층의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도심 속 주요 거점에 '아리수 나눔냉장고'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이번 사업은 탑골공원과 이동노동자 쉼터 등 서울 시내 총 9개 장소에 18대의 냉장고를 배치해 시민들이 언제든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냉장고 안에는 섭씨 5도 안팎으로 차갑게 보관된 병물 아리수가 가득 채워져 있으며, 갈증을 느끼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비용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나눔냉장고는 이용객의 특성에 맞춰 두 가지 형태로 운영된다. 노숙인이나 결식 어르신들이 자주 찾는 복지 시설에는 자판기형 냉장고 6대가 설치되었으며, 서울시청과 아리수본부 등 배달 기사나 퀵서비스 노동자의 왕래가 잦은 곳에는 일반 냉장고형 12대가 마련됐다. 특히 어르신들이 밀집하는 탑골공원에서는 복지센터 직원이 직접 물을 꺼내 나눠주는 서비스를 제공해 편의성을 높였다. 시는 현장 관리자를 통해 냉장고의 위생 상태와 잔여 물량을 실시간으로 점검할 계획이다.이번 여름 동안 서울시가 공급할 예정인 병물 아리수는 총 40만 병에 달한다. 이 중 약 40%에 해당하는 16만 병이 나눔냉장고를 통해 시민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며, 폭염의 기세가 강해지거나 이용객이 급증할 경우 공급 물량을 유동적으로 늘릴 방침이다. 이는 단순히 물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야외 활동 중 발생할 수 있는 탈수 증상을 사전에 차단해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시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조치다.이러한 집중 지원의 배경에는 야외 공간에서의 온열질환 발생률이 높다는 통계적 근거가 있다. 지난해 서울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 378명 중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수분과 염분 부족으로 인한 열탈진 증상을 보였으며, 발생 장소 역시 길가나 공원 등 실외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수분 섭취만 제때 이루어져도 응급 상황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동선에 냉장고를 배치하는 데 주력했다.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한 생산 체계도 이미 갖춰진 상태다. 서울시는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 시설 등에 즉각 투입할 수 있는 병물 아리수 20만 병을 상시 비축하고 있으며, 필요시 하루 최대 3만 2천 병까지 생산할 수 있는 가동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아리수본부 측은 기온이 급격히 오르는 한낮 시간대에 야외 활동을 하는 시민들이 충분한 수분을 섭취할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지원 활동을 9월 말까지 지속하겠다고 밝혔다.서울시의 이번 나눔냉장고 운영은 9월 30일까지 계속된다. 시는 이번 사업을 통해 폭염 취약계층뿐만 아니라 뙤약볕 아래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이동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폭염이 일상이 된 기후 위기 시대에 아리수 나눔냉장고는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든든한 '도심 속 샘터' 역할을 수행하며 여름철 안전망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