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토니상 휩쓴 '헬스키친' 상륙, 앨리샤 키스의 마법

 올여름 공연계는 익숙한 멜로디에 새로운 서사를 입힌 주크박스 뮤지컬들이 장악하고 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작품은 오는 24일 GS아트센터에서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으로 막을 올리는 '헬스키친'이다. 이 작품은 세계적인 R&B 디바 앨리샤 키스의 실제 삶과 음악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뮤지컬로, 이미 브로드웨이에서 토니상 13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If I Ain't Got You'와 'Empire State of Mind' 등 시대를 풍미한 히트곡들이 199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한 소녀의 성장 드라마와 만나 어떤 시너지를 낼지 국내 팬들의 기대가 뜨겁다.

 

한국 창작 주크박스 뮤지컬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그날들' 역시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8월 23일까지 관객과 만나는 이 작품은 고 김광석이 남긴 불멸의 명곡들을 청와대 경호실이라는 이색적인 공간과 엮어낸 수작이다. '서른 즈음에'나 '이등병의 편지'처럼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곡들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탄탄한 서사 속에 배치되어 세대를 초월한 감동을 선사한다. 오랜 시간 무대에 오르며 다듬어진 완성도 덕분에 매 시즌 관객들의 두터운 신뢰를 받는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가요계의 거장 송창식의 음악 세계를 무대로 옮긴 신작 '피리 부는 사나이'의 등장도 화제다. 이 작품은 1970년대 송창식이 보여준 자유분방한 음악 정신을 일제강점기라는 엄혹한 시대적 배경과 결합한 독특한 시도를 보여준다.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두 시점을 교차시키며 저항과 자유의 메시지를 던지는 이 뮤지컬은 송창식의 대표곡들이 지닌 시대적 무게감을 무대 언어로 재해석했다. '킹키부츠'의 심설인 연출과 '테레즈 라캥'의 정찬수 작가가 의기투합해 작품의 예술적 깊이를 더했다는 평가다.

 

주크박스 뮤지컬의 강점은 무엇보다 관객들에게 친숙한 음악을 통해 극적 몰입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헬스키친'의 경우 앨리샤 키스의 파워풀한 보컬 곡들이 뮤지컬 넘버로 편곡되면서 원곡과는 또 다른 웅장함을 선사할 예정이다. 특히 토니상과 그래미상을 휩쓴 화제작을 한국 정서에 맞게 어떻게 번안했을지가 관람 포인트다. 팝 음악의 세련미와 뮤지컬의 서사 구조가 결합된 이 작품은 젊은 층뿐만 아니라 팝송에 향수를 가진 중장년층까지 극장으로 불러모으고 있다.

 


국내 거장들의 음악을 활용한 작품들은 한국적인 정서와 역사적 서사를 결합해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그날들'이 김광석의 서정적인 멜로디로 우정과 사랑을 노래한다면, '피리 부는 사나이'는 송창식의 개성 넘치는 음악을 통해 민족의 아픔과 희망을 그려낸다. 이는 단순히 히트곡을 나열하는 수준을 넘어, 음악이 가진 본연의 메시지를 극의 주제 의식과 일치시키려는 창작진의 고민이 투영된 결과다. 이러한 시도들은 한국형 주크박스 뮤지컬이 가진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거장들의 명곡으로 무장한 주크박스 뮤지컬 라인업은 올여름 관객들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팝의 본고장에서 날아온 최신 화제작부터 한국 가요사의 전설들을 기리는 창작물까지,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작품들이 극장가를 채우고 있다. 익숙한 노래가 무대 위 배우들의 목소리로 다시 태어날 때 발생하는 폭발적인 에너지는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여름밤의 추억을 선사할 전망이다. 거장들의 선율이 흐르는 무대는 8월 말까지 쉼 없이 이어지며 뜨거운 흥행 열기를 예고하고 있다.

 

"어린놈의 XX"는 옛말…이천수, 전술 철학 강조

 한국 축구의 거침없는 입담으로 유명한 이천수가 현대 축구 지도자가 갖춰야 할 핵심 역량에 대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최근 자신의 개인 방송을 통해 과거의 명성이나 나이만으로 선수들을 장악하려 드는 시대는 이미 막을 내렸다고 단언했다. 축구 전문가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그는 지도자가 권위주의에 기대어 선수를 억누르기보다는 명확한 축구 철학과 논리적인 전술로 승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선수들의 수준이 비약적으로 높아진 현재의 흐름을 반영한 통찰로 풀이된다.이천수는 특히 베테랑 지도자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인 '권위 세우기'를 강하게 비판했다. 현역 시절 화려한 경력을 가진 지도자일수록 자신의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선수들을 논리가 아닌 감정이나 위계질서로 꺾으려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후배 선수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전술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성질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태도가 팀의 결속력을 해치는 주범이라고 꼬집었다. 지도자 스스로가 자신의 축구 색깔을 명확히 정립하지 못하면 현장의 반문을 이겨낼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국가대표팀의 상징인 손흥민을 예로 든 대목은 이번 발언의 핵심을 관통한다. 현재 미국 무대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은 유럽 시절 무리뉴와 콘테 등 세계 축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명장들의 지도를 직접 경험한 선수다. 이천수는 이런 수준 높은 선수들이 감독을 따르는 기준은 이름값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세계 최고의 전술 시스템을 몸소 체험한 이들에게는 감독의 과거 명성보다 지금 당장 그라운드에서 구현할 수 있는 전략적 가르침이 훨씬 중요하다는 설명이다.현대 축구 선수들의 가치관 변화에 대해서도 이천수는 심도 있는 분석을 내놓았다. 과거에는 선배나 감독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는 문화가 지배적이었으나, 지금 세대는 배울 점이 확실할 때 비로소 마음을 연다는 것이다. 선수 개개인의 이름값이 감독보다 높더라도 지도자가 제시하는 시스템이 합리적이고 배울 가치가 있다면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따르게 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결국 감독의 권위는 계급장이 아닌 지식과 소통 능력에서 나온다는 점을 재확인한 셈이다.지도자 양성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이천수는 지도자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부터 자신만의 확고한 축구 색깔과 전술 체계를 층층이 쌓아 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논리적으로 무장하지 못한 지도자는 위기의 순간에 흔들릴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 팀 전체의 혼란으로 이어진다는 경고다. 이름과 나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변화를 거부하는 지도자들에게는 더 이상 한국 축구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이천수의 이번 발언은 단순한 개인의 의견을 넘어 한국 축구 지도자 선임의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하고 있다. 과거의 영광에 매몰된 지도자가 아닌, 끊임없이 연구하고 선수와 논리적으로 교감하는 현대적 리더십이 절실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축구계 내부에서도 이번 발언을 계기로 지도자 자격 검증 시스템을 전술적 역량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천수는 마지막까지 이름값에 의존하는 낡은 관행과의 결별을 촉구하며 발언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