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기아 EV6, 영국서 도난 후 회수 실패

 기아의 전용 전기차 EV6가 영국에서 도난당한 뒤 제조사의 늑장 대응으로 인해 차량 회수에 실패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사건은 첨단 보안 기술을 갖춘 최신 전기차조차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도난 발생 시 제조사의 사후 추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피해자가 수차례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핵심 정보 전달이 지연되면서 차량은 결국 국경을 넘어 해외로 밀반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영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기술 자문 분야에 종사하는 한 차주는 지난 3월 자신의 자택 앞에 주차해 둔 EV6를 도난당했다. 당시 차주는 무선 신호 탈취를 막기 위해 전용 보관함에 키를 넣어두었으며, 차량에는 엔진 시동을 제어하는 이모빌라이저 등 기본 보안 장치가 탑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절도범들은 이러한 방어막을 무력화하고 순식간에 차량을 몰고 사라졌으며, 차주는 보안 카메라를 통해 범행 장면을 실시간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사건 발생 직후 차주는 별도로 설치했던 위치 추적 장치와 기아의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차량의 행방을 쫓았다. 하지만 절도범들이 사설 추적 장치를 신속히 제거하면서 기아 측이 제공하는 커넥티드 서비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피해 차주는 기아 고객센터에 여덟 차례나 연락하며 긴급 위치 추적을 요청했으나, 실제 위치 정보가 전달되기까지는 무려 44시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드러났다.

 

대응 지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도난 차량이 영국 내 특정 지역에서 포착되었다는 정보가 기아 측에 접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이 차주와 경찰에 전달되기까지 다시 14시간이 더 걸렸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차량이 이동한 뒤였으며, 결국 해당 EV6는 리투아니아로 옮겨진 사실이 사후에 확인됐다. 차주는 제조사의 느린 대응이 경찰의 골든타임을 뺏었다며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는 상태다.

 


현대차와 기아를 겨냥한 도난 범죄는 과거 미국에서도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바 있다. 당시에는 구형 모델의 보안 취약점을 노린 10대들의 모방 범죄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며 제조사가 대규모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영국 사례는 보안이 한층 강화된 최신형 전기차를 대상으로 전문적인 절도 수법이 동원되었다는 점에서, 제조사의 보안 체계뿐만 아니라 긴급 대응 프로세스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아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현지 고객의 불편에 유감을 표하며 사후 대응 과정에 대한 내부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차량이 점차 소프트웨어 중심의 커넥티드 카로 진화함에 따라, 도난 방지 기술만큼이나 사고 발생 시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는 관제 시스템의 고도화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비중을 높이고 있는 기아가 이번 보안 신뢰도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법무부, 동물의 비물건화 토론회…사법 패러다임 전환

 반려동물을 물건과 분리하여 생명체로서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려는 움직임이 민사집행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법무부와 법조협회는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별관에서 '동물의 비물건화'를 주제로 입법 쟁점 토론회를 열고, 장애인 보조견과 등록대상동물 등을 압류 금지 대상에 명시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다. 이번 토론회는 민법 개정을 통해 선언된 동물의 생명 존중 정신을 실제 사법 집행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주제 발표에 나선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변호사는 1인 가구 증가와 인간-동물 간의 정서적 유대를 고려할 때 민사집행법 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역설했다. 한 변호사는 특히 장애인 보조견의 경우 채무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적인 존재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민사집행법상 명시적인 압류 금지 대상으로 입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행관이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별도의 조문을 신설해 규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제언도 덧붙였다.이무룡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압류 금지의 범위를 설정함에 있어 '등록대상동물'을 포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행법상 2개월령 이상의 반려견을 대상으로 하는 등록 제도를 압류 금지와 연계하자는 구상이다. 이 교수는 등록된 동물을 압류 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보호자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자발적으로 등록 조치를 취하게 되는 긍정적인 유인책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아직 활성화 단계에 머물러 있는 동물 등록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부수적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전략이다.입법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과제들도 논의됐다. 동물의 생명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채권자의 재산권을 침해하거나 채무자가 이를 악용해 재산을 은닉하는 행위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영리 목적이 아닌 순수 반려 목적의 소유임을 채무자가 소명할 수 있는 절차적 보완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가치와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사법 행정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동물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정교한 법 설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정부 관계자들과 국회 입법조사처 등 유관 기관들도 이러한 입법 방향에 힘을 실었다. 황성필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장애인 보조견의 압류 금지 입법화 필요성에 이견이 없음을 밝히며, 토론회에서 제기된 아이디어들이 실제 법안으로 연결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법제연구원 등 각계 전문가들도 동물의 비물건화가 민법을 넘어 사법 전반으로 확산되어야 한다는 취지에 동의하며, 동물 복지 정책의 현주소와 개선 방향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법무부는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종합하여 동물이 생명으로서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합리적인 입법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서정민 법무실장은 국민적 관심을 환기하고 부처 간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약속했다. 반려동물이 단순한 '압류 대상 물건'에서 '보호받아야 할 가족'으로 법적 신분이 격상되는 이번 입법 논의는, 우리 사회의 생명 존중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