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7·7법' 앞두고 댓글창 얼어붙은 온라인

이른바 ‘7·7법’으로 불리는 개정 정보통신망법 시행을 앞두고 온라인 이용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피해를 줄이겠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법 적용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20·30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오는 7일부터 온라인상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강화된 책임을 부과한다. 허위조작정보 유통으로 손해가 발생하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하고, 하루 평균 이용자가 100만명 이상인 대형 플랫폼에는 해당 정보의 삭제와 차단 등 유통 방지 의무를 지운다. 반복적으로 의무를 위반한 사업자에게는 최대 10억원의 과징금도 부과될 수 있다.

 

시행일이 가까워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법 적용을 피하는 글쓰기 방식이 공유되고 있다. 단정적인 표현 대신 “그렇다고 한다”, “그런 말이 나온다”는 식으로 문장을 바꾸라는 조언이 대표적이다. 일부 맘카페와 소셜미디어에서도 “인터넷 글을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성 게시물이 이어지고 있다. 이용자들은 단순한 의견 표현이나 정치적 풍자까지 문제 삼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불안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젊은 층에서는 게시글 작성뿐 아니라 ‘좋아요’, 공유, 댓글 등 일상적인 온라인 활동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부나 관련 기관이 허위조작정보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라면, 이용자들이 법적 위험을 피하려고 스스로 표현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논란은 허위조작정보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느냐에 집중된다. 개정법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산하 투명성센터의 지원을 받는 민간 사실확인 단체가 관련 업무를 맡도록 했다. 그러나 시민사회에서는 정부 지원을 받는 단체가 정치적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 사안이 정쟁화될 경우 사실확인 결과 자체가 또 다른 갈등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입법 과정에서도 반발은 이어졌다. 야권은 법안을 ‘온라인 검열법’이라고 비판했고, 일부 시민단체와 언론단체 역시 공론장 위축 가능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냈다. 그럼에도 법안은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했고,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을 앞두게 됐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개정법 철회 요구에는 한 달여 만에 14만명 넘게 동의해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됐다.

 

플랫폼 업계의 부담도 커졌다. 네이버, 카카오, 메타 등 대형 사업자는 신고된 정보에 대해 삭제·차단 조치를 하고 관련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처벌이나 과징금을 받을 수 있어, 사업자들이 위험을 줄이기 위해 게시물을 선제적으로 걸러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명백한 허위정보뿐 아니라 정책 비판, 권력 감시, 풍자성 콘텐츠까지 차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악성 허위정보와 사이버 렉카식 콘텐츠로 인한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기준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강한 제재부터 시행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허위정보 규제와 표현의 자유 보호 사이의 균형을 세밀하게 설계하지 못하면, 개정법은 피해 구제 장치가 아니라 시민들의 발언을 위축시키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섭노"가 일베? 아이돌 사투리 논란 확산

 경상도 출신 걸그룹 멤버의 일상적인 방언 사용이 극우 커뮤니티의 혐오 표현이라는 의혹에 휩싸이며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걸그룹 리센느의 멤버 원이가 유튜브 콘텐츠 중 "무섭노"라고 언급한 장면이었다. 경남 거제가 고향인 원이는 현장의 분위기를 사투리로 표현했으나, 일부 누리꾼들은 이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일베식 말투'라고 규정하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특정 어미를 둘러싼 이 논쟁은 곧 정치권의 가세로 인해 지역 방언과 혐오 표현의 경계에 대한 거대한 담론으로 확장됐다.정치권에서는 조국 전 대표가 포문을 열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조 전 대표는 SNS를 통해 영남 방언의 문법적 규칙을 언급하며, 의문문 끝에 기계적으로 '노'를 붙이는 것은 일베식 조롱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청년층 사이에서 이러한 용법이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현상에 우려를 표하며 사용 자제를 촉구했다. 반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를 '낙인찍기'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대표는 언어학적 관점에서 해당 표현이 감탄이나 독백으로도 쓰인다는 점을 강조하며, 젊은 세대에게 과도한 엄숙주의를 강요하지 말라고 맞받아쳤다.문화계와 학계에서도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일부 다큐멘터리 연출가는 혐오 표현에 뿌리를 둔 언어를 사용하는 태도 자체를 문제 삼은 반면, 경상도 출신 방송인들은 실제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이라며 일베몰이가 지나치다고 항변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국립국어원까지 등판했으나, 학자마다 견해가 달라 단정하기 어렵다는 신중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는 방언의 세부적인 용법이 지역과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논쟁의 복잡성을 더했다.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의 언어 검열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경원 의원 등 여권 인사들은 사투리까지 사상 검증의 잣대로 삼는 현실을 '전체주의적 홍위병'에 비유하며 숨 막히는 감시 사회를 경고했다. 반면 혐오 표현의 사회적 맥락을 중시하는 측에서는 특정 언어가 온라인에서 조롱의 도구로 소비되어 온 역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최근 고교 야구팀의 응원 구호를 둘러싼 징계 논란처럼, 언어의 의도와 맥락을 어디까지 검증해야 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언어학자들은 같은 표현이라도 사용자의 의도와 상황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동남방언에서 '노'는 단순한 의문형을 넘어 혼잣말이나 한탄의 의미로 폭넓게 사용된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단어 하나만으로 사용자의 사상을 재단하는 것은 언어의 다양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혐오 코드가 교묘하게 일상 언어에 침투해 있는 현실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에, 표현의 자유와 혐오 방지 사이의 균형점 찾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결국 이번 논란은 단순한 말실수 공방을 넘어 한국 사회의 세대 간 문화 차이와 지역색, 그리고 온라인 혐오 문화가 뒤섞인 복합적인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아이돌의 발언 하나에 정치권이 총출동해 설전을 벌이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갈등 구조가 얼마나 예민하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방언의 고유한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혐오 표현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하는 가운데, 언어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사회적 합의의 기준은 여전히 안갯속에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