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의 플랜B, "임신한 외국인은 미국 땅 못 밟는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속지주의에 기초한 출생시민권을 제한하려는 행정명령에 위헌 결정을 내리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인 임신부의 입국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초강수 대책을 검토하고 나섰다. 대법원의 판결로 아기가 미국 땅에서 태어나는 순간 시민권을 얻는 권리를 막을 수 없게 되자, 아예 출산 가능성이 있는 여성의 입국을 막아 '원정 출산'의 통로를 차단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헌법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실질적으로 출생시민권 제도를 무력화하려는 이른바 '플랜 B'로 풀이되며, 이민 정책의 패러다임을 입국 자격 심사 단계로 옮기려는 시도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강경 이민 정책의 설계자로 알려진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미국 입국 대상자에 대한 엄격한 선별 과정을 예고했다. 그는 미국 시민권을 목적으로 입국하는 행위를 국가 시스템에 대한 악용으로 규정하며, 누가 어떤 목적으로 미국 땅을 밟는지 더욱 신중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출생시민권 남용을 막기 위한 개헌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행정부 차원에서는 당장 실행 가능한 입국 규제 강화에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미 법무부 역시 대법원 판결 직후 발 빠르게 움직이며 원정 출산 관련 수사를 최우선 과제로 격상했다. 법무부는 매년 수천 명의 외국인이 허위 입국 목적을 내세워 시민권을 가로채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모의에 가담하는 당사자는 물론 브로커들까지 엄중히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연방 검찰에 하달된 지침에 따르면, 자녀의 시민권 확보를 노린 여행은 이민 시스템을 교란하는 형사 처벌 대상임을 명확히 하고 국토안보부와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단속망을 좁혀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임신 여부를 기준으로 입국을 제한하겠다는 발상은 즉각적인 인권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외국인 여성의 임신 상태와 관련한 민감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경고한다. 입국 심사 과정에서 여성들에게 임신 여부를 묻거나 이를 증명하도록 요구하는 행위가 보편적인 인권 가치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수집된 정보가 공권력에 의해 어떻게 악용될지 예측할 수 없다는 비판이 거세다.

 


통계적으로도 이번 조치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연간 미국 내 전체 출생아 수 대비 이른바 '출산 관광'을 통한 출생아 비중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부가 이토록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정치적 지지층을 결집하고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확산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출생시민권 덕분에 미국 국가대표로 활약할 수 있었던 스포츠 스타들의 사례를 들며, 이 제도가 미국의 인적 자산 확보에 기여해 온 긍정적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는다.

 

트럼프 행정부의 임신부 입국 제한 검토는 향후 미국 내외에서 거센 법적·윤리적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대법원의 위헌 판결을 우회하려는 꼼수라는 비판과 함께, 여성의 이동권을 임신 여부로 제한하는 전례 없는 규제가 실제 시행될 경우 국제적인 외교 마찰로 번질 가능성도 크다. 미국 사회가 출생시민권이라는 헌법적 가치와 국익 우선주의라는 정치적 구호 사이에서 심각한 가치관의 충돌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번 '임신부 입국 금지' 논란은 트럼프 2기 이민 정책의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명태균의 ‘예고 글’ 현실? 오세훈 벌금 1000만원에 서울시 술렁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른바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사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과거 명태균 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명 씨는 지난달 4일 SNS를 통해 6·3 지방선거에서 5선에 성공한 오 시장을 향해 “당선 축하드립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나 곧바로 “잔칫날 재 뿌리는 것은 아니지만 본인도 잘 알다시피 1심 유죄가 나온다”며 “경거망동하지 말고 자중자애하라”고 덧붙였다. 오 시장의 유죄 가능성을 미리 언급한 듯한 표현이 1심 선고 이후 재조명되는 분위기다.명 씨는 같은 달 18일에도 서울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 현장을 찾은 사진을 올리며 오 시장을 비판했다. 당시 그는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에는 오세훈만 없구나?”라고 적었고, 이어 “서울 시민께 재선거는 아니더라도 재보궐 선거를 선물로 드릴 수 있을 것 같아 그나마 천만다행”이라고 주장했다. 다음 날에는 국민의힘을 향해 “오 시장 유죄 선고 이후 펼쳐질 당내 정치 투쟁을 잘 준비하라”는 글도 남겼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는 벌금 300만 원, 오 시장의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김한정 씨에게는 벌금 500만 원이 선고됐다.재판부는 오 시장이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고, 그 비용 일부를 김 씨가 대신 지급한 것으로 판단했다. 공소장에 적힌 여론조사 10건 가운데 5건에 대해 유죄가 인정됐으며, 재판부는 김 씨가 명 씨 측에 총 2100만 원을 대납했다고 봤다.이번 사건은 오 시장이 명 씨로부터 여러 차례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그 비용을 제3자가 대신 내도록 했다는 의혹에서 출발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오 시장을 불구속 기소했고, 강 전 부시장과 김 씨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특검팀은 앞서 오 시장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3300만 원을 구형했지만, 1심 재판부는 벌금형을 선고했다.재판부는 명 씨의 진술 신빙성도 일부 인정했다. 명 씨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오 시장이 선거를 앞두고 “살려달라”, “나경원을 이기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여론조사 대가로 아파트를 약속받았다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 재판부는 명 씨 진술이 완전히 일관되지는 않고, 다른 형사 사건 피고인이라는 점에서 유불리를 의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다만 모든 진술을 배척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오 시장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선고 직후 “판결에 납득할 수 없다”며 “천하의 거짓말쟁이 명태균의 진술과 간접 증거만으로 선고됐다”고 말했다. 이어 “항소심에서 다투겠다”고 밝혔다.오 시장은 이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화 행사에 참석한 뒤에도 “명태균과 관련해 저희 쪽에 전달됐다고 주장되는 공표·비공표 여론조사는 20건이고, 그 사실은 증거와 함께 다 밝혀졌다”며 “그런데 기소는 10건만 했고, 판결은 그중 5건만 유죄라고 했다. 항소심에 가면 어떻게 될지 기대된다”고 말했다.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 부정 수수죄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공직 취임이 제한되고, 이미 재직 중인 경우 직을 잃게 된다. 이에 따라 오 시장의 벌금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서울시장직 상실과 보궐선거 가능성이 현실화된다.특검법상 신속 재판 원칙에 따라 1심은 6개월, 2심과 상고심은 각각 3개월 안에 마무리해야 한다. 이 일정대로라면 내년 1월 말쯤 대법원 판단이 나올 수 있다. 오 시장 측이 항소 의사를 밝힌 만큼, 이번 사건의 최종 결론은 상급심 판단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