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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낮엔 文·밤엔 與지도부…‘통합 식탁’ 차린 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전임 대통령과 여당 원내지도부를 잇달아 만나며 국정 현안과 당정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오전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취임 후 첫 공식 오찬을 갖고, 저녁에는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진행한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30분 청와대에서 문 전 대통령과 오찬 회동을 한다. 두 사람의 청와대 공식 회동은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당초 이번 만남은 취임 직후부터 추진됐으나 국정 일정 등으로 미뤄졌고, 최근 양측 일정이 맞아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오찬에는 별도 의제가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민생 회복과 경제 상황, 외교·안보 현안 등 국정 전반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직 대통령의 국정 경험을 공유받고,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주요 정책 방향에 대해 조언을 듣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내부 상황도 대화 주제로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계파 간 긴장이 커지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의 만남이 당내 갈등 완화와 여권 결속을 위한 상징적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페이스북에서 이번 회동과 관련해 “취임 직후부터 추진해 왔지만 대한민국 정상화를 위한 바쁜 국정 일정 속에서 성사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후에도 일정을 계속 조율해 왔고, 마침 두 분의 일정이 맞아 오찬을 함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홍 수석은 또 “지난 1년의 성과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가 다져온 토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이제는 그 성과를 바탕으로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생 회복과 국민 통합,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을 위해 전직 대통령의 고견을 듣고 국정 전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 측근으로 꼽히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기대감을 나타냈다. 윤 의원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갈등이 증폭되고 많은 이들이 민주당을 걱정하고 있다”며 “두 분의 만남으로 당의 위기를 한고비 넘어섰던 지난 시간의 경험을 기억한다”고 적었다. 이어 “이번 만남이 현재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과의 오찬을 마친 뒤 저녁에는 한병도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포함한 원내대표단과 만난다. 이번 만찬은 민주당 3기 원내지도부 출범 이후 처음 마련되는 대통령과 원내지도부 간 공식 회동이다.

 


만찬에서는 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상황과 이달 임시국회 대응 전략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개혁 관련 입법, 민생 법안, 경제 회복 대책 등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핵심 과제들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 대통령은 원내지도부와 당정 간 소통 강화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법안 처리를 위해서는 국회 내 전략과 정부 정책 추진이 맞물려야 하는 만큼, 이날 만찬은 향후 입법 드라이브의 방향을 조율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날 일정이 단순한 의례적 만남을 넘어 국정 안정과 여권 통합을 동시에 겨냥한 행보라고 해석한다. 전임 대통령에게서 국정 운영의 조언을 구하고, 여당 원내지도부와는 입법 전략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 대통령이 하반기 정국 주도권 확보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MBK·메리츠 기싸움에 홈플러스 결국 '사망 선고'

 서울 서초구의 한 홈플러스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손길이 평소보다 분주해졌다. 평소라면 신선식품을 채워 넣었을 시간이었지만, 이날 직원들은 대형 카트를 끌고 나와 진열된 상품들을 박스에 담아 옮기기 시작했다. 건어물 코너부터 생활용품 매대까지 곳곳에서 상품이 빠져나가며 텅 빈 공간이 늘어갔다. 갑작스러운 매장 정리 모습에 장을 보던 시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계산대 주변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는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에 대한 기업회생 절차 폐지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벌어진 풍경이다.법원의 이번 결정은 홈플러스가 회생 계획안을 이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금인 2000억 원을 마련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홈플러스가 자금 조달에 실패함에 따라 더 이상 회생 절차를 유지할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은 자금 투입의 주체를 두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여왔으나,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파국을 맞이했다. 법정 관리 신청 후 1년 4개월 동안 경영 정상화를 꿈꿨던 홈플러스는 이제 14일 안에 자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사실상 파산 절차를 밟게 될 처지에 놓였다.매장 현장의 혼란은 협력업체들의 발 빠른 대응에서 시작됐다. 법원의 결정이 나오자마자 대금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 공급사들이 일제히 제품 철수를 요청하면서 매대는 순식간에 비워졌다. 반찬 코너를 메우고 있던 도자기 제품들이 30분 만에 사라졌고, 냉동고에는 상품 대신 얼음 덩어리만 덩그러니 남았다. 자체 기획 상품인 PB 제품조차 구색을 맞추지 못할 정도로 물량이 달리는 모습이었다. 직원들은 매장을 찾는 손님들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지만,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온라인 공간에서도 홈플러스의 위기를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높다. 30년 가까이 동네 상권을 지켜온 대형 마트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소셜미디어에는 마지막 방문 인증 사진과 추억담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친숙한 로고송으로 기억되는 홈플러스의 몰락은 많은 소비자에게 한 시대의 종언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오랫동안 얼굴을 익힌 매장 직원들의 고용 불안을 걱정하는 글들이 커뮤니티를 달구며, 단순한 기업의 실패를 넘어선 사회적 문제로 번지는 양상이다.노동계는 정부와 대주주의 책임을 물으며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마트산업노조는 성명을 통해 10만 명에 달하는 노동자와 가족들의 생계가 걸린 문제라며, 14일 이내에 공적 자금 투입을 포함한 긴급 회생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대주주와 채권단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노동자들만 길거리로 내몰리게 됐다며 즉각적인 자금 투입을 요구하는 긴급 투쟁에 돌입했다. 정부 역시 대규모 실직 사태와 유통망 붕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홈플러스에게 남은 시간은 단 2주뿐이다. 즉시항고를 통해 법원의 결정을 뒤집기 위해서는 2000억 원의 자금 조달 확약서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대주주와 채권단 사이의 갈등이 여전한 상황에서 극적인 반전이 일어날지는 미지수다. 만약 이 기간 내에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국내 유통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홈플러스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협력업체의 줄도산 우려와 대규모 실직 공포가 엄습하는 가운데, 홈플러스 매장의 불빛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유통업계 전체가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