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김민석 "내가 DJ 적통"… 민주당 내분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권을 향한 경쟁이 정책 대결 대신 과거의 뿌리를 찾는 '적통 논쟁'으로 급격히 매몰되고 있다. 8월 17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주요 후보들이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앞세워 정통성을 강조하면서 당내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특히 29일에는 특정 후보의 과거 행적을 둘러싼 진실 공방까지 벌어지며 선거 국면이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는 양상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송영길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청래 전 대표를 정조준했다. 송 의원은 정 전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우는 것에 대해 과거 노 전 대통령과 등을 졌던 사이라며 날을 세웠다. 심지어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장례식조차 참석하지 못했다는 구체적인 주장까지 내놓으며 정 전 대표의 '노무현 키즈' 정체성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이는 정 전 대표가 김민석 총리의 과거 탈당 이력을 공격한 것에 대한 강력한 맞대응으로 풀이된다.

 


정청래 전 대표는 즉각 허위사실 유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정 전 대표는 서거 소식을 듣고 즉시 봉하마을을 찾았다며 당시의 구체적인 행적을 공개했다. 그는 송 의원의 발언을 명예훼손으로 규정하고 사과가 없을 시 법적 조치까지 검토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정 전 대표는 사퇴 이후 연일 세 전직 대통령을 민주당의 뿌리로 규정하며 자신이 이들의 정신을 계승할 유일한 적임자임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민석 국무총리는 호남 민심을 겨냥한 'DJ 적통론'을 강화하고 있다. 김 총리는 최근 광주 강연에서 자신을 '김대중 키즈'로 명명하며 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과의 연결고리를 부각했다. 박지원 의원 역시 김 총리의 정통성을 치켜세우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는 이재명 전 대표 체제 이후 분열된 전통 지지층과 새로운 지지층 사이에서 확실한 명분을 선점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당 내부에서는 이러한 과거 회귀적 논쟁에 대해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집권 여당으로서 민생과 국가 비전을 제시해야 할 전당대회가 20년 전의 인연이나 탈당 이력을 따지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중진 의원들은 정책 경쟁은 사라지고 분열만 조장하는 현재의 선거 방식이 당의 미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한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의원총회에서도 후보들의 절제되지 못한 언행이 당의 신뢰도를 깎아먹고 있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전당대회 과열 양상은 유튜브와 SNS를 통한 지지자 간의 대리전으로 확산되며 당의 결속력을 해치고 있다. 당 지도부는 비공개 회의를 통해 각 후보 측에 자중을 요청했으나, 표심을 의식한 후보들의 적통 경쟁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정책적 대안이나 미래 비전보다는 누가 더 전직 대통령들과 가까운지를 따지는 소모적인 논쟁이 계속되면서 이번 전당대회가 당의 통합이 아닌 분열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무섭노"가 일베? 아이돌 사투리 논란 확산

 경상도 출신 걸그룹 멤버의 일상적인 방언 사용이 극우 커뮤니티의 혐오 표현이라는 의혹에 휩싸이며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걸그룹 리센느의 멤버 원이가 유튜브 콘텐츠 중 "무섭노"라고 언급한 장면이었다. 경남 거제가 고향인 원이는 현장의 분위기를 사투리로 표현했으나, 일부 누리꾼들은 이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일베식 말투'라고 규정하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특정 어미를 둘러싼 이 논쟁은 곧 정치권의 가세로 인해 지역 방언과 혐오 표현의 경계에 대한 거대한 담론으로 확장됐다.정치권에서는 조국 전 대표가 포문을 열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조 전 대표는 SNS를 통해 영남 방언의 문법적 규칙을 언급하며, 의문문 끝에 기계적으로 '노'를 붙이는 것은 일베식 조롱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청년층 사이에서 이러한 용법이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현상에 우려를 표하며 사용 자제를 촉구했다. 반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를 '낙인찍기'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대표는 언어학적 관점에서 해당 표현이 감탄이나 독백으로도 쓰인다는 점을 강조하며, 젊은 세대에게 과도한 엄숙주의를 강요하지 말라고 맞받아쳤다.문화계와 학계에서도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일부 다큐멘터리 연출가는 혐오 표현에 뿌리를 둔 언어를 사용하는 태도 자체를 문제 삼은 반면, 경상도 출신 방송인들은 실제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이라며 일베몰이가 지나치다고 항변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국립국어원까지 등판했으나, 학자마다 견해가 달라 단정하기 어렵다는 신중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는 방언의 세부적인 용법이 지역과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논쟁의 복잡성을 더했다.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의 언어 검열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경원 의원 등 여권 인사들은 사투리까지 사상 검증의 잣대로 삼는 현실을 '전체주의적 홍위병'에 비유하며 숨 막히는 감시 사회를 경고했다. 반면 혐오 표현의 사회적 맥락을 중시하는 측에서는 특정 언어가 온라인에서 조롱의 도구로 소비되어 온 역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최근 고교 야구팀의 응원 구호를 둘러싼 징계 논란처럼, 언어의 의도와 맥락을 어디까지 검증해야 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언어학자들은 같은 표현이라도 사용자의 의도와 상황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동남방언에서 '노'는 단순한 의문형을 넘어 혼잣말이나 한탄의 의미로 폭넓게 사용된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단어 하나만으로 사용자의 사상을 재단하는 것은 언어의 다양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혐오 코드가 교묘하게 일상 언어에 침투해 있는 현실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에, 표현의 자유와 혐오 방지 사이의 균형점 찾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결국 이번 논란은 단순한 말실수 공방을 넘어 한국 사회의 세대 간 문화 차이와 지역색, 그리고 온라인 혐오 문화가 뒤섞인 복합적인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아이돌의 발언 하나에 정치권이 총출동해 설전을 벌이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갈등 구조가 얼마나 예민하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방언의 고유한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혐오 표현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하는 가운데, 언어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사회적 합의의 기준은 여전히 안갯속에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