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모아

광주 상처 들쑤신 배재고, 지도자는 방관했다

 고교야구의 명문들이 맞붙은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현장이 승부의 열기 대신 혐오와 조롱으로 얼룩졌다. 29일 서울 목동 야구장에서 열린 배재고등학교와 광주제일고등학교의 1회전 경기에서 발생한 사건은 청소년 스포츠계의 인성 교육 부재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경기 중반까지 압도적인 점수 차로 앞서가던 배재고 선수들이 상대 팀의 연고지인 광주의 역사적 아픔을 비하하는 듯한 응원가를 단체로 제창하면서 파문이 시작된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배재고 덕아웃에서 터져 나온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기이한 응원가였다. 언뜻 보면 평범한 기업 이름을 언급한 것처럼 들리지만, 그 속에는 악의적인 지역 비하 의도가 숨어 있었다. 지난달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맞춰 '탱크데이'라는 부적절한 명칭의 이벤트를 열어 대국민 사과까지 했던 스타벅스 코리아의 논란을 광주 연고 팀인 제일고 선수들을 조롱하는 도구로 활용한 것이다. 학생 선수들은 덕아웃 안에서 단체 율동까지 곁들이며 조롱의 강도를 높였다.

 


상대 팀의 노골적인 모욕을 지켜보던 제일고 코치진은 즉각 분노를 표출했다. 광주 시민들의 희생과 역사적 상처를 자극하는 행위에 대해 "적당히 하라"며 강하게 항의했고, 심판진이 중재에 나서서야 소동은 잦아들었다. 하지만 이미 중계 영상을 통해 이들의 행태를 목격한 야구팬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태였다. 승부의 세계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인 스포츠맨십이 고등학생 선수들에 의해 철저히 짓밟혔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더욱 심각한 점은 이를 지도해야 할 감독과 코치진의 방관이다. 학생들의 부적절한 단체 행동이 이어지는 동안 배재고 지도자들은 이를 즉각 제지하지 않았으며, 상대 팀의 거센 항의가 있고 나서야 마지못해 수습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는 단순한 학생들의 일탈을 넘어, 지도자들조차 역사적 감수성과 윤리 의식이 결여되어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교육의 장이어야 할 고교 스포츠 현장이 혐오의 배설구로 전락하는 동안 어른들의 책임은 보이지 않았다.

 


최근 프로야구 구단들이 신인 선수를 선발할 때 실력만큼이나 인성과 과거 행적을 철저히 검증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번 사건은 해당 선수들의 미래에도 치명적인 오점이 될 전망이다. 학교 폭력이나 부적절한 SNS 언행만으로도 지명이 철회되거나 퇴출당하는 시대에, 집단적인 지역 비하와 역사 왜곡 조롱에 가담한 전력은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팬들은 실력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기본 도리를 갖추지 못한 선수들에게 프로의 문턱은 허락되지 않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스포츠는 육체적 기량을 겨루는 장인 동시에 타인에 대한 존중과 공정한 규칙을 배우는 교육의 과정이다. 그러나 이번 목동 야구장에서 보여준 모습은 승리라는 결과에 매몰되어 인간의 존엄성과 역사의 무게를 잊어버린 한국 청소년 스포츠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주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등 관계 기관의 엄중한 조사와 징계가 뒤따라야 함은 물론, 현장 지도자들에 대한 인성 교육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대본 치운 김민석, 호남 청년과 '리얼' 소통

 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인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호남 지역을 찾아 권위주의를 내려놓은 파격적인 소통 행보로 당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8일부터 사흘간 전남과 전북 주요 도시를 순회 중인 김 전 총리는 정형화된 정치인의 틀을 깨고 지역민들과 농담을 주고받는 등 스킨십 강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특히 국무총리를 역임한 거물급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보여주는 소탈하고 유머러스한 태도가 지역 권리당원들 사이에서 신선한 충격을 주며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지난 9일 여수 지역위원회 방문 당시 김 전 총리는 당원들의 셀카 요청에 흔쾌히 응하며 특유의 위트를 발휘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한 당원이 인사를 건네자 장소와 연관된 언어유희로 화답하는 등 이른바 '아재 개그'를 선보이며 딱딱했던 간담회 분위기를 순식간에 녹였다. 마이크를 내려놓고 육성으로 진심을 전한 그의 모습에 참석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호응했으며, 이는 과거의 엄숙했던 정치인 이미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광양에서 열린 청년들과의 만남에서도 김 전 총리의 탈권위 행보는 계속됐다. 행사장 입구에 걸린 자신의 홍보 사진을 보며 실물보다 낫다는 자학 섞인 농담으로 대화를 시작한 그는 청년들의 고민을 듣는 시간을 '보신의 시간'이라 명명하며 경청의 자세를 보였다. 그는 당장 해결책을 내놓기보다 청년들의 목소리를 내면화하고 숙성시켜 체계적인 정책으로 보답하겠다는 진정성 있는 약속을 건네며 참석자들의 깊은 공감을 끌어냈다.무안에서 진행된 간담회는 사전 조율이나 대본이 전혀 없는 즉석 질의응답 방식으로 진행되어 화제를 모았다. 의전과 격식을 과감히 생략하고 청년들이 평소 품고 있던 생각을 가감 없이 쏟아낼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 것이다. 준비된 시나리오가 없다는 사실에 처음에는 당혹해하던 참석자들도 김 전 총리의 리얼한 답변이 이어지자 점차 마음을 열고 취업과 주거, 보육 등 현실적인 고충을 털어놓으며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김 전 총리는 지방 주도 성장을 위한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조속한 실행을 강조하며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당 대표가 된다면 국회 차원의 예산과 입법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한편, 청년들의 고민을 상시로 컨설팅할 수 있는 별도의 정책 플랫폼 구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단순히 표를 구걸하는 행보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인 청년 세대와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찾으려는 책임감 있는 지도자의 모습을 부각한 것이다.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진행된 이번 호남 순회 일정은 김 전 총리에 대한 지역의 기대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유쾌한 대화 속에 정책적 깊이를 담아낸 그의 행보는 지루할 틈 없는 소통의 장을 만들었으며, 참석자들은 오히려 시간이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지방 시대의 개막을 역설하며 호남의 심장을 파고든 김 전 총리의 이번 행보가 향후 당대표 선거 판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